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 2018.5.26 토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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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축산업 죽이는 부정적 자료화면 보도는 멈췄으면

지난해 11월 17일 전북 고창을 시작으로 1월 16일 현재까지 총 14건의 고병원성 AI가 발생하였다. 이에 모든 언론사는 AI 발생 때마다 관련 뉴스를 연일 경쟁하듯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뉴스와 함께 보이는 자료사진과 화면을 유심히 보게 되면 자극적이고 부정적인 장면에 매번 눈살을 찌푸리지 않을 수가 없다.

오리나 닭 등의 가금류에서 AI가 발생하면 확산 방지를 위해 해당 가축을 살처분하고 있는 실정인데, 국내 대부분의 언론은 뉴스의 자료화면으로 축사 내부의 가축 모습뿐만 아니라 가축의 폐사체나 살처분 장면까지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다. 그나마 나은 곳은 모자이크 처리를 하고 있지만, 누가 봐도 폐사체나 살처분 장면인지 알 수 있는 화면이다. 또한 모자이크 처리를 했다는 것은 언론사 역시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에는 불편한 장면이라고 스스로 인지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렇다면 왜 언론사들은 굳이 그러한 장면을 내보내는 것일까? 더 상세하고 구체적인 사진과 화면을 보여주는 것이 과연 정확한 정보 제공을 위한 투철한 기자 정신이며 언론의 역할인가? 살인 관련 기사를 보도한다면 자세한 뉴스 보도라는 명목 아래, 어떻게 살인을 했는지 끔찍한 상황을 자세히 묘사하고, 진짜 사체 모습을 취재하여 적나라하게 보여줄 것인가?

뉴스를 접하는 시청자들은 정확한 정보를 알 권리도 있지만, 잔인하고 충격적인 장면을 보지 않을 권리도 있다. 실제로 가축 살처분 현장에 투입된 참여자들은 가축 매몰 과정을 지켜보며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으며, 그 심각성을 인지한 한 지자체는 조류인플루엔자(AI) 살처분 참여자 및 피해 농장주 등을 대상으로 무료 심리상담을 지원하고 있기도 하다.

AI 관련 뉴스에 나오는 살처분 장면은 시청자들에게도 실제 현장을 보여줌으로써 간접 경험을 시키며 현장 참여자가 느끼는 고통과 유사한 스트레스를 준다. 수시로 보도되는 뉴스로 인해 간접 경험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누적되면 그 고통의 총량은 결코 작지 않을 것이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듯, 우리는 혐오스럽고 충격적인 장면에 끊임없이 노출되면서도,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도 못한 채 자극적이고 부정적인 이미지에 무뎌져 있는 지도 모른다.

AI 관련 뉴스를 보도할 때마다 오리와 닭, 축사, 살처분 장면을 보도하게 되면 시청자들에게는 가축 사육 자체가 마치 질병 발생의 근원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고, 이는 축산업 전체를 부정적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는 원인 제공을 하는 것이다. 또한 이는 가뜩이나 침체된 축산물 소비심리를 바닥까지 더욱 끌어내리는 연쇄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그렇게 축산물 소비가 바닥을 찍으면, 언론은 또다시 소비를 촉진하겠다며 유명 인사들이 시식하는 장면을 앞 다투어 보도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듯, 소비자인 시청자에게 온갖 혐오감을 주고 난 후 뒤늦게 ‘축산물은 안전하니까 많이 드시라’는 것은 시청자를 우롱하는 처사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한편, 지난 1월 10일 일본의 한 양계장에서도 AI가 발생하여 살처분을 완료했고, 일본 언론 또한 관련 뉴스를 보도하기에 바빴다. 그런데 일본 자체 언론 보도 화면을 보면 국내 언론과는 확연히 다른 점을 파악할 수 있다. 여러 개의 방송화면을 모니터링 해본 결과, 단 한군데도 폐사체나 살처분의 자극적인 장면을 보여주지 않았고, 심지어 닭이나 오리의 직접적인 모습과 축사내부의 사육장면도 보여주지 않았다.

대부분의 장면이 방역복을 입은 사람, 축사외부 전경, 소독 장면, 회의 장면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위에 언급한 자극적이고 부정적인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장면은 거의 보여주지 않았다. 일본 언론은 살처분 현장을 보여주더라도 대부분 밤에 촬영하여 모자이크 처리를 하지 않더라도 어두워서 자세히 보이지 않게 하였고, 현장을 근거리보다는 원거리에서 촬영하였다. 또한 축사 내부의 가축 모습을 보여주더라도 아주 짧게 한 장면 정도 보여주는 것이 전부였다.

결코 화면 편집 과정에서의 우연이라고 여길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일본이 우리보다 취재능력과 기술이 부족해서일까? 혐오스러운 장면을 굳이 노출시킴으로써 축산업 자체에 부정적 인식을 심어주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기 위한 처사라고 생각한다.

우리 언론은 반드시 일본 언론 보도 사례를 주목하여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듯, AI라는 질병관련 보도가 축산업 전체를 무너뜨리는 원인 제공을 해서는 절대 안 된다. 앞으로는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보도가 아닌, 국내 산업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는 건전한 뉴스 보도로 언론사의 경쟁력을 확보하길 바란다.

 

한국오리협회 홍보팀 오미선

편집부  news@pa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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