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오 이사농정연구센터 이사

강원대학교 교수

한국과 일본의 농업에서 쇠고기는 쌀과 함께 경제적 재화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는데, 최근 양국의 상황을 보면 모두 어려운 국면을 맞고 있다.

외견상 양국은 시장개방과 고령화로 송아지 공급기반이 취약한 상황에서, 송아지가격이 상승하여 비육농가들이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그러나 좀 깊이 들여다보면 대응방식이나 상황이 상당히 다르다. 어떤 부분에서는 우리가 시사점을 얻을 수 있는 내용도 적지 않다고 생각하여 그 일부를 소개하고자 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TPP의 장래가 불투명해졌지만, 일본은 TPP로 인해 자국의 육용우산업이 큰 타격을 입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그러한 분위기를 반영해서인지, 지난 3월 29일 치바(千葉)대학에서 열린 일본농업경제학회 주최 한일 심포지엄 「자유무역 하에서 국내 육우생산에 미치는 영향-한일 비교를 통해」는 매우 열띤 분위기였다. 사가(佐賀)대학 시나가와 마사루(品川 優) 교수가 좌장을 맡고, 일본에서 오이타(大分)대학 오로 코헤이(大呂興平) 교수가 「일본 육우부문의 생산구조와 입지 변동-TPP의 영향과 관련하여」라는 주제로 발표하였다.

한국 측에서는 건국대학교 최승철 교수가 「개방화시대의 한우 생산구조 변화」를 주제로 발표하였다. 지정토론자로는 일본 측 발표에 대해 북해도대학 히가시야마 칸(東山 寬) 교수가, 한국 측 발표에 대해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우병준 박사가 나와 토론하였다. 청중토론에서 많은 일본 학자들은 한미 FTA 이후 한우산업에 어떠한 영향이 나타나고 있으며, 한국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궁금해 했다.

오로 교수는 2014년 「일본의 육용우 번식경영-국토 주변부에서의 성장 메커니즘」이라는 책을 발간하기도 한, 젊은 경제지리학자이다. 최근 일본도 육용우경영, 특히 번식경영에 대해 연구하는 학자가 극소수로 감소하였는데, 소장 학자가 이 부분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하고 있어 크게 기대하는 분위기이다. 오로 교수가 그날 밝힌 연구결과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 우리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먼저, 198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일본의 화우 공급은, 기존의 송아지 산지가 축소·정체되는 대신 북해도와 오키나와의 송아지 생산이 급증하여 전체적으로 현상유지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이후 두 지역의 번식기반이 급속히 취약해지고 있는데, 이것이 전체적인 송아지 공급부족을 초래하였고, 이는 현재의 송아지가격 급등의 원인이 되었다.

두 지역에서 번식우 사육이 감소한 이유는, 그동안 북해도의 밭작물이나 오키나와의 사탕수수 농가들이 부수입원으로 번식우를 키워왔는데, 그 농가들이 고령화로 많이 경영에서 은퇴하였다는 점이다. 또 규모가 큰 번식경영은 번식우 개체관리에 수반되는 기술적 특성 때문에 경영이 불안정하거나 악화된 경우가 많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한우 사육두수가 많은 지역은 경북과 전남이다. 경북은 밭농사가 성하고 전남은 논농사지대이다. 앞으로 이들 지역에서 번식우와 복합경영을 이루고 있는 작목에 FTA 등의 영향으로 변화가 초래되거나, 또는, 현재의 번식농가가 고령으로 은퇴하고 후계자가 없게 되면 한우산업도 유사한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고 본다.

오로 교수는 번식경영의 이러한 특성을 반영하여 세심한 대응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다음과 같이 피력하고 있다. “단순히 생산자 가격을 뒷받침하거나, ‘긴급대책사업’으로 무리한 자본투자를 유도하면 안 된다. 지역에서 번식경영이 농업경영 및 생활 속에 조화를 이루며 의미 있는 것으로 뿌리내리게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예컨대 지역 내 비농가 가구도 부수입원으로 저 자본 번식경영에 참여하도록 유도한다거나, 개체관리 기술의 표준화 및 매뉴얼 화, 젊은 세대에게 대규모 번식경영이 보다 매력적인 사업이 되도록 만드는 등, 현장의 제약요소를 철저히 파악하여 구체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밖에 미야자키나 나가사키 등 번식경영이 성한 지역에서 전개되고 있는, 고령 번식농가를 위한 시스템적 지원노력은 우리가 참고할만하다. 예를 들어, 일본의 대표적인 육용우 생산지대인 미야자키(宮崎)현 아야(綾)정은 아야 농협과 손잡고, 2003년부터 「캐틀 스테이션」(Cattle Station, CS)이라고 하는 송아지 수탁 사육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번식농가는 어린 송아지를 CS에 위탁사육 함으로써 축사의 빈 공간에 번식우를 추가 입식하여 규모 확대를 꾀할 수 있다. 통상 번식농가는 생후 3∼4개월령의 송아지를 CS에 위탁하여 6개월 동안 육성 후 9∼10개월 령에 가축시장에 출하한다. 아야정에서 CS 시설의 건축비를 100% 부담하고, 아야 농협이 관리·운영한다.

※원문:농정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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