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벼 재배장인-전남 무안군 일로읍 이동옥 [농림축산식품부 공동기획]

쌀은 오랜 역사를 함께 해온 우리의 주식이자 문화의 중심이다. 앞으로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할 우리의 전통이기도 하다. 쌀이 재고 누적과 소비 감소, 수입개방 등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꿋꿋하게 한평생 쌀 농업을 지키는 벼 재배 장인들이 있고, 쌀 유통·가공 등의 신 루트를 개척해 쌀 소비에 앞장서고 있는 청년농부 등이 있는 한 대한민국 쌀산업은 지속가능할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공동 기획으로 벼 재배장인과 청년농부 등을 발굴, 이들의 활동상을 통해 미래 쌀산업 방향을 6회에 걸쳐 엮는다.

“쌀산업 전망 밝다” 국내최대 벼농사

미질‧재배안전성 갖춘 벼품종 늘릴 것

한우 200두 사육, 총체벼 사료로 사용

‘자가배합사료’ 생산 위해 공장 설립중

정부 논 타작물재배 지원사업 큰 도움

“농업은 미래성장산업” 증명해 보일터

이동옥 대표가 전남 무안군 일로읍 소재 자신의 논에서 경작하고 있는 ‘백옥찰벼’를 가리키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전업농신문=장용문 기자] “미래에 닥치게 될 식량전쟁, 특히 식량원료의 가격폭등에 대비하기 위해 우리의 식량산업은 반드시 지켜내야 합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본의 경제보복에서도 나타났듯이 우리의 주 수출품인 반도체 등의 핵심원료 수입제한으로 삼성 등 대기업들이 비상이 걸리지 않았습니까. 식량분야에서 이와 유사한 사태가 벌어지지 말라는 법이 없습니다. 바로 대한민국 쌀산업이 지속가능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전남 무안군 해제읍과 일로읍 등지에서 국내 최대 규모인 210ha(약 64만평)에서 쌀농사를 짓고 있는 농업회사법인(주)한들 이동옥(46) 대표는 미래 식량전쟁시대는 꼭 올 것이며, 그래서 우리 쌀산업은 경쟁력을 갖춰 유지돼야 함은 물론 더욱 발전돼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다.

그는 농과계 고등학교를 졸업한 직후 바로 농업에 뛰어들어 군대생활을 제외한 25년 가까이 벼 농사 한우물을 파고 있다. “부친께서 논을 물려주신 이유도 있었지만, 땀을 흘린 만큼의 보람을 안겨주는 벼농사가 무작정 좋았습니다. 다른 생각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벼 농사로 성공하겠다는 일념뿐이었습니다.”

이 대표가 농업회사법인을 설립한 것은 지난 1990년대초다. 농지의 규모화를 통한 생산비 절감을 추진하고, 특히 고품질쌀 생산에 전념하기 위해서다. 그 이후 국산 쌀의 차별화와 고급화를 위해 양질의 국산품종을 선택해 고품질 벼 재배면적을 계속 확대해 왔다.

이 과정에서 큰 힘이 된 것이 무안군농업기술센터다. “농업기술센터에서 실시하는 교육에 적극적으로 참가했으며, 센터를 통해 소개받은 대학교수 등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벼 품종 선택에서부터 고품질 쌀 생산 재배 노하우까지 습득할 수가 있었습니다.”

그가 재배하는 벼 품종은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신동진벼’를 비롯한 ‘백옥찰벼’와 전남농업기술원에서 지역 특성에 적합하게 육성한 ‘전남3호’와 ‘전남6호’ 등 순수 국산이다.

쌀알이 굵고 밥맛도 좋아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 선호하는 품종 중 하나인 ‘신동진벼’는 중만생종으로 그가 가장 많이 재배하고 있다. 또 ‘백옥찰벼’는 충청도 이남지역의 기후 조건에 맞게 개량된 품종으로, 수율이 높고 미질이 좋아 학교급식에도 많이 이용되고 있다. 그는 현재 백옥찰벼를 20ha에서 재배하고 있다.

조생종 ‘전남3호’는 병충해에 비교적 강하고 수발아도 잘 되지 않은데다 미질과 밥맛이 좋아 재배하고 있는 품종이다. ‘전남6호’도 줄무늬잎마름병, 벼흰잎마름병 및 쓰러짐에 강하고 고품질이어서 재배면적을 늘리고 있는 품종 중 하나다.

이 대표는 앞으로 생산량이 적으면서, 고품질 벼품종 재배면적을 늘릴 계획이다. “쌀 과잉시대를 맞아 다수성보다 생산량이 적지만 고품질 벼 품종 재배를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그 일환으로 밥맛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새칠보벼’를 올해 처음 시험재배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미질은 물론 재배안전성 등을 고루 갖춘 국산 우수 품종을 선택해 재배에 성공하면 법인 소속은 물론 주변 농가 등에 적극 권장할 계획입니다.”

이동옥 대표가 논 타작물재배로 생산한 총체벼를 소에게 먹이고 있다.

이 대표는 특히 쌀산업도 살리고 축산업도 살리는 경축순환형 농업 시스템을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대규모의 쌀농사를 지으면서 현재 한우 200두를 사육하고 있는 이유다. 논에서 타작물로 재배된 총체벼 등을 사료로 쓰고 한우를 키우면서 나오는 거름을 벼 생산을 위한 퇴비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 지난해부터 추진하고 있는 정부의 논타작물재배지원사업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 “1인가구가 증가하고 식생활 서구화로 쌀 소비가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고품질 쌀도 생산해야겠지만, 쌀 과잉생산으로 인한 가격하락을 막기 위해서도 논 타작물재배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콩과 조사료 등을 자급자족할 수 있기 때문에 그야말로 일석이조가 아닙니까.”

그는 올해 법인 소속 농가와 함께 정부의 논타작물재배지원사업에 130ha를 신청했다. 콩과 사료용 옥수수, 총체벼(사료작물), 이탈리안라이그라스(IRG), 잔디 등을 재배하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생산되는 다른 작물은 자급사료로 이용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현재 소규모로 자가배합사료 생산을 위한 공장을 짓고 있다.

“논 타작물로 생산된 콩과 옥수수, 사료작물 등을 혼합해 자가배합사료를 만들 계획입니다. 앞으로 배합비 등을 전문가들과 상의해야 하겠지만, 꼭 성공시켜 국내 경축순환형 농업의 모범을 보이겠습니다. 당연히 논 타작물재배는 계속돼야 하겠죠”

이 대표의 이같은 대규모의 고품질 쌀 적정생산과 경축순환형 농업시스템 추진이 알려지면서 전국의 들녘경영체 소속 농가는 물론 관광객까지 발길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들에 대한 대접을 절대 소홀히 하지 않는다, 우리 농업을 지키는 동지이자, 국산 쌀의 소비 확대를 위한 잠재적 고객이라고 이 대표는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가장 신경을 쓰는 문제가 고령화된 농촌에 활기를 불어 넣기 위해, 젊은층을 유입하는 것이다. 그는 실제 30∼40대 청년 4명을 법인 소속으로 전환시켜, 10∼20ha 정도의 논을 경작하게 하고 있으며, 이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때까지 적극 도울 계획이다.

이 대표는 “농촌 고령화가 정말 심각한 문제입니다. 젊은층의 농촌 유입을 적극 추진해야 합니다. 농업을 지키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입니다. 이를 위해 일자리도 늘려야 하겠지만, 농사를 지으면서 소득을 높이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젊은층에게 농업이 미래성장산업이라는 것을 제가 증명해 보일 것입니다. 물론 농과계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아들에게도 농업을 가업으로 승계할 예정입니다.”라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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