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사율 100%에 달하는 바이러스성 출혈 돼지 전염병인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계속 확산되고 있어 온 나라가 초비상이다. 지난 9월 17일 경기도 파주에서 처음 발생한 ASF는 연천, 김포, 강화 등지로 계속 확산돼 27일 현재까지 모두 9건으로 늘었으며, 의심신고도 계속 들어오고 있다.

ASF는 주로 감염된 돼지의 분비물 등에 의해 직접 전파되고 돼지과에 속하는 동물에만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특히 백신이나 치료약이 없어 돼지는 한번 감염되면 폐사하는 치명적인 병이다.

지난해 8월 처음으로 ASF가 발생한 중국에서는 9개월 만에 31개 성과 시로 퍼져 1억3천 만 마리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베트남과 캄보디아 등으로 번지면서 우리나라를 포함해 발생국이 53개국에 이를 정도로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국내에서 처음 발생한 이 병이 확산된다면 국내 양돈산업은 물론 사료와 가공, 외식 등 관련산업까지 그 피해는 상상할 수가 없다. 구체적으로 양돈산업 자체 피해 8조원과 관련 산업까지 더하면 그 피해규모가 수십조원이 넘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를 비롯한 방역당국이 초비상이 걸린 이유다. 방역당국은 병 발생 직후 위기경보를 최고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하고, 살처분 등의 긴급 방역조치를 시행 중이다. 또 전국 단위의 일시적 이동중지 조치 발동과 함께 중점관리지역을 경기 북부 6개 시군에서 경기‧인천‧강원 전체로 확대했다. 관계부처 합동으로 공항만에서 해외여행객 휴대품에 대한 일제검사와 함께 불법 수입 축산물에 대한 유통‧단속도 강화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감염경로를 파악해 그에 맞는 방역대책을 세워야 하지만, 아직까지 어떤 경로를 통해 바이러스에 감염됐는지 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은 고강도의 병 확산 차단방역에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특히 ASF의 잠복기가 최대 19일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 병 최초 발생 후 3주간, 오는 10월 초순까지 가장 중요한 시기이므로 이 기간의 철저한 방역관리가 필요하다.

우선 농가 단위에서의 소독이 가장 기본적이면서 중요하고, 사람과 차량 및 가축 등의 출입을 통제함은 물론 감염원으로 추정되는 멧돼지와의 접촉 차단을 철저히 해야 한다. 또한 전국의 지자체에서는 관내 농장과 도축장 등 축산관련 시설에서 소독 등 방역 이행상황을 꼼꼼하게 점검해 빈틈이 없도록 관리해야 한다.

아울러 이번 ASF 발병이 소비자의 소비 심리 위축으로 이어져 양돈농가의 2차 피해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민들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ASF는 인체감염이 없어서 건강에 무해할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생산되는 모든 돼지고기는 도축장에서 철저한 검사를 거쳐서 안전한 돼지고기만 시중에 공급된다고 한다. 막연한 두려움으로 돼지고기 소비를 줄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당연히 언론들도 선정적인 이미지나 보도를 삼가야 한다.

우리는 이미 구제역과 AI 등 치명적인 가축전염병을 성공적으로 막아냈던 경험을 갖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 생산농가가 협력해서 철통방역체계를 재가동하고, 국민들이 한 마음 한뜻으로 힘을 보탠다면 이번 아프리카돼지열병 사태도 조속하게 마무리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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