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농신문=편집부] 8월 18일은 ‘쌀의 날’ 이었다. ‘쌀의 날’은 한자 쌀 미(米)를 八十八(팔십팔)로 풀어, 쌀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818번의 농부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의미를 담아 8월 18일로 농림축산식품부가 지정했다고 한다. 쌀을 생산하는 농업인들의 수고에 감사를 표하고, 쌀의 소중함을 되새기기 위해 2015년부터 시작돼 올해로 5회째를 맞았지만, 이를 아는 국민은 드물다.

농식품부는 올해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는 프로야구를 이용해 ‘쌀의 날’ 홍보에 나섰다. 농협과 함께 18일 광주시 북구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진행된 기아타이거즈와 KT위즈 프로야구 경기에서 ‘쌀의 날’ 기념행사를 개최한 것이다.

‘쌀이 답이다!’를 주제로 한 이번 행사는 야구장을 방문한 시민들은 물론 전국민에게 ‘쌀의 날’ 의미를 알리고 우리 쌀에 대한 관심을 유도한다는 계획 아래, 우리 쌀 818㎏ 기부 전달식과 함께 쌀 가공식품(식혜, 그래놀라바)을 나눠주는 등의 이벤트도 진행됐다.

문제는 ‘쌀의 날’을 지정해 운영할 만큼 국민들의 쌀 소비가 계속 감소하고 있다는데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61kg으로, 최근 10년간 평균 1.79% 감소했으며, 1988년 연간 쌀 소비량 122.2kg에 비해 쌀 소비가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1인 가구와 맞벌이 가정의 증가, 그리고 서구화된 국민 식습관의 변화 등의 탓이다.

정부도 이같은 소비 감소추세에 맞춰 논 타작물 재배와 휴경을 통한 쌀 생산조정 정책과 함께 최근 소비가 늘어나고 있는 쌀 가공식품 육성, 범국민적 소비촉진운동 등 쌀 수급안정을 위한 다각적인 대책을 추진하고는 있지만 한계에 부딪치고 있다.

이제는 벼 재배농가들이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 과거 통일벼를 퇴출시켰듯이 즉 다수확 품종이 아닌 고품질, 기능성을 갖춘 쌀 품종으로 과감히 전환해 생산계획을 세워야 한다. 최고품질 품종을 재배하고, 완전미(품종고유의 특성을 갖춘 전체가 고른 쌀) 비율을 높여 쌀 소비를 늘려 나가야 하는 것이다.

여기에 우리 쌀의 경쟁력 강화와 노동력 절감을 위해 벼 재배방법도 볍씨를 직접 논에 파종하는 직파재배와 육묘 모판수를 줄이는 소식재배로 바꾸면 금상첨화다. 그런 점에서 농촌진흥청에서 지난 2017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쌀 적정생산을 위한 ‘3저‧3고 실천운동’은 매우 시의적절하며, 농업인들의 적극적인 동참이 필요하다 하겠다.

이와 함께 농협 등이 앞장서서 지역별로 특색있는 얼굴 있는 쌀을 만들어 상품가치를 높이기 위한 노력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가장 밥맛이 좋은 대표품종을 지역 브랜드 쌀로 선정해, 품종별 구분 수매와 보관‧가공을 통해 쌀의 품질을 보장하자는 것이다.

특히 항구적 쌀 소비 촉진대책의 일환으로 쌀자조금제도를 전향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 쌀 자조금은 쌀을 생산하는 농업인단체(자조금조성단체)가 소비촉진 및 시장개척 활동을 위해 조성한 금액에 대해 정부에서 1:1 매칭펀드로 지원해 조성된 자금이다.

물론 일부 농업인단체에서는 쌀 자조금제도에 대해 우리 주식인 쌀을 지키기 위한 정부역할을 방기하고 농업인에게 세금을 더 내라는 정책으로,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한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정부와 지자체 주도의 직거래 유통망, 향우회, 자매결연단체 등을 통한 쌀 소비촉진운동은 단기적인 대책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제는 생산자단체가 나서 자조금을 조성해 우리 쌀 소비홍보를 비롯한, 기술‧공동브랜드 개발, 고품질 쌀생산 조사·연구 등에 나서야 할 때가 왔다. 농업인단체들간 이견으로 당장 시행이 어렵다면, 우선 임의자조금제로 출발한 뒤 여건이 성숙된 후에 쌀 의무자조금제로 전환하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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