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농신문=편집부] 오랜만에 농업계에 희소식이 전해졌다. 정부가 우리밀의 품질 향상과 수요 확대 등 밀산업을 체계적, 안정적으로 육성·지원할 수 있는 법적 토대인 ‘밀산업육성법’이 지난달 국회에서 통과돼 국무회의를 거쳐 내년 2월부터 시행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밀 생산자단체 등이 환영하고 있고, 현장 농업인들의 반응도 무척 긍정적이다.

이 법안은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의원 시절인 지난 2017년 말 농가의 소득증대와 식량자급 기반 마련을 위해 대표 발의한 것이다. 주요 골자는 △밀 비축제도의 운영 △밀의 품질관리 강화 △공공기관에 국산밀제품 우선구매 요청 △밀산업 육성 기반조성 및 활성화 촉진 등이다.

구체적으로 수급조절 등을 위해 필요시 밀을 비축하고, 비축시 품질기준에 따라 수매할 수 있도록 했으며, 국산밀의 품질 제고를 위해 용도별 품질기준을 설정하고 품질관리 방법·절차 등을 정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공공기관에 국산 밀·밀가루·밀가공품에 대한 우선구매를 요청할 수 있도록 했고, 5년마다 ‘밀산업 육성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매년 시행계획을 마련하도록 했다. 이외에 밀산업 육성 기반 조성을 위해 연구·기술개발의 추진, 생산·유통·소비기반의 조성 지원, 계약재배 장려, 생산·유통단지의 지정 등도 법안에 포함돼 있다.

밀은 식생활 서구화 등의 영향으로 2017년 기준 국민 1인당 연간 소비량이 32.2kg으로, 쌀 61kg에 이어 두번째로 많이 소비하는 제2의 주식이다. 그러나 밀 자급률은 정부의 무관심과 수입개방에 밀려 1.7%에 불과하다. 우리 밀이 가격과 품질 면에서 수입밀에 비해 경쟁력이 낮은 게 현실이다. 실제 2018년 기준 원료 밀 가격을 보면 국산밀이 수입밀보다 3∼4배나 비싸며, 국산 밀은 면이나 빵 등 밀 가공품을 만들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

밀 자급률이 1%대라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2000년대 초부터 시작된 민간주도의 우리밀살리기운동 등에 힘입은 바 크다. 그나마도 정부지원이 거의 없고 마땅한 판로가 없어 근년 들어서는 밀 재배면적이 계속 감소 추세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2010년 1만2548㏊에 달했던 국내 밀 재배면적은 2015년 1만76㏊, 2018년 6600㏊, 2019년 3736㏊로 계속 줄고 있다.

국수, 빵, 과자 등 국민의 제2주식 원료인 밀 자급률이 낮다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국제 밀 가격인 오르면 국내 물가도 상승하게 될 것이고, 나아가 최근 일본의 예에서 보듯 무역 분쟁이나 주요 수출국의 기후변화로 밀 수입에 차질이 생기면 심각한 식량안보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밀산업육성법’이 제정된 것은 늦었지만 큰 다행이다. 농식품부도 1%대에 불과한 밀 자급률을 2022년까지 9.9%까지 끌어 올린다는 목표 아래 1984년 폐지됐던 밀 정부수매제를 35년 만에 부활해 올해부터 시행하고 있고, 국산밀 음식점 인증제를 도입하는 등 다각적인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제 법이 제정된 만큼 이에 맞는 국산 밀 수매·비축 등 정책이 실현될 수 있도록 관련 예산이 충분히 뒷받침돼야 할 것이고, 국산밀 수요 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학교‧공공기관 등의 급식에 국산 밀·밀가루·밀가공품의 우선구매를 의무화하는 지자체 조례 제정 등도 필요하다 하겠다. 여기에 밀 생산 농업인들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 수입밀과 가격 차이를 최소화하는 제도를 마련하면 금상첨화다.

‘밀산업육성법’ 제정이 우리 밀 산업을 정부차원에서 적극 육성해 식량안보를 굳건히 하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밀 생산 농가의 안정적 소득확보를 위한 큰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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