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가축개량평가과농업연구사 이재구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가축개량평가과
농업연구사 이재구

업무상 젖소 농가를 자주 방문하던 시기가 있었다. 많게는 하루에 20곳을 방문하기도 했는데 그 당시 필자가 눈 여겨 보았던 것은 우사환경, 착유실과 냉각실, 그리고 기록관리 현황판 등이었다.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우사관리가 잘된 농가는 착유실과 냉각실도 깨끗하게 유지되고 있었고, 기록관리 현황판 역시 꼼꼼하게 정리돼 있었다.

기록관리 현황판에는 주로 발정일, 건유일, 백신접종 등 개체별 일정과 농가 관리에 필요한 사항이 기록돼 있었다. 이처럼 관리가 잘된 농가들의 경우 대부분 본인의 방식대로 개체별 혈통이나 수정에 사용한 정액을 포함한 번식 기록을 장부 또는 컴퓨터 프로그램에 관리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렇게 농장에서 기록한 자료들은 어떻게 조사되고 어디에 활용될까?

우리나라에서는 국제가축기록위원회(ICAR)에서 지정된 젖소의 검정방법 중 하나인 한 달에 한 번 아침, 저녁 혹은 저녁, 아침에 검정원이 검정사업에 참여하는 농가를 방문해 우유샘플을 수집하는 ‘A4’ 방법을 이용하고 있다.

여기서 수집한 우유샘플은 각 조합의 유성분 분석소로 옮겨져 유지방량, 유단백량 및 체세포 수치 등을 분석하고 검정 데이터베이스(DB)에 입력한다.

이때 산유량은 농장 착유기에서 생성된 자료를 수집하고 수정기록과 분만사항 및 질병기록 등은 대부분 농장주의 기록물을 근거로 한다.

이렇게 모은 데이터는 농협경제지주 젖소개량사업소가 중앙 DB로 관리하며 앞서 언급한 항목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개체별 검정성적표를 검정사업 참여 농가에 제공해 경영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국립축산과학원은 이와 같은 검정 데이터와 한국종축개량협회에서 제공한 혈통 및 체형성적을 활용해 국가단위 젖소 유전능력평가를 실시한다. 검정성적표의 유량, 유성분 및 번식성적 등의 수치는 검정에 참여하는 개체의 현재 능력이다.

반면 개체 간 혈연적 관계를 고려하고 비슷한 시기, 유사한 환경에서 자란 동기우군을 설정해 추정한 유전능력은 미래의 자손 세대에게 물려줄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가령 유량이 탁월한 개체는 타고난 유전적 자질이 우수할 수도 있지만 사양관리가 잘돼 우수한 능력을 발휘한 것일 수도 있다.

이처럼 유전능력뿐만 아니라 환경요인들도 암소 능력에 영향을 미치므로 어느 암소가 보여주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그 암소가 낳은 딸소 역시 능력이 탁월할 것이라고 쉽게 단정 지을 수 없다.

따라서 검정성적표만 보고 판단하는 것보다는 환경적인 요인을 고려해 평가한 유전능력을 꼼꼼히 살펴보고 딸소의 능력을 예측하는 것이 과학적인 방법이다.

농가에서 수집한 자료는 개체별 검정성적표와 유전능력평가 결과로 다시 농가에게 환류 된다.

낙농가들은 보유한 암소의 현재 상황(검정성적)과 후대에 전달할 유전능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암소에 맞는 정액을 선택하고, 계획교배 및 도태우 결정뿐 아니라 유생산 능력에 맞춘 개체별 적정 사양관리에도 활용할 수 있다.

씨수소의 유전능력은 표현형, 혈통, 환경적 요인 등을 통해 미지수를 추정하는 방식으로 계산한다.

수집된 딸소의 자료가 많을수록 그 정확도가 향상된다. 검정사업에 참여하는 농가가 많을수록 우리는 보다 정확한 유전능력을 알 수 있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검정 참여 농가 비율은 약 61%정도로 낙농선진국인 이스라엘 94%, 독일 87%, 캐나다 73.2%보다 낮은 수준이다.

필자는 낙농가에 검정사업 참여하길 적극적으로 권한다.

유전능력 평가를 위한 자료를 제공함과 동시에 자신이 보유한 우군의 유전적 능력을 챙겨봐야 효율적인 농장 경영 계획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농장 현황판에는 어떤 것이 기록되어 있는지 살펴보고 지금의 노력이 미래 우리 목장의 자산이 된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길 바란다.

 

저작권자 © 전업농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