[인터뷰]친환경농산물의무자조금관리위원회 강용 위원장

대담=장용문 본지 편집주간

우리 친환경농산물 세계서 가장 안전, 수출 늘릴 터

친환경가치 재정립 필요…결과보다 과정 중요시해야

가락시장 친환경농산물 기준가격 형성방안 추진 검토

 

자조금으로 친환경 농산물 대표 통합브랜드 만들 계획

직불금, 산업화과정 희생한 농민에게 주는 당연한 보상

논타작물재배 지원은 콩 생산단지 등으로 방향 재설정을

[전업농신문=이호동 기자] 그는 대한민국 친환경농업의 전도사다. 친환경농산물의 대중화에 힘쓰면서, 국내 최고 친환경농산물의 세계 정복이라는 원대한 꿈도 꾸고 있다.

우리나라 친환경농가의 롤모델인 전남 장성의 ‘학사농장’ 대표이자, 지난 2016년 7월 1일 ‘농업인의 소득향상과 지속가능한 생태농업’을 목표로 출범한 친환경농산물의무자조금관리위원회를 3년째 이끌고 있는 강용 위원장의 얘기다. 전업농신문이 지난 12일 용산역 내에 있는 광주‧전남‧전북비즈니스에서 그를 만났다.

“개방화 시대를 맞아 수입 농산물이 쏟아지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우리 농산물이 내수시장과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친환경농산물 생산입니다” 

강 위원장은 첫마디부터 친환경 농업 저변 확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1993년 친구들에게 빌린 30만원으로 지은 20평짜리 비닐하우스에서 농사를 시작해 지금까지 30년 가까이를 친환경농업의 전도사 역할을 자임해 왔다.

강 위원장은 “농사를 처음 시작했을 때 돈이 없어서 농약을 쓰지 못한 것이 의도치 않게 유기농을 시작하게 된 계기”라며 “질환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농약을 쓰지 않은 농산물을 앞다퉈 구입해가는 것을 보고 농업이 주는 보람과 친환경농업의 중요성에 대해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 친환경 인증이란 단어가 없을 때부터 유기농업을 해왔다”면서 “관행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의 무관심을 깨고 유기농을 알리기 위해 직접 키운 채소를 보따리에 넣고 크리스마스이브에 길거리에서 산타클로스처럼 나눈 적도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어 인증제도가 시행되고부터 가장 힘든 것은 ‘잔류농약’ 검출 문제였다고 했다. 초기 일부 농민들의 잘못도 있었지만, 자재나 비산 등 불가항력이거나 원인을 알 수 없더라도 어쩌다 검출되면 엄청난 뉴스로 과장됐고, 미국이나 유럽과 비교하며 우리 친환경은 불량으로 매도됐으며, 이는 지금까지도 진행형이라고 아쉬워했다.

그러나 최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유럽식품안전청(EFSA), 미국농무부(USDA)의 몇 년간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잔류농약 검출 비율이 한국보다 유럽의 유기농은 약 3배, 미국은 4배정도 더 높고, 잔류량 기준으로 국내산 친환경농산물과 일반 농산물을 비교해보면 약 60배 이상 차이가 난다고 구체적 수치를 들어가며 반박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친환경농업의 고성장과 세계 시장에서 지속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가치와 기준의 재정립이 필요하다”며 “농약이나 화학성분이 0.1%만 나와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는 결과 지향의 방식이 아닌, 친환경농업을 하는 과정과 노력을 인정하는 방식으로 인증 기준이 재정립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강 위원장은 특히 전 지구적인 환경오염 문제를 이겨내고 농업이 갖는 다원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 친환경농업의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가 않다면서, 침체된 우리 농업·농촌을 살릴 수 있는 가장 좋은 대안으로 친환경 농업을 꼽았다.

그는 “호주나 뉴질랜드를 생각해보면 ‘청정’이라는 이미지가 바로 떠오르는데 매년 약 15조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우리나라 농업은 어떠한 이미지도 떠오르지 않는다”며 “개방화 시대를 맞아 친환경농업을 우리나라 농업의 정체성으로 삼는다면 내수는 물론 한류 열풍이 불고 있는 동남아를 비롯한 세계 각국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 위원장은 또 친환경농산물의 기준가격 형성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친환경농산물도 진정한 의미에서 소비자들이 원하는 가격과 생산비도 농가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적정 기준가격을 마련해 시장에 제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 일환으로 가락시장에 친환경농산물만을 취급하는 도매시장법인으로 입주하는 방법도 있지만, 장‧단점이 상존하고 후폭풍이 거셀 수 있기 때문에 무척 민감한 부분이라고 했다. 그는 이와 관련, “생산비를 보장하는 기준가격은 정해볼 수 있으며, 자조금으로 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뜻있는 사람들과 힘을 모아 연구용역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강 위원장은 정부가 추진 중인 공익형직불제와 논 타작물 재배 지원 사업에 대해서도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직불금은 산업화 시기 자동차, 반도체 등 다른 산업들의 성장을 위해 가장 많은 희생을 강요당했던 농업에게 당연히 줘야 하는 것인데 정부는 직불제를 시행하면서 마치 불쌍한 농민들을 돕는다는 식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국가가 좀 더 솔직해져 산업화 시절 철저히 배재됐던 농업과 농촌, 농민에 상응하는 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논의중인 공익형직불제와 관련, “직불금이 현행대로 쌀에만 편중돼 있는 것보다 작물 종류와 논·밭 구분 없이 농지 면적을 기준으로 개편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직불금 제도를 시행해온 지 많은 시간이 지났음에도 우리 농업·농촌 현실은 여전히 어렵기 때문에, 충분한 공론화과정을 거친 공익형직불제를 도입해 이제 새로운 방향으로 예산을 투입해볼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쌀 생산을 줄이기 위해 추진하는 정부의 논 타작물 재배 지원 사업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면서도 콩의 예를 들면서 현장에서 보는 참여농가들의 호응은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고 전했다. 논의 특성상 배수가 잘되지 않고, 파종부터 수확, 선별, 건조, 물류까지 노동력과 비용이 많이 들고, 균일한 수확도 어려우며, 전국에 흩어져 기계화를 하기에도 쉽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에 따라 산발적인 재배 유도 보다 들녘별공동체 사업처럼 몇 개의 시·군에 10만ha 정도의 콩 생산에 적합한 단지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렇게 되면 쌀을 비롯한 밭작물 생산을 줄여 매년 반복되는 과잉과 가격폭락의 위험을 줄일 수 있으며, 적정한 시장 가격 유지로 직불금과 쌀 보관비용을 절감하고, 식용으로 수입되는 콩의 절반 이상을 국산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기대효과를 설명했다.

끝으로 강 위원장은 자조금의 궁극적 목표인 친환경농가들의 소득향상을 위해 친환경농산물의 국내시장 확대는 물론 수출에도 적극 나설 것이라고 거듭 강조하면서, “자조금이 친환경농산물을 대표하는 통합 브랜드를 만들어 해외시장에서 고급 농산물로 팔릴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춰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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