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농신문=편집부] 국회가 지난 2일 무려 558조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내년 예산을 확정했다. 이중 농림축산식품부 소관 예산은 16조2856억원으로, 전체 국가 예산대비 비중은 2.9%에 그쳤다. 농식품부 예산 비중은 2013년 4.0%에서 2014년 3.8%로 떨어진 이후로 3%대를 어렵게 유지해 오다가, 이제 3%선마저 무너지게 된 것이다.

농식품부는 내년 농업예산과 관련, 정부안 편성 이후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대비 필요성 증대 등 변화된 여건을 고려해 농업 기후변화 대비, 농산물유통·판로확보 지원, 지속가능한 농업·농촌 구축 등의 분야에 예산이 증액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정부양곡매입비, 축사시설현대화, 농가사료직거래활성화 지원 등은 감액됐다.

사실 농업계는 내년 농업 예산 편성에 큰 기대를 걸었다. 비록 당초 국회에 제출한 정부안이 16조 1324억원에 그쳤지만,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차원에서 여야 의원을 막론하고 최소한 국가 전체 예산대비 3% 확보를 목표로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기 때문이다. 실제 국회 농해수위는 정부안보다 1조 3628억원 증액을 요청했으며, 증액한 예산이 국회를 통과하면 농업예산은 17조 5000억원 가량으로 전체 예산대비 3%대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그러나 확정된 농업 예산은 정부안 대비 1532억원 증액에 그쳤으며, 농해수위의 증액 요청 예산의 10%선에 불과했다. 그동안 국가전체 예산 대비 4∼5%대의 농업 예산을 요구해 온 농업계는 이번 예산 편성에 대해 ‘농업 소외’를 넘어 ‘농업 무시의 결정판’이라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과연 이같은 내년 농업예산으로 현 정부가 사람과 환경 중심의 농정틀 전환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올해부터 추진하고 있는 공익직불제의 안정적 정착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예산 반영이 안돼 단가 인상은커녕 선택형 직불제 확대도 물건너 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코로나19로 촉발된 전세계적 식량위기에 대응한 식량자급률 향상을 위한 대책도 차질을 빚을 우려가 높다. 밀·콩 등에 대한 계약재배 외에는 식량위기에 대비한 주요 식량작물에 대한 안정적 생산 및 판로보장에 대한 대책과 공공비축 확대 등을 위한 예산을 거의 찾아 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다. 농식품부가 2018년부터 쌀 수급안정 및 밭작물 자급률 제고를 위해 추진해 온 ‘논 타작물 재배사업’도 전면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 관련 예산이 반영이 안돼 그동안 논 타작물 재배를 위해 다져온 배수로, 기계화 등 생산기초가 모두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이외에 여성농업인 특수 건강검진 관련 예산도 전액 삭감돼 농식품부가 내년 계획했던 시범사업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 사업은 여성농업인들의 높은 유병률과 의료비지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반드시 추진해야 할 정책이라고 여성농민단체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농업계의 주장이 아니더라도, 국가 전체예산 대비 3%에도 미치지 못하는 농업예산으로 코로나19와 기후위기에 따른 급격한 변화 속에서 지속가능한 농업 실현을 위한 정책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을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당장 추경을 통해서라도 꼭 필요한 농업예산은 반드시 증액 편성해야 한다.

식량안보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국민의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농업에 대한 투자확대는 당연한 일이며, 이를 위해 농업예산은 충분히 확보되어야 한다. 식량자급률이 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인 우리나라가 만일 식량으로 인한 안보 위협 상황이 벌어진다면 그 파장은 상상할 수가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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