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호 태풍 ‘링링’이 한반도를 할퀴고 지나가면서 전국에서 농작물 피해가 속출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9일 오전 8시 현재 전국에서 농작물 1만7천707㏊, 시설물 250㏊, 돼지 500마리 등의 피해가 접수됐다. 농작물 피해 중에서는 벼 도복 피해가 9875㏊로 가장 많았으며, 과수 낙과 4천60㏊, 밭작물 침수 1천743㏊, 채소류 침수 1천661㏊, 기타 368㏊ 등의 순으로 피해를 입었다. 과실 최대 성수기인 추석을 목전에 둔 시점이어서 특히 낙과 피해를 입은 배와 사과 등 과수농가들이 망연자실했다.

그나마 농작물재해보험에 가입한 농가들은 사정이 낫다. 약관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가입액에 따라 피해액의 60∼90%까지 보상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재해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농가들이다. 이들 미 가입농가들은 다른 작물을 심을 때 지원되는 대파대와 농약 살포 비용인 농약대만 지원받을 수 있어 사후수습만 가능할 뿐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농어업재해보험법’을 근거로 지난 2001년 도입된 농작물재해보험은 현재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보험료의 85∼90%를 지원하고 농가는 10∼15%만 부담하는 정책보험이다. 시·군이 추가 지원하는 곳에서는 농가부담 보험료는 더욱 낮아진다. 그런데도 농가들의 보험가입률은 여전이 저조한 편이다.

물론 대상품목이 60여개로 다양해지고 지원비율이 높아지는 등의 조치가 취해지면서 보험 가입률은 2017년 29.7%에서 2018년 32.9%, 올해 7월말 기준 35.4%로 늘어나고는 있다. 하지만 농가 10명중 7명 가까이가 재해보험에 가입이 안돼 이번 태풍 피해에서 보듯 뜻하지 않은 자연재해에 거의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기상이변이 일상화될 정도로 기후변화가 빈번해지면서 안정적인 영농활동을 위해 농작물재해보험 가입은 이제 농가들의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당연히 경영안정장치로 농가들이 자발적으로 적극 가입해야 하겠지만, 제도 도입 20여년이 지난 농작물 재해보험 가입률이 아직도 미미한 이유를 정책 당국은 깊이 고민하고 개선대책을 내놔야 한다.

농작물재해보험 가입이 저조한 것은 소멸성으로 보장기간이 짧은데다 농가들 입장에서는 보상금액이 적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피해면적 산정과, 미보상 감수량 책정, 농가 자기부담비율(지급보험금을 계산할 때 피해율에서 차감하는 비율) 등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재해보험 가입시 농지원부 상의 면적으로 보험가입을 받아 보험료를 책정한 뒤, 농작물 피해가 접수되는 경우에만 실제 경작면적을 실측해서 보험적용 면적을 수정하고 있어 보험료 과다 책정이 논란이 일고 있다. 보험 인수 시부터 정확한 실제 경작면적을 측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보험가입 농가들의 불만이 가장 많은 것은 10∼40%에 달하는 자기부담비율이다. 상당수의 피해 농가들이 발생한 피해보다 적은 금액을 보험금으로 지급받고, 피해율이 자기부담비율보다 낮을 경우 아예 보상을 받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농가의 소득보전과 경영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도입된 만큼 자기부담비율 조건을 더욱 완화해야 한다.

이외에 농가의 제초상태 불량 등으로 적용되는 미보상 감수량도 농업인들 사이에서는 지극히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이루지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농작물 재해보험은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 경영안정과 재생산활동에 도움을 주는 정책보험이다. 현장의 의견을 수렴해 보완을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차제에 자동차보험이나 건강보험처럼 의무보험 형식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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