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호 기자
이태호 기자

최근 축협에서 공급하고 판매하는 배합사료를 이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20명의 조합원을 제명한 것에 대해 부당하다는 서울고등법원의 2심 판결이 나와 주목되고 있다.

농·축협은 지역 농업인의 자조조직이지만 수행하는 사업과 업무가 국민경제 및 국가 전체 경제와 관련된 공공성을 지니므로 영리목적 사업에 참여하지 아니하거나 이해관계가 상충하더라도 불이익을 주거나 제명하는 행위는 농·축협의 존재의 목적에 배치된다고 재판부는 판시했다.

사건 발단은 지난 2018년 4월 13일 횡성축협은 임시총회를 열고, 횡성축협과 한우협동조합 조합원 20명을 제명하기 위한 찬반투표를 실시해 조합 이중가입과 조합 중점 사업 이용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점을 들어 제명하는 일이 벌어지면서부터다.

하지만, 제명된 조합원 20명은 거대 축협 조직의 부당한 횡포라고 밝히며, 2심 판결에 기대를 걸고 끝까지 싸우기로 당시 결의했다.

이들은 억울함을 호소하며 지역축협인 횡성축협과 품목별·업종별 협동조합인 횡성한우협동조합에 각각 가입했기에 농협법을 위반하지 않았고 제명될 이유도 없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농식품부의 회신 문서에서도 횡성축협과 횡성한우협동조합 사이의 사업이 경쟁관계에 있다는 사유만으로는 조합원 제명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조합장 선거와 관련이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반대세력을 제거하기 위한 사전조치라는 얘기다. 하지만 이유야 어찌 됐든 소비자인 국민들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소비자들에게는 똑같은 횡성지역 한우를 특산품으로 인식하고, 각기 다른 유통경로를 통해 구입해 소비하고 있기에 이들의 법정싸움은 서로 자기 밥그릇 싸움으로 비칠 수 있어 우려스럽다.

농업협동조합법에 의하면 조합은 농업인의 자주적 협동조직을 바탕으로 농업인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지위 향상과 농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농업인의 삶의 질을 높이고,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번 횡성축협과 한우협동조합 사건은 사이좋게 함께 지역과 한우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조합으로 되돌아가기를 바라는 국민들의 마음과는 다르게 횡성축협이 2심 결과를 불복해 다시 대법원으로까지 판단이 맡겨질 것으로 보인다.

생산자 단체인 전국한우협회는 우선 축협의 일부 경제사업을 이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조합원을 제명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시한 이번 서울고등법원의 2심 항소심 판결을 환영했다.

이번 재판이 주목을 모은 이유는 횡성축협 조합원 제명에 국한된 문제가 아닌, 대한민국 농업 질서와 농축산업계에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아울러, 대법원 마지막 재판 결과에 따라서는 농축협의 사료, 약품, 출하 등을 이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조합원을 손쉽게 제명할 수 있는 근거로 활용될 수도 있어 소송 남발과 농민단체 및 조직 간 와해 등 대한민국 축산업 발전 자체를 흔드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한우인들은 이번 재판 결과를 230만 농민의 눈높이와 상식에 부합하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판결로서 역사에 길이 회자될 의미 있는 기록으로 평가하고, 농·축협은 제명 결의의 절차적, 실체적 흠결 판단을 겸허하게 수용하고 농민의 선택권과 자주권을 존중해 더 이상의 분쟁을 자제해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지역 농축산인들은 농·축협이 농민의 맏형으로서 지역의 농축산인들을 배격하지 않고 좀 더 크게 포용하고 보듬는 큰 그릇이 되어주길 기대하고 있다.

땅은 토(土)이고 곧 마음이다. 그 흙에서 농사짓는 농축산인들이 대지의 드넓은 마음으로 화합하길 국민들은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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