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농업의 과제와 미래_김경미 연구관(국립원예특작과학원)

전업농신문은 국립원예특작과학원과 함께 4월 17일부터 <6차 산업의 첨병, ‘치유농업의 현재와 미래’> 기획보도를 시작한다. 아직 태동단계라 할 수 있는 치유농업의 정확한 정의와 해외 사례, 그리고 국내 모범적 사례 등을 총 7회에 걸쳐 기획연재한다. 우리 농업의 새로운 소득창출과 더불어 국민건강에도 일조할 수 있는 6차산업의 첨병으로 발돋움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편집자 주>

 

최근 농업의 치유기능에 주목해 다양한 접근을 시도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농업인이 운영하는 체험농장, 도시농업 관계자, 병원, 요양원이나 보건소 같은 보건의료기관, 장애인을 위한 사회복지기관이나 단체, 폭력이나 피해 구제를 위한 분야 등 사회적 약자를 지원하는 분야까지 확장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의 치유농업은 겨우 시작단계에 있다. 그동안 복지기관이나 단체에서도 영농활동을 통한 장애인 재활 등에 적용하는 사례들이 있어왔고, 체험농장에서도 사회적 약자를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하지만 이들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네덜란드나 이탈리아, 일본 등 선진국의 사례에서 볼 때 개별적인 기관이나 단체, 농장이 각 자의 역할만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이들을 지원하고 상호 협력하는 네트워크와 지원기반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보면 이는 그저 치유농업이라는 새로운 모델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농업이 가지고 있는 생명 존중, 심신의 건강을 돕고 사회적 관계를 회복하게 하는 긍정적 기능들에 대하여 인식하고 이를 바탕으로 선순환적인 경제체계를 구축하는‘가치’와 혁신의 개념이라는 점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

농촌진흥청에서는 2013년 우리나라 치유농업 정착을 위해 3단계 발전 전략을 수립한 바 있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1단계는 치유농업의 도입을 위해 치유농업 법률안 작성, 치유농업 전문인력 국가자격제도 설계 및 인력양성 방안 마련, 국내외 치유농업 현황 및 치유농장 사례를 담은 치유농업 총서 발간 등 인프라 구축에 노력했으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건강증진 효과를 보고했다.

그러나 아동부터 노년까지 생애주기별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체계와 치유효과를 과학적으로 밝혀내는 연구를 확대할 필요가 있었으며, 산업화 부분은 치유농장 운영 및 창업모델,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는 수준이어서 다양한 산업체의 요구를 반영하는 기술개발이 필요했다.

따라서 2018년부터 시작하는 2단계에서는 근거법률의 제정, 부처 및 분야별 협력체계 구축, 치유농업 통계 생산 등 인프라를 구축하고, 국가 및 지역단위 추진체계 확보, 타 부처의 다양한 정책과 제도적 연계를 통해 치유농장 등을 지원하는 여건도 마련할 계획이다.

먼저 부처 및 분야별 협력체계 구축은 네덜란드의 경우 국민의 건강증진 차원에서 농업분야와 보건복지 분야의 협력 프로젝트가 바탕이 되었고, 이탈리아의 경우도 2015년 국가정책으로 채택하는 과정에서 여러 부처(고용노동, 사회복지 서비스와 보건의료, 교육, 법무)와 농업부가 협력하는 것이 중요한 전환점이었다고 한다.

일본 역시 노동위생성과 농림수산성이 협력해 장애인 재활과 국민 삶의 질 향상, 농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노동력 확보 등의 차원에서 복지농원의 확대에 협력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도 치유와 건강한 삶에 대한 주제는 어느 한 부처의 과업이 아니기 때문에, 농촌진흥청에서도 2017년부터 각 부처의 정책, 사회보장과 관련된 공공서비스, 지역사회 서비스 등에 치유농업의 연계를 위한 연구에 착수했다.

선진국의 사례는 협력을 통하여 질 좋은 서비스를 국민에게 제공하고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정책부담을 완화하면서 개별 서비스에 따른 비용을 줄여나가면서 사회적으로 선순환 구조를 갖추어가는 데 효과적이라는 경험적 증거들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 부분은 현재 국정목표에서도 지향하고 있는 사회적 경제와 관련된다. 네덜란드의 경우에도 치유농장들 간의 네트워크를 강조하고 있고, 상호 협업을 통해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가 참여하여 생산한 농산물 판매를 활성화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경우에도 소비자들이 농장의 지원그룹이 되어 건강하고 착한소비활동을 확산하고 있기 때문에 농촌형 사회적경제의 모델로도 검토할 만하다.

다음으로는 치유농업 자격제도 시행 및 인력양성이다. 치유농업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가치를 바탕으로 고객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훈련이 필요하다. 여러 분야의 전문가가 협업을 통해 서비스를 설계하고 제공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따라서 전문가와 치유농업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들 사이에 역할을 해줄 사람들이 필요하고, 이들의 업무 수행에 대한 내용과 수준을 국가자격으로 정하여 서비스의 질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

치유농업 발전전략 및 단계별 목표<자료제공=농진청>

농촌진흥청과 순천대가 공동으로 진행한 2016년도 조사에 따르면 농고생의 약 71%, 대학생의 약 65%가 치유농업과 관련된 분야에 종사하고 싶다는 직업의향을 나타냈다. 이들 청년 외에도 베이비부머의 본격적인 은퇴와 더불어 고학력자로서 다양한 경험을 갖춘 퇴직자, 경력단절 여성 등도 치유농업에 대한 관심과 요구가 증가하고 있어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도 전문인력 양성은 중요한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농업체험을 교육과 치유 기능에 기반 한 산업화와 환경조성도 중요하다. 농장뿐 아니라 농업체험을 통한 교육과 치유에 관심을 두고 발전해왔던 개별 사업체들은 법이나 제도적 한계, 시장 진입의 제약 등 어려움을 호소해왔었다. 지난 4월 6일 개최한 치유농업 산업화 전략 및 기술개발 심포지엄은 그런 의미에서 중요한 계기가 되었는데,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참석하여 치유농업 산업화의 중요성과 열기를 보여줬다.

그 자리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치유농업 산업체 협의회 구성에 대한 의견이 제시되었고 60여 개 산업체 대표가 참여를 희망했다. 향후 ‘치유농업 산업체 협의회’는 치유농업 산업화의 방향과 현장 문제를 해결해갈 수 있는 과제를 발굴하고 개발기술을 조기에 실용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것이다.

지금까지 치유농업에 대하여 살펴보기는 했였지만 아직은 시작단계라는 점에서 사회적 함의를 끌어내기 위한 노력이 더 필요하다. 치유농업의 사회경제적 가치는 약 1조 6천억원 정도로 평가되었으나, 후방산업까지 견인할 경우 5조 이상으로 추산하기도 하고 연구팀에 따라서는 39조 이상으로 평가하기도 하여 잠재적 가치가 높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치유농업은 ‘가치’라는 점이다. 국민의 건강한 삶을 돕고 농업의 지속적인 발전과 선순환적 사회시스템을 구축해가는 중요한 모티브라는 점에서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치유농업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며, 안정적인 발전을 위하여 함께 아이디어를 모으고 힘을 합해 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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