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농신문=편집부] 설 명절을 앞두고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에 명시된 농수산물과 농수산가공품 선물 상한액을 한시적으로 현행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올려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현행 청탁금지법은 음식물·선물·경조사비 상한액을 3만원, 5만원, 5만원으로 제한하고 있으며, 다만 선물은 농수산물에 한해 10만원까지 허용하고 있다.

시장 개방 확대에 따른 수입 농수산물이 범람하고 있는 가운데 설, 추석 명절 등에 매출이 집중돼 있는 농수산물은 선물가액 제한으로 어려움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더욱이 지난해 발생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침체와 소비부진으로 농어가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이에 따라 농민단체들은 이미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설 명절 기간에 한해 청탁금지법상 농수산 선물 가액을 올려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도 지난 6일 이에 동조했으며, 앞서 지난 5일에는 국내 협동조합 회장단들이 정세균 국무총리와 만나 같은 건의를 했다.

여기에 정부 부처도 가세해 주목을 끌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김현수 장관과 해양수산부 문성혁 장관은 지난 7일 국민권익위원회 전현희 위원장과 면담을 갖고, 설 명절에 ‘농수산물과 농수산가공품 선물 상한액’을 상향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들 장관들은 “사과·배·인삼·한우·굴비·전복 등 주요 농수산물은 명절 소비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귀성 감소 등으로 소비가 감소할 경우, 농어가의 피해가 커질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같은 요구에 대해 전현희 위원장은 신중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 위원장은 “코로나19 등으로 우리 농어민이 겪고 있는 경제적 어려움에 깊이 공감한다”면서도,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은 청렴에 대한 국민의 눈높이, 상한액 조정을 청렴사회를 향한 의지의 약화로 보는 부정적 국민여론 등 여러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한다.

물론 농수산물 선물 가액을 상향 조정할 경우 청탁금지법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농수산물은 명절 대목 시장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며, 제수용품으로 주로 활용되는 일부 품목은 더욱 그렇다. 농수산물은 이 시기에 일정물량이 소비되지 않으면 연중 가격하락으로 농가소득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한 청탁금지법은 직무관련 공직자 등에 대한 금품 제공을 제한하는 법이지만, 일반인 사이에서도 이를 준용하는 경우가 많아 일시적 규제 완화에도 농수산물 소비증진에 긍정적 효과가 매우 크다.

실제 국민권익위가 지난해 추석 명절 기간인 9월 10일부터 10월 4일까지 20여 일간 농수산 선물 가액을 일시적으로 상향 조정한 결과, 농수산식품 선물 매출액은 전년 추석 대비 7% 증가했으며 품목별로는 축산물 10.5%, 가공식품 7.5%, 과일 6.6%, 수산물 4.7% 각각 늘었다. 가격대별로도 10만∼20만원대가 10.3%, 20만원 초과선물도 20% 각각 증가했으며, 추석 4주전부터 3주전 기간 선물 매출은 169%나 늘어났다.

농민단체는 물론 정치권, 협동조합, 그리고 정부 부처까지 설 농수산물 선물 가액 한시 상향을 위해 나선 것은 이처럼 명절이 농수산물 소비에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유례없는 재해 피해와 함께,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수산업계를 위해 국민권익위의 빠른 결단을 촉구한다. 설 명절 상품구성 등의 기간을 고려할 때 지금도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아울러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농어가들의 안정적인 소득 보장 및 농어촌 경제 활성화를 위해 농수산물 및 가공품 선물 가액을 현실에 부합하도록 상시적으로 인상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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