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남 남해군에 위치한 양떼 체험 목장 전경. 치유 농업의 일환으로 먹이주기와 양몰이 체험 등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6차산업의 모범 사례 중 하나다.

‘농촌’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파란 들판에 내리쬐는 땡볕, 그리고 그 아래 새까맣게 그을린 얼굴을 밀짚모자로 가린 채 농사일을 하고 있는 농부의 모습을 떠올리는 게 일반적이다. 자연과 함께 어울려 일한다는 느낌보다는 '고생스럽다'는 느낌이 더 강하다.

농촌은 고된 ‘농사일’과 ‘농사일에 시달리는 농부’의 이미지와 뒤섞여, 산업화된 도시와 대비해 무엇인가 세련되지 못하고, 낙후된 이미지로만 남아 있다.

‘촌(村)’이라는 낱말이 주는 부정적 이미지는 왜 현재의 농촌과 미래의 농촌 이미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것일까?

현재 국어표준대사전을 살펴보면 ‘촌스럽다’는 단어는 ‘어울린 맛과 세련됨이 없이 어수룩한 데가 있다’고만 정의되어 있다. 수많은 단어들이 달라진 시대상에 따라 새롭게 정의되고 있는 상황에서 유독 ‘촌’이 붙은 단어는 여전히 외지고 세련되지 못함을 내비치고 있다.

문제는 이 '농촌'이라는 단어가 주는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귀촌과 귀농에 대한 의지를 지레 접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귀촌인구의 증가세가 둔화되는 것에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이와 관련해 최근 만난 한 국립대 농업대학 교수의 푸념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전공학생들이 대부분 취농이나 창농보다는 공무원 시험 준비에 열중하고 있는 것이 한탄스럽다는 것이다. 해당 학생들에게 그 이유를 들어보니 결국은 '농촌'이 낙후됐다는 편견이 큰 원인이었다.

농업자체는 매력이 있지만, 농촌이라는 공간은 결혼이나 자녀 교육, 여가활동 등 행복추구권을 충분히 행사하지 못할 것이 뻔하다는 것.

지금 농촌은 과거 노동집약적인 농업을 영위하며 고생스럽게 살아가는 동네가 아니다. 드론으로 농약을 뿌리고, 기계화된 현대식 장비로 힘들이지 않고 농사를 지을 수도 있으며, 모바일 앱을 이용해 헬스케어도 받을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또, 가공과 유통, 서비스와 결합해 6차산업의 첨병으로서의 기대감도 투영되어 있는 곳이 '농촌'이다.

문제는 이렇게 절감된 노동력과 시간, 그리고 달라진 농업인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누가 어떻게 가이드할 것인가다.

우선은 농촌에 대한 이미지를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 적어도 '농업이라는 숭고한 직업활동과 힐링활동을 함께 영위하고자, 자연과 함께 하는 사람들이 모인 마을' 정도로 현재의 농촌의 모습을 반영해야 한다.

그 다음은 우리가 한번도 살펴보지 않았던 농업인들의 건강과 자녀 교육, 여가생활, 평생 교육 등 보통의 사람들이 행복해지기 위해 추구하는 모든 일에 대한 정보제공과 기회제공이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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