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 2018.5.26 토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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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막걸리도 상표달린 전용잔이 필요해

[전업농신문=편집부]SNS에서 와인 잔을 직접 골라 마실 수 있는 와인 펍이 인기다. 이곳에 가면 취향에 맞는 잔에 음료를 섭취할 수 있어 능동적인 소비자들이 즐겨 찾는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막걸리는 좀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술이 아닐까 싶다. 막걸리는 잔 선택의 폭이 훨씬 더 넓기 때문이다.

막걸리 잔은 막걸리의 오랜 역사만큼이나 다양한 변화가 있었다. 삼국 시대에는 토기 잔, 고려 시대에는 청자 팔각 잔, 일제강점기 시대에는 양은그릇 등 우리 조상들은 다양한 잔으로 막걸리를 마셨다. 오늘날에도 막걸리 잔은 소주잔이나 맥주잔처럼 정형화되어 있지 않다.

현대에 들어 막걸리 잔을 규격화하려던 시도도 있었다. 지난 2010년 농림수산식품부에서는 막걸리의 알코올 함량(6%)을 고려해 잔의 용적을 150∼200mL로 한 막걸리 잔 공모전을 열었고, 그 결과 16가지 막걸리 잔을 발표했다. 또, 2015년에는 한국막걸리협회에서 바이오플라스틱으로 만든 130mL 막걸리잔을 개발해 시민들에게 무료 배포하는 등 막걸리 잔을 공용화 하는 데 열의를 다했다.

그러나 그 노력이 무색할 정도로 막걸리 잔은 갈수록 더 다양해지고 있다. 막걸리의 스펙트럼이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맛이 다양화되면서 향과 맛을 음미하기 좋은 찻잔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샴페인 같은 막걸리가 개발되면서 와인 잔으로 막걸리를 마시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지금 소비자들은 막걸리 잔은 상황에 따라 옹기, 표주박, 디저트그릇, 우드컵, 청주잔 등 다채롭게 사용하고 있다. 어떤 기업의 간부는 막걸리를 소주잔에 담아 자주 건배하며 화합을 다지고 어떤 막걸리 애호가는 막걸리를 데워 머그잔에 마신다고 한다. 전에는 사발, 치즈엔 고블렛잔. 이처럼 상황과 안주에 맞춰 잔을 바꾸며 다양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것이 막걸리의 매력 중 하나이다. 이에 정부와 막걸리 업계도 발을 맞출 필요가 있다.

잔도 맛을 낸다. 차가운 음료수는 투명한 컵에 담아 시원한 맛을 만들고, 따뜻한 음료수는 불투명한 컵에 담아 따뜻한 맛을 만든다.

스페인 발렌시아기술대와 영국 옥스퍼드대는 ‘감각연구저널’을 통해 컵의 색이 음료의 맛에 영향을 미친다고 발표했다. 가령, 핫초콜릿 음료는 흰 색이나 빨간 색 컵보다는 미색이나 주황색 컵에 담아 마실 때 더 달고 향기롭게 느껴지고, 노란색 캔은 레몬 향을 더 강하게 했으며, 푸른색 컵은 빨간색 컵보다 갈증을 해소하는 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때문에 다갈색의 커피는 잔이 미색인 경우가 많다.

맥주 양조장들은 맥주의 풍미를 최대한으로 살릴 수 있는 전용 잔을 만들어 부가 수익을 올리고 있다. 한 병이 딱 맞게 들어가는 전용 잔은 매니아들에게 필수적이라 일컬어진다. 전용 잔이 거품의 생성과 밀도를 조율해 맥주의 맛을 극대화 해준다는 게 그 이유다. 다양한 맥주 종류 만큼 그 형태도 바이젠형, 필스너형, 튤립형 등 수십 가지가 넘는다.

실제로 잔의 모양은 맥주의 맛에 큰 영향을 미친다. 사람의 혀는 단맛, 신맛, 쓴맛 등을 느끼는 부위가 다른데 잔의 경사면에 따라 혀에 닿는 맥주의 위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입안 어느 부분에 맥주가 닿느냐에 따라 맛이 좌우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잔의 모양은 맥주를 어떻게 즐겨야 할지도 알려준다. 향을 즐겨야 한다면 입구를 넓이 만들고, 탄산을 즐겨야 한다면 입구를 좁게 만든다. 이렇게 만들면, 소비자들은 상표가 붙여진 전용 잔에 맥주를 따라 마시며 생산자에게 최상 맛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을 안내 받게 된다.

잔은 음료의 맛을 가장 많이 들어낼 수 있는 도구이다. 오늘날 막걸리는 그 색도 도수도 향도 다양하다. 그러나 막걸리 잔은 순전히 소비자들에게 맡겨져 있다. 막걸리 산업을 발전되기 위해선 각 막걸리의 맛을 극대화해줄 전용 잔을 개발해야 한다. 더 다양하고 흥미롭게.

나은선 막걸리 칼럼니스트

편집부  news@pa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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