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농신문=편집부] 정부가 올해 쌀 생산량 감소폭이 확대됨에 따라 쌀 시장 안정을 위해 정부양곡 37만톤을 가급적 수확기 이후에 시장에 방출하기로 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20일 농업인, 소비자, 산지유통업체,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양곡수급안정위원회를 열어 이같은 쌀 수급안정 보완대책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최근 밝혔다.

농식품부는 그러면서 농업인의 출하 시기 결정과 산지유통업체의 매입 가격 결정을 돕고 시장 불확실성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양곡 공급 시기는 수확기가 끝나는 내년 1월 이후로 하되, 이후 수급 상황에 맞춰 단계적으로 공매를 추진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수확기 중이라도 수급불안이 심화되거나 심화될 우려가 있는 등 불가피한 경우에는 공급시기 조정이 가능하다며 정부양곡 출하시기를 앞당길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정부의 이번 결정이 농민단체 등이 참가한 회의를 거쳤다고는 하지만, 현장의 벼재배 농가들은 쌀값을 인위적으로 떨어뜨리려는 처사라며 크게 분노하고 있다. 올해 쌀값이 예년에 비해 다소 높게 형성되고는 있지만, 역대급 장마와 태풍 등 잇따른 지연재해로 수확량이 크게 줄어 벼 농가들의 소득 감소가 심각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지난 11월 12일 밝힌 ‘2020년 쌀 생산량 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쌀 생산량은 350만7000톤으로 지난해 보다 23만7000톤(6.4%), 평년보다 401만2000톤(12.6%)이 각각 줄었다. 그러나 농민들이 체감하는 쌀 수확량은 이보다 더 떨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농민단체들은 올해 일조량 부족으로 벼가 제대로 영글지 못했던데다 도열병 등 병충해까지 기승을 부려 지난해보다 약 10%, 많게는 30%까지 생산량이 감소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올해 쌀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30% 줄어들 경우 2조7000억원 정도의 농가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는 추정도 있다.

물론 이같은 흉작으로 올해 쌀값이 예년보다 다소 높게 형성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11월 15일 현재 산지 쌀값은 20kg당 5만 3955원으로 지난해 동기 가격 4만 7522원에 비해 13.5% 높고, 평년 동기에 비해서는 31.1%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그동안 쌀값이 터무니없이 낮게 형성돼 왔고,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하면 현재의 쌀값은 결코 높은 수준이 아니다.

더욱이 우리 국민의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이 2019년 현재 59.2㎏인 점을 감안하면, 쌀값은 1인당 연간 17만3000원 정도가 소요되며, 밥 한 공기로 따지면 300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뿐만 아니다. 쌀값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도 미미하다. 통계청이 지난 2018년말 소비자물가지수 가중치를 개편해 쌀의 가중치는 1000에서 4.3에 그쳤다. 소비자들이 1000원을 지출할 때 쌀에 4.3원을 쓴다는 뜻이다.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19와 기후변화 위기로 식량안보가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식량자급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어 농업을 지키는 농업인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대책 마련이 시급히 요구되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해 기준 우리의 주식인 쌀의 자급률은 92.1%에 달하지만, 그나마도 매년 하락하고 있으며 앞으로 자칫 쌀도 부족한 시대가 올 수도 있다.

따라서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쌀값을 잡기 위해 정부 양곡 방출시기를 놓고 고민할 때가 아니다. 올해 장마와 태풍 등 자연재해로 소득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보이는 쌀 농가들의 소득안정 대책을 우선 마련하고 시행에 옮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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