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나
농정연구센터 선임연구원


지난 6월 15일, 농어업정책포럼·대안농정대토론회조직위원회·농업과행복한미래는 주요 농정공약을 점검하고 실천방향을 모색하는 [문재인 대통령 농정공약 실천을 위한 제1차 전략 세미나]를 개최하였다.

이번 1차 세미나는 "푸드플랜,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문재인 대통령의 농정공약 중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의 생산·공급체계에 대한 국가 차원의 종합먹거리전략(푸드플랜) 수립‘의 방향과 과제를 점검하는 시간으로 꾸며졌다.

이날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지역농업네트워크협동조합의 김종안 전무는 국가푸드플랜의 추진방향을 크게 4가지로 제시하였는데 그 골자는 1) 국가먹거리위원회 설치를 통한 국가 푸드플랜 수립 2) 국가 푸드플랜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 3) 국가 푸드플랜과 지역 푸드플랜의 연계성 확보 4) 푸드플랜과 기존 농업정책과의 관계설정 등으로 요약해볼 수 있다.

발제자가 제안한 4가지 추진방향 중 낯선 단어 하나가 있다. 바로 ‘국가먹거리위원회‘이다. 먹거리위원회란 무엇일까? 어떤 기능을 하는 기구일까? 여러가지 궁금증이 들었다. 이러한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푸드플랜을 앞서 추진한 서구의 경험에서 그 내용을 찾아보았다. 이 글에서는 이와 관련해 검토한 내용의 일부를 간략히 소개한다.1)

 

먹거리 전략 수립의 주체로 등장한 도시

먹거리전략은 농촌이 아닌 도시의 제안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도시팽창, 기후변화, 식량가격 등 먹거리를 둘러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 생산주의적 방식이 아닌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인식이 도시를 중심으로 공유되면서 논의가 확산되었다.

2000년대 이후 인식의 변화는 구체적인 실천전략으로 나타났다. 뉴욕, LA, 토론토, 말뫼 등 북미와 일부 유럽도시에서 푸드시스템의 변화를 주창하며 먹거리전략을 수립하기 시작하였다. 서구 선진국의 방식은 소위 먹거리정책위원회로 대표되는 ‘거버넌스‘ 설립과 도시먹거리전략으로 대표되는 ‘계획‘ 수립을 일반적인 특징으로 볼 수 있다.

 

먹거리 거버넌스의 역할

먹거리 거버넌스의 전통은 북미와 노르웨이,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에서 각 1937년, 1954년에 수립한 영양위원회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이 글에서 말하는 먹거리계획의 추진주체로서의 거버넌스 형태는 토론토의 먹거리정책위원회(FPC)가 최초이다.

먹거리정책위원회는 말 그대로 먹거리정책의 설계 뿐 아니라 관련 타 부처정책(건강, 환경, 복지 등)과의 연계·통합을 추진하는 추진기구이다.

조직 구성원은 관련 부처 공무원과 민간 영역의 전문가로 구성되는게 일반적이다. 도시별로 조직원 구성비는 다르지만 먹거리정책위원회에 시민사회 참여를 적극적으로 권장한다는 점은 공통특징으로 볼 수 있다. 실제 시민조직이 위원회에 참여해 먹거리정책에 큰 영향력 미치는 사례로 브리스톨(영국), 우트레흐트(네덜란드) 등이 있다.

기능과 역할에 대한 논의는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서구의 먹거리정책위원회는 다음과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첫째, 가장 중요한 역할은 먹거리전략을 설계하는 것이다. 서구의 도시먹거리전략에 비추어보면, 인간과 환경, 건강, 먹거리를 포함하는 다기능성에 기반한 지속가능한 푸드시스템으로의 ‘전환‘에 설계의 중점을 두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비전, 모니터링 지표, 도시와 농촌 간 상호 실천계획 등을 디자인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둘째, 푸드시스템 관련 연구분야를 발굴하고 의사결정에 필요한 기초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문제진단과 해결방안 도출에 도움을 준다. 또한 푸드시스템에 속한 다양한 주체들을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정책을 제안하고 각종 공공 및 민간부문의 자금지원 기회를 제공한다.

셋째, 푸드시스템 내 각종 이해관계자들과 정책입안자들 간 네트워킹을 촉진시킨다. 푸드시스템 내 존재하는 다양한 주체들 간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도록 하여, 도시가 안고있는 먹거리 문제 및 이해관계가 가시적으로 드러나게 한다.

마지막으로 푸드시스템 내에서 이슈가 되는 내용에 대해 관계자 교육을 진행하거나 학교를 대상으로 먹거리 교육을 추진한다.

 

한국형 먹거리 거버넌스 수립을 기대하며

이번 농정공약에서 제시한 먹거리계획은 이 글에서 검토한 어느 도시 단위의 전략 수준이 아닌 국가 차원의 종합먹거리전략이다. 우리 상황에 맞는 적용이 이루어져야한다. 서구의 도시먹거리전략과 먹거리정책위원회의 추진경험이 국내 국가먹거리전략에 의미있는 참고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국가먹거리위원회의 위상과 역할에 대한 체계적인 개념정립이 필요하다. 그리고 한국의 먹거리전략의 목적과 우선순위를 명확하게 설정하는데 먹거리위원회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참여대상의 범위와 비중을 설정해야 할 것이다.

​또한 북미와 일부 유럽국가에서 먹거리 관련 유사 거버넌스 등의 운영이 밑거름이 되었듯이, 우리나라도 먹거리 거버넌스가 제대로 작동되기 위한 사회적 거버넌스 구축환경을 국가먹거리전략 수립 준비기간 동안 충분히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 충분한 준비와 논의를 거쳐 이번 농정공약에서 제시한 국가차원의 종합먹거리전략 수립과 함께 한국형 먹거리 거버넌스가 의도대로 잘 구축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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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Sonnino R. and Spayde J.(2014), "the ‘new frontier?‘ Urban strategies for food security and sustainability", Sustainable Food Systems, Routledge.

 

※원문 : 농정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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