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가축개량평가과 이재구 농업연구사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가축개량평가과 이재구 농업연구사

“여보 우리 전세기간이 끝나 가는데 집을 알아보아야 할 것 같아요.” 아내가 이야기 했다.

우리는 이사 갈 새 집을 알아본다. 교통, 교육, 일조량, 편의시설 그리고 집의 구조 등 여러 가지 항목들을 나열하여 알아본 집들 중 우선순위를 매겨 본다.

나는 각 항목들에 10점의 점수를 배당하고 중요도에 따른 가중치를 설정한다. 이를테면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교통, 교통의 점수에 곱하기 5를 하여 가중치를 주었다.

그 다음 아이들을 위해 학교가 가까운 순으로 측정한 점수에 3을 곱하였다. 교통보다는 적은 가중치를 설정했다. 마지막으로 후보군 아파트의 모양은 비슷비슷해 여기에는 1을 곱했다.

그리고 이를 아파트별로 계산해 종합점수로 나열한 후 가장 점수가 높은 집으로 결정하였다.

젖소의 선발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가축은 선발과 교배를 통해 개량한다. 따라서 여러 가지 형질별 유전능력이 좋은 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선발하게 되는데 집을 구할 때는 항목이 교통, 교육 등이었다면, 좋은 젖소를 선발할 때는 유량, 유지방, 체형 등의 육종가를 나열하고 여기에 유대수익에 영향을 주는 정도를 고려해 가중치를 계산한다.

그리고 이 모든 가중치를 적용한 항목들을 합한 것이 바로 선발지수이다.

각 국가에서는 자국의 사육환경과 낙농 수익구조에 맞는 선발지수를 설정해 이용하고 있다.

낙농선진국인 미국의 선발지수 TPI(Total Performance Index)는 유지방, 유단백 및 사료효율 등을 포함하는 생산성에 46%, 건강·번식 관련 형질에 28%, 체형에 26%의 가중치를 적용한다.

이웃국가인 캐나다에서는 홀스타인 이외에 젖소 품종으로 에어셔, 브라운 스위스, 건지 및 저지 등의 다양한 품종을 이용하고 있으며 각 품종별로 선발지수를 다르게 설정하고 있다.

이 중 홀스타인 품종은 유생산성 40%, 지속적인 유생산을 위한 척도(Durability Component)에 40%, 건강·번식에 20%의 가중치를 적용한 LPI(Lifetime Performance Index)를 이용해 씨수소의 종합 유전능력을 제시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RZG(Relativ-Zuchtwert Gesamt)라는 선발지수를 활용하고 있다. 번식 10%, 장수성 20%, 유방건강 7%, 분만 3%, 체형 15% 그리고 유생산 45% 총 6개의 형질 그룹을 종합해 선발지수로 활용한다.

우리나라는 낙농선진국과 마찬가지로 젖소의 선발지수로 KTPI(Korea Type Production Index)를 활용하고 있다.

KTPI는 유지방량에 37, 유단백량에 27, 체형종합점수에 15, 유방지수에 10, 지제지수에 6, 체세포에 –5의 가중치를 적용하고 있다.

LPI, TPI, RZG, KTPI 각국의 선발지수는 모두 유생산성에 가중치를 높게 주어 선발에 활용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으나, 해당국가의 유대체계 등을 포함한 낙농환경에 따라 다르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번식, 건강 및 사료효율 등과 같은 요소가 선발지수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향후 이 형질들에 대한 유전능력평가가 시작되면 보다 다양한 유전적 특성을 반영한 선발지수를 제시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기술한 내용은 국가단위 유전능력 평가 결과를 제공하는 기관에서 제시하는 선발지수에 대한 것이다.

그렇다면 농가에서는 선발지수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가령 내가 보유한 암소의 생산능력들 중 유량을 보완하고자 한다면 씨수소를 선택할 때 유량의 육종가에 높은 가중치를 주면 되고 유방을 개량하고자 한다면 유방과 관련이 있는 형질에 상대적으로 높은 가중치를 주어 계산한 후 선발지수가 높은 씨수소를 선택하면 된다.

농장의 암소 역시 도태우 결정 시 여러 육종가의 항목들에 이와 같이 가중치를 적용하여 나만의 선발지수로 활용할 수 있다. 이처럼 선발지수는 젖소의 선발과 도태를 결정함에 있어 여러 가지 경제적으로 중요한 형질들에 대한 유전능력을 함께 고려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다.

지금부터 우리목장에서 개량하고자 하는 형질의 우선 순위를 생각해 보고 나만의 선발지수를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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