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호 기자
이태호 기자

최근 정부가 여당, 대한의사협회와 함께 의료 파업 철회와 관련해 밤샘 협상 끝에 지난 4일 최종 합의했다. 대한의사협회와 더불어민주당은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추진의 중단 및 코로나19 안정 후 원점 재논의를 명문화한 정책협약을 체결했다.

우선,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그 어느 때보다 의료진의 책임과 역할을 필요로 하는 시기인 만큼 협상 타결로 의사들이 현장 복귀할 수 있어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타결과 함께 농업계와 소비자단체는 우려의 시선도 보내고 있다. 현장의 긴급한 수많은 환자들의 생명을 담보로 모든 계획들을 원점으로 돌려놓음에 따라 지역 간 의료 불균형 해소는 앞으로도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농업계 현장에서는 정부와 여당이 지키지도 못할 공약을 남발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앞서 농업인 단체 한농연을 비롯한 범 농업계는 농어촌·도서지역 등 취약지역의 의료공백 해소를 위해 공공의료 인프라 및 확충의 필요성과 이를 위해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을 지속해서 주장해 왔다.

여기에 의정협의체에서 건강보험 요양급여 기준, 요양급여비용·보험료 등 건강보험정책 전반을 심의·의결하는 건정심의 구조 개선 방향을 논의하기로 한 것에 대해 농업인 단체들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이 같은 우려는 현재 건정심 위원을 보건복지부 관계자를 비롯해 근로자, 사용자, 소비자 등 가입자 대표와 의료계, 약업계 등 의약계 대표, 정부, 관련 기관, 전문가 등 공익 대표가 위원으로 참여하는 상황에서 의사들이 주축이 된 의료계를 중심으로 건정심 구조를 개선해 나간다면 가입자 대표 측의 목소리는 약화되고, 이로 인해 작게는 조직에 대한 신뢰 하락과 크게는 건강보험 정책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담보로 한 의료 파업에 정부와 여당은 ‘법과 원칙’을 강조하고도 모든 것을 내줬다고 비판받고 있다.

특히 중장기적인 보건 의료 정책에 대한 고민 없이 단순히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의료계와의 합의에 급급해 성급히 내린 결정은 결국 대한민국 보건 의료 정책의 퇴보를 낳을 것이라는 우려다.

4일 발표한 합의문에서는 긴급환자에 대한 보호 없이 의료인 보호와 예산 확보, 공급자인 의료기관 지원 위주로 합의된 점은 분명 아쉬움이 남는다.

소비자단체협의회는 7일 성명을 통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건강권을 실현하기 위한 의료정책이 어느 한 이해당사자인 공급자 중심으로 가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지난 4일 호소문을 통해 대한의사협회와 정부여당은 전국 시도 중 유일하게 의과대학이 없는 전남도민의 절박한 심정을 헤아려 향후 의정협의체 논의 과정서 전남지역 의대 신설이 꼭 포함돼 도민의 건강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해 줄 것을 간곡히 호소하기도 했다.

농어촌은 도시에 비해 병원이나 의료시설 등 인프라가 열악하고 의료 인력도 부족해 긴급환자가 신속하게 치료받기도 어렵다.

독자와 시청자 없는 신문방송이 있을 수 없듯이 환자 없이 병원이 운영되기 어려움을 감안할 때 의료정책의 주인도 당연히 국민이 우선적인 중심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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