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난지축산연구소장 양병철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난지축산연구소장 양병철

최근 소비 트렌드가 바뀌며 돼지고기 소비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돼지고기 특수부위 소비가 늘어나고 있고, 지난해에는 스페인산 돼지고기가 고급 고기로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사실 필자는 이베리코보다 더 맛있는 우리나라의 돼지고기를 알고 있어 내심 아쉬운 마음이었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이베리코 돼지고기를 능가하는 우리나라 돼지 품종은 바로 ‘난축맛돈’이다.

천연기념물(550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맛의 방주에도 등록된 제주재래흑돼지의 전통적인 맛을 잇기 위해 국립축산과학원이 ‘난축맛돈’으로 개량했다.

국내 양돈산업에서는 외국산 도입돼지가 양적 성장에 기여한 바가 크다. 이는 산자수(낳은 새끼수), 산육능력 등 농가의 소득과 직결된 생산성이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제주재래흑돼지의 맛이 좋은 것을 사람들이 인식은 하고 있었으나 도입돼지에 비해 생산성이 낮아 양돈농가에서는 사육을 기피하고 있었다.

더구나 제주재래흑돼지의 우수한 맛의 원인에 대해서도 다양한 추측은 있었으나, 그 특징을 다음 세대로 계승하기 위한 가축의 육종에는 한계가 있었다. 딸기와 같은 과일처럼 바로 따서 맛을 볼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 잘 크거나 검은색의 털 등과 같이 눈에 보이고 측정하기 쉬운 것의 개량에는 문제가 없었으나 맛을 찾기 위한 노력은 쉽지 않았다.

유전자 분석 기법이 더욱 정밀해지고 컴퓨팅 기술이 발달하고 나서야 좀 더 핵심으로 접근이 가능하게 됐다.

‘난축맛돈’은 제주재래흑돼지에서 맛과 관련된 유전자를 이어받은 품종이다. 어떤 유전자에 의해 맛이 좌우된다고 하면 혹자는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겠다.

왜냐하면 고기 맛은 숙성도와 조리법 등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주관적일 수 있는 맛을 객관화하기 위한 노력이 있었다.

개량을 위해 지속적으로 고기 품질과 유전자를 다양하게 비교했으며, 이러한 과정에서 30여 명의 맛 테스터들 모두가 한결같이 난축맛돈을 선택하는 결과가 나왔다. 비로소 주관적인 맛에 대해 공통적인 객관성을 도출하게 되었다.

난축맛돈은 근내지방도가 더 높고, 불포화지방산이 다른 돼지에 비해 많으며, 또한 수분 보수력도 좋아 해동하거나 열로 조리할 때 수분 이탈이 적어 부드러운 고기 맛을 나타낸다.

이것은 향미, 연도, 다즙성 및 기호성 등이 우수해 우리나라 사람의 기호에 잘 맞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특징을 연구한 논문은 ‘PLOS genetics(2018)’ 등 유명 저널에 게재돼 학술적으로도 인정받았다.

제주재래흑돼지와 난축맛돈의 맛을 결정하는 육질과 관련된 유전자형은 일반돼지에서는 거의 확인이 되지 않지만, 중국재래종, 한국재래돼지, 아시아에 서식하고 있는 야생멧돼지 등 일부 품종에서만 확인되고 있다.

서구의 경우 고기 생산량이 많은 가공육으로 품종이 개량되어 왔으며, 이에 따라 고육질형 유전자형은 지속적으로 사라졌으며 현재 품종들에서는 해당 유전자가 거의 확인이 되지 않는다.

사라져가는 맛을 찾고 낮은 생산성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누군가에게는 비경제적으로 보일수도 있지만, 결국 그로 인해 맛에 대한 이익을 소비자에게 돌려줄 수 있게 됐고 더불어 우리 고유의 가축유전자원의 활용 가치를 알릴 수 있게 됐다.

‘난축맛돈’ 개발에 힘입어 제주재래흑돼지와 같이 맛의 방주에 등록돼 있는 제주흑우도 지속적으로 개량하여 더 좋은 품질과 맛을 소비자에게 선보일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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