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사이 ‘미세먼지’는 우리 일상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매스컴에서는 앞 다퉈 미세먼지 예보를 비중있게 보도하고, 계절불문하고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니는 사람들은 더 이상 낯설지가 않다. 올해는 프로야구 경기도 미세먼지 때문에 취소되는 일도 있었고, 반려동물도 산책을 시키지 말라는 전문가들의 조언도 잇따르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미세먼지는 1군(Group1) 발암물질이다. 미세먼지(PM10)는 입자의 지름이 사람 머리카락 굵기의 1/5~1/7 정도인 10μm 이하로 매우 작아 코, 구강, 기관지에서 걸러지지 않고 우리 몸속까지 스며든다. 농도와 성분이 동일하다면 입자크기가 더 작을수록 건강에 해롭기에 ‘초미세먼지’는 더 무서운 존재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점이 남는다. 사시사철 마스크도 없이 논밭에서 자라고 있는 농산물은 괜찮은 것일까? 이런 궁금증을 풀기위해 한 저명한 농업대학 교수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봤다. 그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괜찮지 않다’고 얘기했다.

황사는 입자가 커서 세척에만 주의를 기울이면 되지만, 미세먼지는 세척하는 방법도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고, 이미 농산물에 미세먼지를 통해 흡수되고 축적된 중금속 등 유해성분은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오히려 반문했다. 특히 쌈을 많이 싸먹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식탁에 올라가는 엽채소는 미세먼지에 더욱 취약하다는 것.

간혹 ‘미세먼지로 지친 몸을 유기농 농산물을 통해서 힐링하자’라는 식의 광고문구도 종종보게 되는데, ‘미세먼지와 농산물’의 역학관계와 이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혼란스럽기만 하다.

환경부에 따르면, 미세먼지는 농작물과 생태계에도 피해를 줄 수 있다. 대기 중 이산화황(SO2)이나 이산화질소(NO2)가 많이 묻어있는 미세먼지는 산성비를 내리게 해 토양과 물을 산성화 시키고, 토양 황폐화, 생태계 피해, 산림수목과 기타 식생의 손상 등을 일으킬 수 있다.

공기 중에서 카드뮴 등 중금속이 미세먼지에 묻게 되어도 농작물, 토양, 수생생물에 피해를 줄 수 있다. 또한 미세먼지가 식물의 잎에 부착되면 잎의 기공을 막고 광합성 등을 저해함으로써 작물의 생육을 지연시킨다.

주무부처에서는 아직 미세먼지와 관련한 농업관련 피해는 없고, 관련한 정보는 관련부서와 협의를 시작했다고 한다. 최근 이슈라 아직 적절한 연구나 대응책을 마련할 시간이 없었다는 것.

농업도 보호해야겠지만, 신토불이(身土不二)를 외치며 우리 농산물을 애용해주는 국민들의 건강을 고려한다면 몇 해 전부터 이슈가 됐던 미세먼지를 최근 일이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매우 옹색한 변명으로 들린다.

적어도 미세먼지에 노출되었을지도 모르는 우리 농산물을 어떻게 세척하고 조리해야 한다는 정도의 정보는 신속하게 줘야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저작권자 © 전업농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