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시범사업으로 시행하게 된 쌀생산조정제도(타작물 재배 지원사업)가 첫해 목표치를 크게 밑돌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예견된 실패’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농식품부는 현재까지 가집계 결과 3만3000㏊의 사업 참여 신청이 접수됐고, 정부가 추진하는 농지 매입사업, 간척지 신규 임대, 신기술보급사업 등 타작물재배사업 면적 4000㏊를 포함하면 목표치인 5만ha의 70% 이상은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농가참여율이 60%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실패’라는 수식어가 벌써부터 따라다닌다.  ‘쌀생산조정제’는 이름만 다를 뿐 알맹이는 같은 사업의 진행을 반복해온 탓에 별 다른 감흥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사실 쌀 생산을 제한하는 사업은 태생적인 문제가 있다.  ∆쌀값 상승 기조 ∆벼 재배의 용이함 ∆타작물 재배 지원금의 형평성 등이 사업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음에도 뾰족한 대책 없이 쌀전업농들에게 희생을 강요해 왔다. ha당 조사료 400만원, 일반 340만원, 콩 280만원이 벼농사의 수익과는 애초부터 비교도 되지 않았고, 타작물 재배에 따른 판로확보가 민관과의 수매를 약정하지 않은 대부분의 농가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한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실패’라고 결론을 내리는 것은 매우 섣부르고 편협한 시각이다.

첫 번째는 참여한 농가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참여농가들이 ‘셈’이 흐려서 사업에 참여한 것은 아닐 것이다. 대체작물을 통해 불균형한 농산물의 자급률을 높이고, 나아가 지속가능한 농업, 글로벌경제 시대에 대응 가능한 농업구조를 만드는데 일조하고자 리스크를 감수하고 사업에 뛰어들었을 것이다. ‘쌀전업농이 호구냐?’라는 험악한 구호 속에서도, 한쪽에서 묵묵히 동참해온 농가들에게 존경을 표해야 한다.

두 번째, 시범사업은 부족함을 드러내 대안을 만들기 위한 과정이다. 물론 당국은 이미 비슷한 사업을 통해 얻은 대안, 즉 지원금의 현실화, 판로의 개발, 대체 작물 범위의 확대 등의 카드를 주머니 속에서 아직 꺼내놓지 않았다. 대안은 명약관화한데 농민들의 희생만 강요해왔다는 비난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세 번째, 해당 사업은 겪어봤듯이 한시적인 사업은 아니다. 물론 한시적이어서도 안된다. 체질개선을 해내가는데 비용과 시간이 얼마나 소요될지 판가름 하는 기간은 어떤 일이든 필요하다. 체질이 바뀌는 것이 사람이든 사업이든 한달음에 이뤄지는 법은 없다. ‘언발에 오줌누기격’의 사업이 아니라 국가의 백년 식량계획을 염두한 사업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많은 시행착오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계속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느 순간부터 ‘실패’라는 말을 사람들이 쉽게 사용하는 것을 본다. 목표치의 60%이상에 자발적 농심(農心) 관여했다면, 실패보다는 ‘절반이상의 성공’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오히려 합당하다. 나머지 40%는 정부의 몫이라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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