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벼 재배장인-충남 당진시 송악읍 권혁진 [농림축산식품부 공동기획]

쌀은 오랜 역사를 함께 해온 우리의 주식이자 문화의 중심이다. 앞으로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할 우리의 전통이기도 하다. 쌀이 재고 누적과 소비 감소, 수입개방 등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꿋꿋하게 한평생 쌀 농업을 지키는 벼 재배 장인들이 있고, 쌀 유통·가공 등의 신 루트를 개척해 쌀 소비에 앞장서고 있는 청년농부 등이 있는 한 대한민국 쌀산업은 지속가능할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공동 기획으로 벼 재배장인과 청년농부 등을 발굴, 이들의 활동상을 통해 미래 쌀산업 방향을 6회에 걸쳐 엮는다.

삼부자 합심, 50ha 규모 쌀농사

농어촌공사 농지매입자금 큰 힘

삼광‧해담‧미품 등 국산품종 우수

국립종자원 채종단지 지정 운영도

충남도‧농협 등 판로제공 큰 도움

소포장‧소비촉진운동 추진도 계획

 

권혁진 회장이 국립종자원의 채종단지로 지정된 서선A지구 자신의 논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전업농신문=장용문 기자] “식량 문제는 전 세계인의 공통적 관심사로 쌀을 지키지 못할 경우, 우리나라는 훗날 더 큰 어려움에 봉착할 것입니다. 먹고 살아야 할 국민이 있는 한, 그리고 미래에 닥쳐올 수도 있는 세계 식량전쟁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대한민국 쌀농업은 앞으로도 계속돼야 합니다.”

충남 당진시 송악읍 권혁진(65) 씨는 40여년동안 벼 농사를 지어온 당진 지역에서는 최고의 벼 선도농가로 불리운다. 현재 당진과 서산지역 간척지 약 50ha 규모의 논에서 벼를 재배하고 있는 ‘대농’이다. 현재 함께 농사를 짓고 있는 큰 아들 순수(45) 씨, 작은 아들 순택(43) 씨가 큰 힘이 되고 있다. 그는 한국들녘경영체충남도연합회 회장직을 맡고 있다.

권혁진 회장도 귀농한 농업인이다. 도시에서 건축 일을 하다가 아버지의 간곡한 권유로 1977년 당진으로 와 3000평(1ha)의 논을 물려받아 벼농사를 시작했다.

“아버님의 설득도 있었지만, 도시에서의 생활은 삶의 보람을 찾을 수가 없었고, 전혀 장래성도 없어 보였습니다. 그러나 처음 벼 농사를 시작할 때는 후회도 많이 했습니다. 벼 농사만으로는 먹고 살 수가 없어 농한기에는 다른 일을 해야 했습니다.”

그러던 그가 1984년부터 벼 농사에 전념하기 시작했다. 농촌지도소(현 농업기술센터) 등의 교육에 열심히 참가하고 이웃 농가들과 활발한 교류를 통해 쌀 농사 기술을 배우면서 나름대로의 차별화된 노하우를 쌓아갔다.

때마침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과 WTO체제 출범으로 농산물 수입개방이 본격화됐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농지 규모화와 전문화, 생산비 절감으로 경쟁력을 갖추는 계기로 삼았다.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 농지를 늘리기 시작했습니다. 한국농어촌공사가 저금리로 지원하는 농지매매자금을 이용해 서산 간척지 등의 논을 구입했고, 농지를 임대하면서 현재 규모의 벼농사 체제를 갖출 수가 있었습니다. 빚이지만 트랙터, 콤바인, 이앙기, 건조기, 친환경 비료살포기 등의 농기계도 구입했습니다.”

그는 철저히 국산 쌀품종 만을 이용해 친환경적 방법으로 벼를 재배하고 있으며, 생산된 쌀은 대부분 충남도와 지역농협의 도움으로 안정적인 판로가 확보돼 있다.

“고시히카리나 아키바레 등 외국 품종은 밥맛이 좋다 하지만, 도복과 도열병 등에 약하는 등 지역 특성에 맞지가 않았습니다. 경험상 농촌진흥청 등에서 개발한 국산품종이 병충해에 강하고 고품질 쌀을 생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판로확보에도 유리했습니다.”

그래서 그가 재배하는 품종은 충남 대표 ‘삼광’을 비롯한, ‘미품’, ‘해담’, ‘보람찬’ 등 국산 개발 품종만 고집한다.

권 회장이 가장 많이 재배하는 중만생종인 ‘삼광’벼는 농진청에서 개발한 고품질 쌀품종으로 밥맛이 좋다는 평가 속에 충남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품종중 하나다. 그 이유를 “삼광벼는 장마, 가뭄, 바람 등 기상변화에 비교적 다른 품종보다 강하고, 품질과 재배안전성이 뛰어나 선호하고 있습니다. 특히 충남도청이 판매처 확보에 크게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권 회장이 서산A지구 논 6ha에서 재배하고 있는 ‘미품’은 국립종자원과 계약을 맺고 생산하고 있는 종자용 볍씨다. 종자용으로 보급되기 때문에 발아부터 추수까지 종자원의 철저한 지도‧감독을 받아가면서 합격한 벼만 종자용으로 납품한다. 그는 이와 관련 “정부의 공공비축미 특등 수매가격보다 20% 이상 납품가격이 높지만, 보통의 정성과 노력으로는 힘이 듭니다. 그러나 국가의 벼 채종단지를 운영하는 대한민국 최고 벼농사꾼의 일원이라는 자부심도 있습니다.”

극조생종 ‘해담’벼는 고시히카리와 운광벼의 교잡 품종으로, 추석 전에 잘 익은 당진쌀을 맛보고 싶어 하는 소비자들의 요구에 부응하고 추석 제수용 햅쌀로 판매하기 위해 재배하는 품종이다. 쌀알이 맑고 밥맛이 좋아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이 품종은 계약재배를 할 수가 없어 권 회장이 거의 대부분을 직거래 등 개인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보람찬’ 벼 품종은 전량 지역농협을 통해 즉석밥용 원료로 떡, 빵을 생산하는 가공회사와 계약재배하고 있다. 그는 “보람찬 벼는 다수성이라 쌀 과잉이라는 시대적 추세에 맞지 않기 때문에 시중에 유통시키지 않고 전량을 가공하는데 사용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계약단가도 다른 품종보다 낮지만 안정된 판로가 있기 때문에 재배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권 회장이 국산 벼 품종 재배를 고집하면서도 가장 신경을 쓰는 것이 ‘적정량의 친환경 고품질 쌀’ 생산이다. 이를 위해 화학비료 사용을 최소화하면서 고형 미생물제와 친환경비료를 투입해 지력증진과 염류 장해를 개선하고 있다. 아울러 중간 논 물떼기를 가급적 일찍 하면서 뿌리가 많고 줄기가 굵어 쓰러짐에 강하게 하는 농법을 이용하고 있다. 특히 정부의 쌀 감산정책과 고품질화 정책에 맞춰 화학비료와 농약을 덜 쓰는 친환경적 농법으로 3kg까지 생산이 가능한 평당 생산량을 평균 2.7kg까지 낮추고 있다.

권혁진 회장 주도로 만든 10kg, 4kg 소포장 쌀 제품.

권 회장은 이와 함께 생산자 차원에서 쌀 소비확대에도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핵가족화 소비 트렌드를 반영해 4kg 소포장 제품을 주도적으로 개발해 냈으며, 도시민 대상의 소비촉진운동도 계획하고 있다.

“쌀 소비가 줄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우리의 주식이며 생명줄입니다. 우리 생산자가 앞장서서 쌀농업을 지켜야 하는 이유와 우리 쌀의 우수성을 전국민에게 알려야 합니다. 현재 몸담고 있는 들녘경영체를 중심으로 올 가을에는 이같은 쌀 소비촉진운동을 벌여 나갈 계획입니다.”

권 회장이 생각하는 대한민국 쌀산업은 앞으로도 지속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농업인들의 친환경 고품질 쌀 적정 생산을 위한 자발적 노력과 함께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농협이 합심하면 현재의 어려움은 충분히 극복 가능하리라고 믿고 있다. 현재 아들 둘과 함께 쌀농사를 짓고 있지만, 지금 군대에 가 있는 손자까지도 본인이 희망하면 적극 권유할 생각을 갖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저작권자 © 전업농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