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시점 토론회 뜬금없다…농민들 상실감 누가 책임지나

변동직불금 대체 장치없이 고정직불금 통합은 안된다

한국농업경제학회, 전문가 초청 정책토론회 개최

[전업농신문=이호동 기자]쌀 농가 소득안정을 목적으로 지난 2003년부터 실시된 쌀 직불제도의 전면 개편이 현실화되면서 농정당국과 농업계의 갈등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이에 한국농업경제학회는 지난 20일 농업계 전문가들을 초빙해 ‘쌀 직불제 개편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이날 행사에는 한국농업경제학회 김창길 회장을 비롯해 대학교수, 농식품부 관계자, 농업관련단체 관계자 10여명이 참석해 쌀 직불제 개편 방향에 대한 주제발표와 열띤 토론을 펼쳤다.

주제발표에 나선 서울대 이태호 교수는 현재 실시되고 있는 쌀 직불제의 문제점들에 대해 지적하고 농업선진지인 EU의 사례와 비교·분석해 쌀 직불제 개편에 관한 제안과 개편 과정에서 예상되는 문제와 보완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이 교수는 “그동안 실시돼 왔던 쌀 직불제가 농업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시켜왔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쌀 공급 초과 문제, 상위 농가가 직불금의 38.1%를 차지하는 직불금 편중 문제 등을 생각한다면 제도 개편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특정작물 생산과 비연계 원칙, 하후상박의 형평성 원칙, 농업인들의 선택의 폭을 넓히는 자율성 원칙, 공익적 기능을 조준해 직접 지원하는 조준성 원칙, 정책 시간의 일관성을 지키는 일관성 원칙 등을 지키고 직불제를 개선한다면 그동안 농업정책에서 소외됐던 소농에게도 혜택이 돌아가는 등 큰 예산 증가 없이도 더 많은 직불금을 보다 많은 농가에 지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진행된 지정 토론에서는 직불제 개편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제시됐다.

양승룡 교수는 “현 시점에 이런 토론회가 열렸다는 것이 참 뜬금없을 뿐만 아니라 현 정권은 대단히 비겁한 정권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관계당국은 형평성을 1번으로 내세우면 개편을 추진하고 있는데 쌀 직불제를 13년 이어오며 추진 해온 정책방향이 전업농규모화, 쌀 식량 안보였는데 갑자기 형평성을 내세우면 그동안 정책 기조에 맞춰 농사를 지어온 대농들이 느낄 상실감은 누가 책임지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쌀 직불제 유무로 인해 파생될 문제에 대한 논의가 우선시 돼야 한다”며 “유럽의 CAP(공동농업정책)를 우리나라와 연결시키기 보다는 우리보다 먼저 직불제를 실시한 일본의 사례를 참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또 사공용 교수는 “쌀 소득보전 직불제도의 근본은 가격을 시장에 맡기겠다는 것인데 지금껏 쌀값이 떨어질 때마다 정부에서 쌀을 사주며 시장에 개입해놓고 이제 와서 농업인들에게 100% 책임을 지라고 하면 어느 농업인이 납득할 수 있겠냐”며 “가장 큰 문제는 목표가격이 정치적으로 결정됐다는 것이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개편을 해도 지금과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종진 연구 위원은 “쌀 과잉 생산 문제가 지속된 것이 쌀 직불제를 개편하게 된 시발점”이라며 “농업이 가지고 있는 문제가 집약적으로 모여 있는 것이 쌀 문제이기 때문에 현행 직불금 제도의 판을 흔들어 문제를 해결해야 될 필요성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그동안 쌀 산업의 규모화를 추구해왔지만 그 결과 대농만 직불금을 많이 받는 구조가 됐다”며 “논과 밭을 합쳐 쌀에 편중돼 있는 것을 해결 하는 방향으로 개편안이 제시돼야 하며 손해 보는 계층에 대한 별도의 지원책 마련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식 교수는 “선진국에서 직불제가 처음 도입된 것은 농산물 과잉 생산에 따른 것”이라며 “생산과 연계되지 않는 측면에서 본다면 농업인에게 줄 수 있는 직불금도 가능하기 때문에 목표가격을 필요 이상으로 올리는 것보다는 농민수당 등으로 직불을 전환하는 것이 농민들에게도 만족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임정빈 교수는 “쌀이 전체 직불에서 80%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쏠림현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다른 품목과 연계된 종합적 직불제가 필수적”이라며 “가격하락 위험 대응 직불제와 공익형 직불제를 통합해 농업인뿐만 아니라 비농업인, 일반 국민들을 모두 설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조가옥 교수는 “직불금제도가 산업정책이냐 지역정책이냐 구분하고 농가들이 직불금으로 얼마나 소득을 올렸느냐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시 돼야 한다”며 “농촌지역은 이미 심각한 고령화 사회에 직면했기 때문에 직불제를 통해 농가소득만을 안정시키는 것이 아닌 어떤 농가, 어떤 품목으로 육성시킬지 연결시키는 것이 우선시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인중 농림축산식품부 식량국장은 “직불금 개편은 결국 농가 소득 안정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것이 중요하지만 직불금 재정규모를 어느 정도로 가져가야 할 까도 상당히 고민스러운 부분”이라며 “재정규모에 대해 섣불리 언급하는 것은 어렵지만 개편 후 손해를 보는 농업인들이 생기지 않도록 관계당국과 농업계가 관심을 가지고 힘을 모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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