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듀오 그룹 브라운 아이즈가 오래전에 발표한 ‘벌써 일년’ 노래 제목이 문득 스쳐 지나간다.

지난해 이맘때쯤 4.15총선에서 거대 여당을 만들어줬던 민심이 1년만에 정반대로 되돌아섰다.

특히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등 4.7 광역단체장 재보선 투표율이 56.8%로 보궐선거로는 역대 최대를 기록한 것은 민심이 소용돌이치듯 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7일 공중파 3사 출구조사 결과 발표 이후 두 당의 명암은 극과 극으로 갈렸다. 서울시장 선거에 국민의 힘 오세훈 후보 57.50%,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 39.18%, 부산시장은 국민의 힘 박형준 후보가 62.67%, 더불어민주당 김영춘 후보 34.42%의 투표 결과는 압도적으로 국민의 힘 쪽으로 시민들의 의사전달을 결과로 분명하게 보여줬다.

정부의 정책운영에 바로 반응하는 민심은 그만큼 무서웠다.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말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이는 우리 농업계에서도 감지되었던 이미 많은 순간이 오롯이 국민 투표에 반영되었다고 보인다. 아울러, 농업이 전혀 무관한 분야가 아니라 모든 정부정책과 맞물려 있다고 봐야 한다. 그동안 많은 농업인단체들이 농업 분야의 희생을 전제로 한 정부의 대외경제정책 방향을 비판하기도 했다.

지난 2019년 WTO 농업 개도국 지위 포기와 지난해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서명에 이어, 올해 들어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까지 가입을 검토해 “국내 농산물 시장 개방 속도를 5G급으로 대안을 마련할 틈도 없이 정부가 앞장서고 있다”는 어느 농업인의 말처럼 농업인 민심을 사려 깊게 듣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농민단체들로부터도 지속해서 제기돼 왔다.

또한, 최근까지 정부의 밀어붙이기식의 3km 반경 무차별 살처분 정책으로 인해 수많은 가금 농가들이 계란을 창고에 쌓아둔 채 팔지 못하고, 오히려 수입 계란으로 소비자 가격폭등과 혼란만 가중했다는 비난도 쏟아지고 있다.

닭, 오리 또한 2천만수 가까이 살처분 당해 농가들은 생계가 막막한 현실에 처하게 된 것이다. 보상도 예전 기준이 아닌 갑자기 바뀐 규정으로 영수증만 내놓으라고 하니 충분히 홍보가 안 돼 준비 못 한 농가들은 빚더미에 올랐다. 멧돼지 ASF 대책도 환경부와 나뉘어 울타리 설치와 포획 등 신속하지 못해 경기북부 농가피해가 컸다. 그야말로 농업인과 정부 간 소통 부재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하면서 화훼농가를 비롯한 관련 농축산업계도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그런데도 재난지원금은 그동안 농업인들을 제외해 농촌 현장의 실망과 분노는 커졌다. 나중에 부랴부랴 정부가 농업인 바우처 지급대책을 내놓았지만, 이것도 선별지원 농가 형평성 문제로 시름하고 있다. 여기에 LH 농지투기 사태는 농업인과 국민 정서에 휘발유를 얹고 불을 질렀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농업인 민심이 곧 이번 투표에까지 영향을 미친 데 이어 일 년 뒤 대선에까지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내년 4월이면 선장이 바뀌어 있을수도 있다. 위기가 코앞에 닥친셈이다.

농업인구는 250만 명이지만 그 관련 가족들과 일가친척, 도심에 사는 관련 종사자 인구까지 더하게 되면 농업계 민심도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총선 뒤 일 년이 지났다. 정부는 다시 일 년 뒤 대선에서 어떤 민심,농심의 선택을 받을 것인가

'벌써 일년' 노래가사에서는 "일 년 뒤에는 널 기다려..."라고 되뇌지만 현실에서 국민, 농민들은 언제까지 기다려주지 않는다.

이번 보궐선거를 교훈 삼아 정부의 국민에 대한 자세, 농업·농촌에 대한 자세를 다시 한번 심기일전해 목소리를 귀담아듣는 실천하는 소통의 농정을 펼쳐주기를 기대한다.

이태호 기자
이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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