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양돈과 농업연구사 김두완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양돈과 농업연구사 김두완

기록적인 한파가 닥쳤던 올 초, 동파 등으로 수돗물 수요가 급증해 물을 절약해 달라는 안내 문자를 받았다.

본의 아니게 물을 아껴 써야 하는 상황이 되니 새삼 물의 소중함을 생각하게 된다.

우리는 평소 물 부족을 크게 느끼지 못하지만 우리나라는 UN이 분류한 ‘물 부족 국가’다. 2025년에는‘물 기근 국가’가 될 거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우리는 종종 가뭄으로 인해 사람은 물론 가축과 작물도 물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를 보게 된다.

특히 양돈농장에서 물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며 필수적인 자원이다. 사육규모가 커지면서 깨끗한 물을 충분하게 확보하는 것은 농장의 존속과 직결될 만큼 중요한 부분이 됐다.

돼지가 섭취하는 물에는 여섯 가지 중요한 기능이 있다. 첫째, 세포 팽창을 통해 체격을 유지하는 기능이다. 뼈가 몸을 지탱하지만 물이 없으면 마치 바람 빠진 풍선처럼 흐물흐물해진다. 세포 하나하나에 물이 공급돼야 탄력 있는 몸을 유지할 수 있다.

둘째, 체내 대사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제거하고 호흡과 피부로 수분을 배출해 체온을 일정하게 조절하는 기능이다. 달리는 자동차에 냉각수가 없으면 엔진 과열되는 것처럼 물은 체내에서 발생하는 열을 낮춰주면서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셋째, 세포로 영양소를 옮기고 세포 내에서 생성된 노폐물을 외부로 운반하는 기능이다. 섭취한 물의 80%는 소장에서 흡수돼 혈액으로 옮겨지면서 간과 같은 장기나 몸속 세포에 영양분과 수분을 공급한 뒤 대사 후 노폐물을 싣고 신장으로 흘러가서 소변으로 배출된다.

소장에서 흡수되지 않은 20%의 물은 대장에서 변을 묽게 만들고 대변과 함께 배출된다. 돼지는 이 모든 과정이 물 섭취 후 90~120분이면 끝난다.

넷째,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등 영양소의 수화(水化)와 가수분해 기능이다. 위장으로 들어온 음식물을 소화효소와 잘 섞이게 해 잘게 분해될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물 섭취가 부족하면 소화기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다섯 번째, 관절부위에 대한 윤활 작용 기능이다. 기계 부품에 기름칠을 하지 않으면 삐걱거리고 닳아 오래 못 쓰듯 물은 관절에서 윤활유 역할을 한다.

여섯 번째, 신경 시스템에 가해지는 외부 충격에 대한 완충 기능이다. 신경은 신경세포들의 그물망으로 이루어져 있고, 외부 자극을 감각신경계를 통해 받아들여 척수를 거쳐 뇌로 전달하는데, 물은 신경계를 둘러싸서 외부의 충격으로부터 완충 역할을 하게 된다. 이렇듯 돼지에게 있어 물은 생명 활동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인 자원이다.

어린 돼지의 몸은 물이 70%를 차지한다. 성장하면서 체중이 늘어 물의 비율은 40%까지 줄어들지만, 물 요구량은 오히려 더 많아진다.

임신한 어미돼지의 경우 하루에 14∼17리터, 젖을 먹이는 어미돼지는 18∼23리터까지 물을 섭취해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돼지는 물 섭취가 부족하면 건강에 이상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충분한 양의 깨끗한 물을 섭취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겨울철에는 외부로 노출된 급수 배관이 얼지 않도록 단열재로 잘 마감을 해주고, 돼지가 찬물을 마시지 않도록 20℃ 내외의 물 온도를 유지해 줘야 한다.

돼지는 물을 잘 먹어야 사료도 많이 먹고, 비육 성적도 높아진다. 일반적으로 돼지는 사료 1kg을 먹기 위해서는 물 3리터를 섭취해야 한다.

예를 들어, 생체중 45kg 돼지 한 마리는 5.5리터의 물을 매일 섭취해야 사료섭취량이 늘고 성장률도 개선된다.

돼지에게 물은 사료보다 훨씬 많이 먹는 영양분인 셈이다. 최고 상태의 수질을 유지하는 것이 돼지 건강은 물론 고품질 돼지고기 생산에도 필수적인 항목임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저작권자 © 전업농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