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농신문=편집부] 다소 때 이른 예상이지만 올해 수확기 쌀값이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작년산 재고가 아직 많이 남아 있는데다, 올해산 벼 재배면적이 기대만큼 줄지 않아 쌀 생산이 과잉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모내기가 한창 진행중이고 앞으로 기상 상황과 태풍·가뭄·홍수 등의 자연재해로 인한 작황이 큰 변수이기 때문에 섣불리 예측하기란 쉽지가 않다.

그러나 현재까지 나타난 정황으로 봐서는 올 수확기 쌀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우선 정부가 공급과잉 상태인 쌀 생산량을 줄이기 위해 논에 벼 대신 콩·조사료 등 다른 작물을 심는 것을 지원하는 논 타작물재배 지원사업이 부진한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이는 원료곡 가격이 수확기 이후에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논은 습답지역이라 물리적으로 타 작물 전환이 어려운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작년산 재고가 지나치게 많이 남아 있는 것도 올 수확기 쌀값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가 지난달 24일 발표한 ‘쌀 관측 6월호’에 따르면 4월말 현재 농협 RPC(미곡종합처리장) 포함 쌀 산지유통업체 재고량은 지난해 동기보다 34% 증가한 77만5000톤으로 나타났다. 특히 농협RPC들은 정부의 시장격리물량이 없어 작년 이맘때보다 무려 42.7%나 많은 69만2000톤을 재고로 안고 있어 경영상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더욱이 이 재고량은 앞으로 남은 월별 평년판매량을 감안할 경우 올해산 수확기인 10월 상·중순에나 소진될 것으로 보여 10월 이후 신구곡이 함께 출하되면서 쌀값 하락을 부채질 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때문에 농협조합장을 중심으로 우선 구곡을 시장에서 격리하는 선제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러한 요구를 정부가 받아들이더라도 임시방편적인 처방에 불과하다. 그래서 상시적인 수확기 쌀값 안정을 위해 우리가 주목코자 하는 것은 ‘자동시장격리제’다. 쌀 자동시장격리제도는 벼 수확기에 앞서 그해의 적정 생산량과 소비량을 산정한 뒤 수확단계에서 신곡 생산량이 예상 수요량을 초과할 경우 이를 정부가 시장에서 자동으로 격리하는 것이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쌀 공급과잉 시 시장격리물량을 사전에 예측할 수 있어 시장 혼란을 방지하고 수확기 산지 쌀값 안정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쌀 자동시장격리제도는 농림축산식품부와 국회 일각에서 과거에도 도입 논의가 있었지만, 당시 예산당국이 격리비용 문제 등의 이유로 반대해 흐지부지됐다. 그러나 2010년 이후 정부는 해마다 농업인들의 쌀값을 보장하라는 강력한 항의 시위와 정치권의 요구에 밀려 비용은 비용대로 쓰면서 적정생산 초과물량을 거의 다 격리했지만, 그 시기가 늦어 쌀값을 안정시키는 데 역부족이었다.

때마침 RPC 운영 조합장들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황주홍 위원장이 지난달 21일 쌀산업 발전을 위한 간담회를 갖고, 쌀 수급안정을 위해 자동시장격리제 법제화를 추진키로 했다고 한다. 특히 이날 간담회에서 농해수위와 농협조합장들은 이달중에 범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위한 국회 토론회를 개최키로 했다.

우리는 이번 토론회가 단순히 논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번만큼은 꼭 쌀 자동격리제 법제화를 실현하는 큰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항구적인 수확기 쌀값 안정을 이뤄 농업인들은 안심하고 쌀농사를 지을 수 있고, 쌀 매입에 나서는 산지 유통주체들도 예측 가능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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