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1년 사과·배 2개 작물로 출범했던 농작물재해보험이 올해로 도입 20주년을 맞았다. 20년동안 수많은 난관을 극복하고 성장을 거듭해온 결과, 가입대상 농작물이 67개로 확대됐고, 보험가입금액은 20조원을 초과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러한 성장은 농업인의 니즈를 꾸준히 반영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올해도 얼마전 판매가 종료된 벼보험의 경우 가입이 지난해 실적을 넘어서는 등 농업인 가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최근 냉해와 우박 등 기후가 불안정해 지면서 자연재해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어 불안한 농민들은 가입을 서두를 수밖에 없게됐다.

기상청 기후 전망에 따르면, 올 여름은 폭염일수가 예년보다 많고, 1∼3개의 태풍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이제 농사에 있어 보험가입은 필수라는 인식이 널리 확대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안정기에 접어든 농작물재해보험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상품이 다양하고 제도가 정교해 질수록 농업인의 다양한 요구사항은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다. 또한, 여전히 재해보험의 사각지대에 있는 농작물도 많다. 사과, 벼 등 일부 작물의 가입률은 매우 높은 반면 나머지 많은 작물의 경우 가입률이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구 온난화와 잦은 기상이변으로 인한 농작물재해보험 사업규모 확대와 보험금 지급 급증에 따른 정부의 재정여건도 우려가 된다. 또한 사업에 참여하는 보험사들의 리스크 등 위험관리 이슈도 양면의 칼처럼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게 된다.

지난 20년동안 농작물재해보험의 도입과 외형적인 성장에 집중했다면, 정부와 보험업계는 이제부터는 안정적인 농가소득과 보험 사업운영을 위해서 본격적인 고민이 필요할 때다. 버릴 것은 과감히 버리고, 보완 또는 강화가 필요한 분야에 대한 제도개선이 집중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재해보험사업에 관련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폭넓은 의견 교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태호 기자
이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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