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모심기 체험

함께 식사를 한다는 것

홍지영 농정연구센터 연구원

맞벌이 부부의 증가와 자녀들의 바쁜 학업 일정으로 가족 모두가 모여 식사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가끔 식사를 함께해도 TV 시청, 스마트폰 게임 등을 하는 경우가 많아 가족 간의 대화도 줄고 있다. 가족이 함께 식사를 하면서 대화와 소통을 통해 유대감을 형성하는 동시에 인성을 키워나갈 수 있는 ‘밥상머리 교육’이 사라지고 있다.

‘밥상머리 교육’의 효과는 이미 해외의 연구결과를 통해 입증되었다. 콜롬비아 대학교 약물오남용 예방센터(CASA)가 청소년 1,2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가족식사를 함께하는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A학점을 받은 비율이 약 2배 정도 높게 나타났다.

또한 하버드대 캐서린 스노우 박사팀은 만 3살 어린이가 책읽기를 통해 배우는 단어는 140개지만 가족식사에서 하는 대화를 통해서는 1000여개를 학습한다고 밝혔다. 일본 아키타 현의 연구에서는 가족과 함께 식사하는 아이가 문제 해결 능력이 뛰어나며, 학교에서 일어난 일을 가족과 이야기하는 아이의 성적이 전국 학력 평가에서 높은 경향을 보였다.

이러한 연구결과에 힘입어 교육과학기술부에서도 밥상머리 교육 실천지침 10가지를 내놓으면서 밥상머리 교육의 효과가 뛰어나고 중요하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함께 식사를 한다는 것’이라는 주제로 함께 모여 식사를 한다는 것에서 밥상머리 교육과 더불어 더욱 의미 있는 것이 이루어질 수 있음을 알리고자 한다.

함께 모여 식사를 하는 것은 먹거리 체계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먹거리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며 먹거리의 개념이 확립되도록 돕고, 올바른 식습관을 형성하여 건강한 삶을 살 수 있게 만든다. 먹거리 교육 및 함께 식사하는 활동을 통해 이를 실천하고 있는 사례를 소개한다.

일본 돗토리현 돗토리 어린이 학원 “농업이 가진 교육의 힘”

사회복지법인 아동양호시설인 「돗토리 어린이 학원」은 1906년 돗토리 고아원을 설립하면서 시작되었다. 전체 정원은 15명이며 지역청년 서포트 스테이션, 퇴소한 아동의 애프터케어 사업 등 관련 시설과 공동으로 다양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후지노 원장은 농업이 가진 교육의 힘이 강하다고 생각하여 학대를 받은 아이들을 위한 자립지원 방법으로 농작업을 선택하였다. 이후 학원 안에 농업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여 작은 농장에서 채소와 표고버섯을 재배하고 닭을 기르고 있다.

학원 직원 중에는 농업전문가가 없기 때문에 인근 농가에 협조를 요청해서 채소 재배방법 등을 배우고 있다. 지역의 자원봉사단체 ‘코우회’의 주최로 모내기, 벼 베기 등 벼농사체험도 하고 있다.

학원에서는 아이들이 직접 재배한 농산물과 계란을 이용하여 음식을 만들어 함께 먹으며 생산부터 먹는 재미까지 느낄 수 있다. 후지노 원장은 아이들이 직접 만든 요리는 남기는 양이 적고 특히 자신들이 만든 요리는 맛있게 잘 먹는다고 전하였다.

후지노 원장은 농작물의 재배, 가축 사육 등을 통한 농업의 기본적인 활동에서 상처받은 아이들을 치유할 수 있는 농업의 교육적인 힘이 발휘된다고 하였다. 또한 어린나이에 바른 먹거리를 접하고 구별하는 것은 농업의 가치를 깊이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밝혔다.

일본 카나가와현 엔도홈_“함께 모여 식사하는 것으로 자립심을 기르다”

「엔도홈」은 1991년 요코하마시의 요청에 따라 엔도 히로시씨와 부인이 함께 개설한 자립지원홈2)이다. 이곳에서는 학대를 받거나 돌아갈 집이 없는 청소년들이 잠시 동안 엔도 부부와 생활을 하면서 자립을 준비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식사시간은 가장 즐거운 시간이지만, 엔도홈에 온 아이들은 식사를 하는 장소가 가장 힘겨운 장소이다. 학대를 받은 아이들 중에는 부모의 기분에 따라 바로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식사를 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험으로 주목받는 것을 두려워하고 긴장감이 감도는 불편한 상황에서 식사하는 아이들이 많았다고 엔도원장은 말하였다.

엔도홈에서 생활하고 있는 아이들은 어린시절 겪은 학대와 마음의 상처로 사람에 대한 불신감이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엔도원장은 이들의 자립을 위해서는 우선 안정적으로 생활하며 서로가 의지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맛있는 밥을 모두가 천천히 먹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저녁식사시간 7시 30분에 모두 모여서 2시간 정도 식탁에 머무는 것이 이곳의 유일한 원칙이다. 이외에 특별한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엔도원장은 ‘식사’는 아이들의 성장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고, ‘식탁’은 영양을 섭취하는 것뿐만 아니라 언어와 문화가 만들어지는 장소라고 생각하고 있다.

엔도원장은 ‘식교육’이란 단어를 자주 듣지만 음식은 단순히 신체적‧물리화학적인 영양을 섭취하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인 영양을 쌓기 위해서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에는 식사를 직접 만들지 않는 부모도 많아졌지만, 식사를 만드는 것과 식탁에 앉아 함께 식사를 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애정을 전달할 수 있는 훌륭한 방법이라고 전하였다.

돗토리 어린이 학원과 엔도홈의 사례를 통해 직접 키운 농산물을 함께 식사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식사를 하는 것은 단순한 영양의 섭취가 아니라 신체를 건강하게 하고 바른 인격을 형성하는 데에 깊이 관여한다. 더 나아가 자립심을 기르고 더 좋은 먹거리를 분별할 수 있는 안목도 갖게 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

오늘 저녁, 혼밥‧혼술도 좋지만 가족, 친구, 동료와 함께 건강한 한 끼를 나눠보는 것은 어떨까? 

 

원문: 농정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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