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유전자변형식품(GMO)완전표시제’ 관련 청와대 청원에 동참한 사람이 21만명이 넘었다. 이로써 청와대는 이와 관련한 공식적인 입장을 밝혀야 한다.

이번 청원의 핵심은 법과 제도를 개정해 GMO를 원료로 한 식품에 예외없이 GMO 표시를 하도록 하고 학교와 공공기관에서의 사용을 전면 금지해달라는 것이다. 또한 ‘Non-GMO’ 표시가 불가능한 현행 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를 개정해달라는 내용이다.

찬반논란은 뜨겁다.

당연히 국내 식품업계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첫 번째 이유는 국내 식품산업의 경쟁력 저하를 야기할 것이라는데 있다. GMO관련 규제가 전혀 없는 미국을 비롯해 일본 등 GMO완전표시제를 시행하지 않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들어오는 제품과의 형평성의 문제로 국내산 제품이 역차별을 받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또한, GMO가 등장한 25년 동안 관련한 부작용은 한건도 보고되지 않았고, 국내는 물론 美FDA에서도 안전성을 공식적으로 확인했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현행법이 유명무실하고, 안전성과 관련된 검증이 부족해 국민 건강권을 위협한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한국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 2017년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GMO식품원료 수입은 228만톤으로 국민 1인당 연간 40kg을 섭취하고 있는 꼴이다. 생각보다 엄청난 양을 섭취하고 있는 셈인데, 최근 경실련·소비자시민모임·아이쿱소비자활동연합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과자, 라면, 두부 등 438개 식품 등에서 GMO 원료 사용 여부가 표시된 것은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찬반논란 속에서 찬반 양측이 GMO완전표시제를 바라보는 프레임이 극명하게 다르다는 점에서 타협의 길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반대측은 기후변화 시대에서 식량확보를 위한 필연적이고 안전한 선택이라는 산업적 논리에 기대어 있다. 찬성측은 국가경쟁력의 측면보다는 개개인의 건강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누가 옳고 그른지 판단하기 어렵지만, 반드시 고려해야할 문제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 국민의 건강을 생각한다면 제도와 법률에 기댈 것이 아니라 과학적인 영역에서 좀 더 본질적이고 장기적인 연구를 계획하고 실행해야 한다.

일례로 ‘흡연’이 ‘폐암’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인과관계를 아직 밝혀내지 못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담배가 폐암발병에 관여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기까지 100년 가까운 세월이 걸렸고,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 각국에서 담배회사와 주무부처간 피해배상 소송이 끊이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담배회사가 일방적으로 패소하는 경우는 없었다. 아직도 의과학계는 담배와 폐암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밝히고, 관련 치료제를 개발하는데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GMO의 안전성에 대한 검증은 길게 봐도 25년이다. 앞으로 50년, 또 세대를 넘어서 다음세대, 또 그 다음세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추적 관찰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안정성을 ‘100%’라고 얘기하는데는 무리가 있다.

두 번째 기후변화 시대에 식량의 안정적인 수급과 우리나라 농산물의 보호를 위해서는 GMO뿐만 아니라 농업전반에 대한 체질 개선과 제도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

남아도는 쌀 때문에 해마다 혈세가 낭비되고 있고, 콩 재배에 적합한 기후에도 불구하고 콩 자급률은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차라리 GMO에 대한 논의와 더불어 대체작물 재배에 대한 농가지원을 큰 폭으로 늘리고, 해당 농산물이 사용된 식품에 대한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 국내 식품산업과 농가가 상생하는 길이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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