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을 앞두고 또다시 축산농가를 볼모로 생존권 싸움이 시작됐다.

화물연대 노조가 물류비 30% 인상을 포함한 12가지 요구사항을 걸고 선진의 군산 배합사료공장 출입을 봉쇄하면서 한우협회를 비롯한 OEM사료를 공급받아오던 농가들이 당장 설을 앞두고 사료를 급여하지 못하게 돼 큰 위기에 처한 것이다.

왜 설 명절을 앞두고 인가, 코로나19로 소비위축으로 각종 행사도 취소되고 부모님 찾아뵙지 못하는 대신 설 선물로 대신할 수 있게 국민권익위가 농수축산 선물 20만원으로 일시적으로 상향 한 조치도 무색해지고 있다.

물론, 화물연대도 그동안 어려움이 있을 수 있고 물류비 인상안을 포함한 처우개선 요구도 나름 타당할 수 있겠지만 가축의 생명이 달린 축산농가의 OEM사료 조차도 반출시키지 않고 봉쇄하는 것은 지나친 집단 이기주의 처사라고 할 것이다.

지난 2008년에도 화물노조의 총파업으로 물류대란과 농수축산인들이 매우 큰 타격을 입기도 했고, 지난해 2월에는 화물연대본부 서울경기지부·충북지부 마니커 화물노동자들이 사측의 직접계약 약속이행 파기 및 부당해고에 맞서 전면파업을 진행하면서 도계장 중단으로 닭을 출하하지 못하는 애꿎은 250여 육계농가들을 비롯해 도·소매 소상공인, 치킨집과 닭 음식점 등 피해가 일파만파 커지는 사태를 겪기도 했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는 속담처럼 힘없는 농가들이 매번 사측과 노조사이에서 볼모로 잡혀 막대한 피해를 보는 것은 어쩌면 우리농업이 처한 현실과 맞닿아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익을 취하기 위해 남들이 다치는 걸 상관하지도 않는 경우는 더 이상 자신들의 행위에 대한 설득력과 명분을 잃을뿐이다.

특히 살아있는 생명을 담보로 주장하고 행위하는 것은 비인륜적이기까지 하다. 보다 융통성 있는 협상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3일 농업 전문언론들이 나서 이 사태에 대한 집중 보도를 시작하자 여론의 관심이 모아지면서, 선진과 한우협회의 노력이 더해 협상의 물꼬가 조금씩 트이고 있다는 현장의 소식이 들려온다.

4일 화물연대 노조가 막아 출고되지 못했던 한우협회 OEM사료 50톤 2대 물량을 포함한 운송 차량 8대 약 200톤의 물량이 별다른 충돌없이 선진사료 입구를 통과했다는 소식이다.

다행히 당장 급한불은 끈 모양새다. 아직 전부는 아니지만 노조의 어느정도 요구를 수용해 일부 협상이 이루어져 일정물량 반출을 허용한 것으로 보인다. 차후 설명절전 협상이 마무리돼 더 이상 큰 농가피해를 막아야 할 것이다.

한우협회의 OEM사료는 화물연대의 재산이 아니다. 나머지 물량도 반출하도록 해야 할것이다.  선진사료도 대표이사가 직접나서 사태해결에 모든 노력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좋을 것이다. 농가가 나서 사태해결에 나서는 것보다는 농가와의 상생을 이런 위기때 보여주는 것을 어떨까.

보다 근본적 문제는 이같은 방식을 언제까지 반복해서 쓸 것인가이다. 노조는 매번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약자의 약점을 쥐고 협상테이블에 앉아 인심쓰듯 베풀 것인가.

이 부분에 관해 정부와 관련부처도 관심을 가지고 유사시 비상대책을 마련하고, 사각지대에서 피해를 입는 농가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를 했으면 한다.

 

이태호 기자
이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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