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농신문=편집부] 쌀값이 당초 오를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두달째 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초 ‘농업전망 2020’을 통해 2019년산 쌀 공급량이 수요량보다 6만톤 가량 부족할 것으로 예측, 산지쌀값이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쌀 소비감소에 따른 산지 재고 과다로 쌀값이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산지에서는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올해 수확기 햅쌀 가격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GS&J 인스티튜트에 따르면, 2월 25일 현재 산지 쌀값은 80kg당 18만 9768원으로 10일 전보다 0.04%(80원) 하락했다. 쌀값은 지난해 12월 25일 19만 312원에서 2월 15일 이후 18만원대로 떨어졌으며, 작년 같은 일자 가격 19만 2828원에 비해서도 1.6%(3060원) 낮은 수준이다.

이처럼 쌀값이 약세를 보이는 것은 2019년 기준 국민 1인당 소비량이 59.2㎏으로 역대 최저치를 보이는 가운데, 일부 민간 RPC(미곡종합처리장)에서 태풍 피해벼를 정부 매입가 보다 높게 매입해 일반쌀과 혼합해 시장에 내놓으면서 소비부진이 심화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쌀값 약세가 재고 과다와 소비부진 등의 영향으로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데 있다. 실제 전국 농협이 현재 보유한 원료곡은 92만1000톤으로 지난해보다 2.7% 적으나 쌀 판매량(37만3000톤)은 지난해보다 12.4%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예기치 않았던 ‘코로나19’ 영향으로 쌀 소비에 큰 역할을 하는 외식소비가 크게 줄고 있어 쌀값 상승을 견인할 동력이 사라지고 있다.

때마침 전라남도가 지난 4일, 쌀값 안정을 위해 2019년산 공공비축 산물벼의 정부매입을 요청하고 나섰다. 전남도는 최근 도내 11개 농협RPC 관계자와 쌀 수급점검 긴급회의를 열고, 올 상반기에 쌀값을 잡지 못하면 쌀값 약세가 수확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지난해 정부가 매입한 공공비축 산물벼 8만 톤을 선제적으로 시장에서 완전격리해 줄 것을 건의했다는 것이다. 전남도는 또 민간유통업체의 피해벼 혼입에 따른 양곡표시기준과 생산연도 조작 등 시장 질서를 왜곡하거나 문란 시키는 일이 없도록 단속해줄 것도 아울러 정부에 요청했다.

이같은 전남도의 건의가 아니더라도 올해 쌀값 안정은 매우 중요한 과제다. 올해부터 처음 시행되는 공익직불제에 따라 그동안 국내 전체농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쌀농가 소득지지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던 변동직불금과 목표가격이 폐지됐기 때문이다. 만일 현재의 쌀값 약세가 수확기까지 이어진다면 농가소득 감소와 농협 경영 악화는 물론 올해 처음 시행하는 공익직불제 효과까지 떨어뜨릴 수 있다.

물론 올해 초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수확기에 쌀 생산량이 수요량을 초과하면 공급초과량을 시장에서 자동으로 격리하여 수급을 안정시킬 수 있는 쌀자동시장격리제가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직까지 구체적 시행방안이 나오지 않았고, 그 시기도 10월 중순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너무 늦다.

지금으로서는 전남도가 건의한대로 정부가 나서 공공비축 산물벼를 가급적 빨리 시장에서 완전격리하는 것이 쌀값 안정을 위한 최선의 방책이다. 과거에도 선제적 시장격리를 통해 80kg당 15만대였던 쌀값을 19만원대로 끌어 올린 경험이 있지 않은가. 정부의 한발 앞선 과감한 대책으로 코로나19로 지쳐 있는 쌀농가와 산지농협에 힘을 실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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