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생물소재공학과장

찌는 듯이 더웠던 무더위가 한층 꺾이고 어느덧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불어온다. 노랗게 익은 벼로 인해 논이 황금빛으로 물드는 수확의 계절, 가을이 찾아온 것이다. 해마다 가을이 되면 한해 농사를 마무리하기 위해 노란 빛으로 잘 익은 벼를 추수하는 손길들로 농촌이 분주해진다.

쌀은 음식뿐만 아니라 화폐가 생겨나기 전 물품 화폐로도 이용되었으며 우리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가장 중요한 곡식으로 우리나라는 예전부터 지금까지 쌀을 중심으로 한 식생활을 해오고 있다. ‘한국 사람은 밥심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쌀은 우리 민족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우리가 먹는 쌀에는 머리를 쓰고 에너지를 낼 수 있게 하는 영양소가 많이 포함되어 있다. 쌀의 구성성분을 살펴보면 70%가 탄수화물이며 6~7%가 단백질, 소량의 비타민과 무기질, 지방이 포함돼 있다. 탄수화물은 몸 속에서 포도당으로 바뀌어 열량을 내는 에너지 공급원이 되며 단백질은 밀보다 함유랑은 적지만 필수아미노산의 함량이 높아 품질이 우수한 양질의 단백질에 속한다.

지방 함량은 적지만 포화지방산은 적고 대부분이 몸에 좋은 불포화지방산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비타민과 무기질 또한 몸을 구성하는데 필요한 영양분이다. 식이섬유는 열량을 거의 내지 않고 적은 양으로도 포만감을 주므로 비만의 예방과 치료에 효과적이며 구리나 아연, 철성분 등과 결합해 몸 속 해로운 중금속을 흡착하고 몸 밖으로 배출시키는 역할을 한다.

매일 먹는 쌀 속 성분들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쌀을 주식으로 꾸준히 섭취한다면 혈중 콜레스테롤이 낮아져 비만, 고혈압과 같은 각종 성인병 예방에 도움이 되며, 대장에서의 소화과정에서 낙산을 만들어냄으로써 대장암 발생을 억제하는 효과까지 있다고 한다.

또한 쌀에는 피부미용에 좋은 성분을 많이 포함하고 있다. 이미 고대 궁중에서는 쌀뜨물 세안을 이용한 미백법이 유행하기도 하였으며 먹는 것뿐만 아니라 바르는 것으로도 효과가 있어 기능성 화장품의 원료로 쓰이기도 한다. 쌀에 있는 비타민E는 항산화 물질로 피부노화를 방지하고, 식이섬유는 피부에 쌓인 노폐물을 벗겨내 깨끗하게 하며 쌀겨에 있는 비타민B, 수분, 미네랄 성분은 보습효과로 피부를 촉촉하게 가꿀 수 있다.

이처럼 몸에 좋은 성분을 포함하고 있는 쌀에 새로운 기능을 더한 기능성 쌀 상품도 속속 개발되고 있다. 예를 들면 물과 열을 가해야지만 밥이 되는 일반 쌀과 달리 새로 개발된 알파화미는 가열하지 않고 물만 부으면 밥이 된다. 황금 쌀은 쌀에 비타민A 성분을 강화시킨 것으로 야맹증 치료와 식량 부족으로 인한 영양소 결핍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되었다.

이외에도 쌀에 색을 입혀 시각적인 효과를 증진시킨 유색미는 스트레스 저항력을 증가시키거나 신체 노화를 억제하고 면역력을 증진시키는 등의 효과를 가지고 있으며 구수한 향이 나고 식미를 증진시킨 향미 등 기존의 쌀과는 다른 다양한 성분을 증대시킨 새로운 쌀이 개발되고 있어 쌀 또한 시대 변화의 흐름에 맞춰 새로운 변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나라는 서구적인 식습관으로의 식생활 변화와 1인 가구의 증가, 고령화 문제 등으로 인해 쌀 소비량이 급격하게 감소되고 쌀 내수시장은 점점 위축되어 가고 있다. 쌀이 가진 다양한 기능과 영양학적 가치를 잘 활용해 새롭고 다양한 고품질 쌀을 개발한다면 쌀 소비는 확대될 것이고 소비자도 자연스레 우리 쌀, 쌀 가공식품에 눈길을 돌릴 것이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생물소재공학과장 여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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