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단체, “통상·식량주권 포기선언, 총력 투쟁” 선포…정치권도 가세

‘WTO 개도국지위 유지 관철을 위한 농민공동행동’이 25일 정부서울청사 별관 앞에서 한국의 WTO 개도국 지위 포기 방침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전업농신문=장용문 기자] 정부가 25일 사실상 세계무역기구(WTO) 내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를 결정하자 농업계가 총력 투쟁을 예고하고, 정치권이 가세하는 등 후폭풍이 일고 있다.

정부는 이날 제208차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우리 농업의 민감분야는 최대한 보호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협상할 권리를 보유·행사한다는 전제 아래 미래 WTO 협상에서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래의 WTO 농업협상에서 쌀 등 국내 농업의 민감분야를 최대한 보호하고, 국내 농업에 영향이 발생할 경우 피해 보전대책을 마련하며, 우리 농업의 근본적인 경쟁력 제고를 위한 대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이와 관련, 전국 33개 농축산단체로 구성된 ‘WTO 개도국 지위 유지 관철을 위한 농민공동행동’은 이날 성명을 내고, “WTO 개도국 지위 포기는 통상주권, 식량주권 포기”라며, 총력 투쟁을 예고했다.

농민행동은 “계속되는 수입개방정책으로 농산물 값이 연쇄폭락을 맞았고, 농지투기정책은 과반수 이상의 부재지주를 낳았으며, 국가예산 대비 농업예산도 역대 정권 중 최저치를 찍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WTO 개도국 지위 포기 방침을 보이며 농민의 간절함을 짓밟았다”고 강력 비난했다.

농민행동 소속 회원들은 앞서 이날 오전부터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WTO 개도국 지위 포기 방침을 철회하라”며 시위를 벌였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도 이날 발표한 성명을 통해 “농민단체들이 개도국 지위 포기 시 관세·보조금 혜택 축소로 국내 농산물의 생산기반 자체가 붕괴될 위험이 있어 절대 불가하다고 주장해 왔는데도, 정부는 피해 대책 마련에 소홀한 채 결국 개도국 지위를 포기했다”고 비판했다.

한농연은 이에 따라 ““앞으로 상경집회 등을 통해 한농연 14만 회원을 비롯한 250만 농업인의 뜻을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농업인단체연합도 같은날 성명을 내고, “농업현장의 절박함을 담아 WTO개도국 지위는 반드시 사수돼야 한다고 수차례 촉구했지만, 정부는 이를 무시하고 대한민국 농업의 마지막 보루인 WTO 농업 개도국 지위를 사실상 포기했다”면서 “300만 농민은 농업이 내팽개쳐진 현실을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어떠한 투쟁도 불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치권도 정부의 이번 결정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황주홍 위원장은 25일 “대한민국 정부가 대한민국 농민을 포기하는 선언을 했다”는 긴급 성명서를 발표했다.

황 위원장은 성명에서 “미중 간의 무역갈등 심화에 따른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압력에 의해, 24년 간 유지해온 개도국 지위를 포기했다는 것은 국내 다른 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농업 분야의 피해를 최대화하겠다는 판단에 다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황 위원장은 “농해수위는 지난 17일 여야 의원 만장일치로 개도국 지위 유지 촉구 결의안을 채택한 바 있으며, 이 정신에 따라 정부는 이제라도 초심으로 돌아가 개도국 지위를 유지해줄 것을 진심으로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자유한국당 홍문표 의원도 25일 성명을 내고 “5천만 국민의 안전한 먹거리와 생명산업인 농어업을 지키기 위해 24년 동안 300만 농어민, 축산인들이 피와 땀으로 지켜온 개도국 지위를 문재인 정부가 앞장서 포기했다”고 비난했다.

홍 의원은 “영세 소농 고령농이 70%에 달하고, 20년째 농가소득이 제자리걸음이며, 연간 200억달러 육박하는 농산물 무역적자에 놓여있는 현실에서 개도국 지위가 사라질 경우 수입농산물 관세감축에 따른 막대한 피해로 농업·농촌이 존폐위기에 처해있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전국의 모든 농업인, 축산인들과 함께 맞서 싸울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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