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원예특작환경과 농업연구관 정봉남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원예특작환경과 농업연구관 정봉남

수박은 물이 많고 씹을 때 아삭거리는 식감 때문에 습하고 더운 여름철 가장 인기 있는 과일이다.

그러나 수박이 오이녹반모자이크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붉은 색 과일부분이 물러져서 먹을 수 없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수박에 발생하는 오이녹반모자이크바이러스(Cucumber Green Mottle Mosaic Virus, CGMMV)병이 처음 알려진 것은 1992년이다.

이후 수박을 재배하는 농민들이 바이러스 병의 전염이 이루어지는 경로와 증상에 관해서 알게 되었고, 열처리를 한 종자를 구입해 사용하면서부터 넓은 면적에서 발생하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수박 재배지에서 부분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그대로 방치하는 경우 재배지 전체에 확산할 수도 있다.

오이녹반모자이크바이러스의 최초 전염원은 바이러스에 오염된 종자이다. 오이녹반모자이크바이러스는 접촉으로 매우 잘 전염되는 바이러스인데,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수박에서 종자를 채집하는 경우 종자가 바이러스에 오염된다.

현재 종자회사들은 종자 껍질에 오염된 바이러스를 불활성화시키기 위해 고온 처리를 하고 있다.

그런데 종자 발아율 때문에 바이러스가 불활성화 될 만큼 높은 온도로는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묘는 농작업이 이뤄지는 동안에 옆 수박으로 바이러스를 옮기게 된다. 오이녹반모자이크바이러스 병이 발생하였던 수박 재배지에서는 토양에서도 바이러스가 검출된다. 이 토양에 수박을 다시 심게 되면 뿌리를 통해서 바이러스가 전염될 가능성이 있다.

바이러스 병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감염된 식물체를 빨리 찾아내는 기술이 중요하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는 농가현장에서 오이녹반모자이크바이러스를 바로 진단할 수 있는 키트를 개발해서 전국시군센터에 보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이 바이러스 병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오이녹반모자이크바이러스 병에 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의 챨스톤에 있는 미국 농업연구청 소속 채소연구실에서는 신젠타, 바이엘 작물과학, 몬산토(현 바이엘) 같은 글로벌 종자회사에서 받은 예산으로 오이녹반모자이크바이러스 병에 대한 저항성 반응을 보이는 유전자원을 선발, 교배를 통해 저항성을 축적한 계통인 USVL18-157VR을 양성하였다.

미국 농업연구청에서는 이 계통을 저항성 품종 육종을 위한 모본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외부 기관에 분양하고 있다.

또한 오이녹반모자이크바이러스에 오염된 수박 종자를 불활성화하는 방법으로 고온 대신 화학물질 처리 방법을 사용하고자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유망한 화학물질을 선발해서 확인 실험을 하고 있다. 종자의 배에 피해를 주지 않고 바이러스를 완전히 불활성화시킬 수 있는 화학물질을 개발한다면 고온처리보다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작물을 재배할 때 바이러스 병으로 인한 피해를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저항성 품종을 재배하는 것이다.

머지않아 오이녹반모자이크바이러스에 감염되어도 피해 증상이 없는 수박품종이 나오게 될 것이다. 그리고 수박 종자를 더 효과적으로 소독해 오염된 종자를 통한 전염도 줄어들게 될 것이다.

과학자들의 노력으로 농업인들이 공 들여 키운 수박이 소비자에게 가기도 전에 버려지는 일이 없기를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전업농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