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호 기자
이태호 기자

정부가 농어업의 공동경영을 활성화해 농업 생산성을 높이고 농식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농업 법인을 육성·지원하고 있지만, 상당 부분 부실하게 운영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정부의 지난해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2016년 조사 당시보다 등기된 농업 법인이 14,584개소(28%)나 증가한 반면 미운영 중인 곳도 늘고 있으며, 법령 위반 사항도 전반적으로 크게 늘어 비정상적인 운영 사례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농어업경영체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농어업경영체 법)에 근거한 농업 법인 설립을 장려했지만 농업 법인에 적용하는 보조금·세제 혜택을 악용하거나 부실하게 운영하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지난 2016년부터 3년마다 실태조사를 통해 행정조치를 취하고는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하지 않는다면 이 같은 사항은 매년 반복되며 오히려 늘어날 공산이 크다.

무엇보다 허술한 법 규정과 농업 법인 설립요건의 완화로 결국 비농민의 농지 투기 또한 악용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 18일 성명을 통해 농업 법인을 악용한 농지 투기와 비농민 농지소유의 근절대책을 수립할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경실련은 특히 이명박 정부 당시 농업회사 법인에 대한 비농업인의 출자 허용범위를 90%까지 확대했고, 농업 법인의 농지소유 자격요건을 완화 한 것과 상속농지 보유 제한 폐지 등이 진행됐음을 거론했다.

아울러, 노무현 정부에서도 농지법상 임원진 제한 규정을 없애 농민이 아닌 경영인의 농업경영 주도가 가능하게 했고 비농업인의 출자지분 한도를 50%에서 75%로 확대·추진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09년 농어업경영체 법 등이 제정됐지만, 지속적인 규제 완화로 인해 농업 법인을 통한 비농민 농지소유 악용 사례가 갈수록 더 많아졌다는 것이다.

경실련 관계자는“농업 법인 활성화란 미명 하에 비농민의 농지소유와 농지 투기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면서, “정부는 즉각 농업 법인을 악용한 비농민 농지소유와 농지 투기 근절대책을 마련해 시행할 것”을 촉구했다.

최근 제주도 감사위원회가 발표한 감사 결과에서도 농지를 매입한 후 1년 이내에 되팔아 시세 매매차익을 남긴 농업 법인은 8개로 조사됐고, 매매차익은 적게는 6,000만 원에서 많게는 55억 원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따라서, 정부가 전국적으로 세밀한 실태조사를 하면 훨씬 많은 수의 가짜 농업 법인이 농지를 부동산 투기로 활용했음이 드러날 것으로 예측된다.

이처럼 농업 법인이 허술한 법률과 제도를 악용해 비농민임에도 농지를 소유하고, 나아가 농지 투기에 뛰어들어 매매차익을 실현하고 있는 것을 정부는 결코 묵과해서는 안 된다.

농사를 지어 피땀 흘려 노력한 대가를 얻는 농업인들을 생각할 때 형평성 문제와 함께 농업농촌에 대한 희망과 삶에 대한 허무함마저 들게 할 것이다.

농지를 농민이 아닌 목적 외 사업을 운영하고 있거나, 실제 운영이 거의 없는 농업 법인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통해 해산 등을 강력하게 실시해야 한다.

그동안 완화돼 있는 자격과 설립요건도 강화해 본래 취지의 농업경영과 농산물의 출하ㆍ유통ㆍ가공ㆍ수출 및 농어촌 관광 휴양사업을 성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최근 혜민스님이 건물주 의혹과 함께 무소유가 아닌 ‘풀 소유’라는 사람들의 비난에 모든 것을 내려놓고 본연의 수행자 자세로 돌아가 정진하겠다고 발표해 주목을 끌었다.

농업 법인 또한, 앞으로 ‘투기장’ 오명에서 벗어나 본연의 농업경영체 육성 취지에 맞게 법률과 제도를 지금부터라도 바르게 재정비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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