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농신문=편집부] 정부가 UR(우루과이라운드) 출범 이후 1996년부터 유지하고 있는 농업부문 개발도상국 지위에 대한 포기 여부를 곧 결정한 것으로 알려지자 농업계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WTO(세계무역기구)에 개도국 우대제도의 개선을 요구하고 나서자, 우리 정부가 지난 9월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WTO 개도국 지위 여부는 국익을 우선해 결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현재까지 정부의 입장은 WTO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는 쪽에 쏠려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한국농축산연합회를 비롯한 농축산단체들은 잇따른 성명서 발표와 기자회견 등을 통해 국내 농업의 현실을 무시한 개도국 지위 포기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특히 지난 10일에는 전라남도까지 나서 우리나라 농업부분이 WTO 개발도상국 지위가 유지되도록 결정해줄 것을 국회를 비롯해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에 강력 건의했다.

만일 개도국 지위를 상실할 경우 그동안 우대를 받던 관세감축과 국내보조가 크게 영향을 받게 되고, 민감품목에 대한 관세도 크게 낮아져 개방확대에 대비한 대책도 없는 우리 농축산업은 벼랑 끝으로 내몰릴 것이 자명하다. 그래서 농축산 단체들은 물론 농도인 전남도까지 정부와 국회에 개도국 지위 유지를 강력하게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관세는 쌀의 경우 현재의 513%에서 393%로, 마늘은 360%에서 276%로, 고추는 270%에서 207% 등으로 각각 감축이 불가피하며, 1조 4900원대인 국내 보조금 총액(AMS)도 정확한 예측은 어렵지만 거의 절반 가까이 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쌀은 관세가 크게 감축돼 미국을 비롯한 중국, 베트남, 태국 등지의 수입쌀 경쟁력이 대폭 높아져 쌀을 기반으로 하는 국내 농업의 큰 타격이 우려된다.

농업은 국민의 안정적 먹거리를 책임지면서 국가경제 성장의 튼튼한 밑거름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1994년 UR 농업협상과 2000년대 이후 세계농업강국과의 동시다발적인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농업과 농촌, 농업인들의 일반적 희생을 강요당해 온 것이 사실이다. 실제 농축산물 시장개방이 본격화된 1995년부터 2018년까지 농축산물 수입액이 69억 달러에서 274억 달러로 4배 증가하면서 농업인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여기에 지난 25년간 지속된 시장 개방 확대와 농산물 수급 불안으로 농가소득이 정체되고, 도·농 간 소득격차가 심화하는데다, 저출산·고령화 및 청년인구 유출 등이 지속돼 지방 소멸론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물론 정부는 WTO 차기 협상까지 현재의 농산물 관세율과 농업보조금은 그대로 유지되며, 개도국 지위를 미리 포기할 경우 차기 협상 내용에 따라 농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면밀하고 신중하게 검토중에 있다고 해명하고는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영세한 농업 구조와 상대적으로 낙후된 농촌을 볼 때 농업 분야 개도국 지위 유지는 한국 농업의 마지노선이므로, 반드시 지켜내야 한다.

지금은 WTO 개도국 지위 포기 여부를 논할 때가 아니라, 농축산물 개방 확대에 대비한 사전 대책을 서둘러 마련하고 시행해야 할 시기다. 농축산단체들의 주장대로 농업의 근본적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인력을 육성하고, 농업 관련 예산을 대폭 확대 편성해 근본적 지원체계가 구축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국내산 농산물의 수급 및 가격안정을 위한 제도적 장치도 만들어야 한다. 또한 지금 국회에서 논의중인 공익형 직불제도를 즉각 도입해 중소농에 대한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고, WTO에서 허용하는 보조정책도 하루빨리 추진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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