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도시농업과전문연구원 홍인경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도시농업과전문연구원 홍인경

누군가 이렇게 말한다. “귀농하려고?”, “채소 얼마나 먹는다고 사서 고생을 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텃밭의 매력은 힘차게 솟아오른다.

하루 종일 스마트폰을 바라보다 방전되고, 코로나19로 인해 점차 황폐해지는 도시 생활에서 흙 내음을 맡고 채소의 결을 만지다 보면 건강한 에너지가 충전된다. 회색도시에서 초록을 만나는 유일한 방법, 도시농업이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전라북도 완주군 이서면 도시농업과 연구 현장에 안전한 먹거리를 꿈꾸는 도시농부들을 위한 열린 공간으로 ‘어울림텃밭정원’을 조성하였다.

475㎡(144평) 규모의 직사각형 뜰 안에는 생동감이 넘친다. 조랑조랑 열린 호박, 힘 좋게 솟아오른 쌈채소, 그리고 바질과 루콜라처럼 마트에서 사려면 비싸서 망설여지는 서양 채소, 한편에서 묵직하게 영글어가는 알배추까지, 회색의 도시 가운데 펼쳐진 농작물의 푸르름은 조명 하나 없이 빛이 난다.

특히, 어울림 텃밭정원에는 바질, 라벤더, 로즈마리, 오레가노 등의 허브 향기가 근사하다. 건강을 최우선으로 했던 조상들은 약과 음식은 그 근원이 같다는 ‘약식동원’을 실천했다.

이곳에서는 이와 관련된 토종작물 53종을 채소, 풀열매, 산과들, 약, 꽃 텃밭정원 안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이곳은 직원들이 업무가 많거나 잘 풀리지 않을 때 잠시 쉬어가는 놀이터이자 휴식처로 사람들이 늘 찾는 힐링 공간이다. 또한, 그저 즐거운 마음에 도시농업 현장을 방문하는 도시민들이 즐겨 찾는 공간이다. 이들은 농사법을 잘 몰라도 농기구가 영 손에 익지 않아도 가뿐하게 밭을 향한다.

도시농업에 빠진 시민들은 풀 냄새만 맡아도 직장 생활에서 얻은 스트레스가 녹아내린다고 만족감을 표한다. 초보 농부라서 농작물과 서먹서먹하고, 직장인에게 소중한 주말이라 오기 귀찮을 때도 있지만 막상 나와서 손과 몸을 움직이다 보면 월요병이 사라지는 기분을 느낀다는 이들도 있다.

전에는 편의점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기도 했는데, 농사를 짓고 난 뒤 건강과 환경에 대한 관심도 많아졌다는 의견을 주는 분도 있다. 부모 세대의 농사는 그저 먹고 살기 위한 고달픈 노동이었다.

오늘의 도시농부들에게 농사는 ‘즐거움’ 자체다. 이제 도시텃밭은 농사(Agriculture)와 놀이(entertainment)를 합친 ‘애그리테인먼트’에 ‘치유(Healing)’의 의미를 더한다.

여름내 기른 콜라비를 시장에서 천원이면 산다는 것을 알지만, 화학비료를 쓰지 않기 때문에 모양도 울퉁불퉁하고 수확량이 초라할 때도 많지만 농업은 그 자체로 재밌고 즐거운 일이다. 실제로 도시농부가 수확하는 것은 생산물에 그치지 않고 치유와 연관된다. 도시농부들은 사람과의 관계, 작물과의 관계를 맺어가는 동안 ‘힐링’을 경험한다고 고백한다.

텃밭을 일구면서 가장 큰 두려움은 실패다. 도시민에게 텃밭을 권유하면 내가 키우는 것들은 모두 죽으니, 아예 키우지 않는다는 이들이 있다. 이럴 때는 “거, 좀 죽이면 어때요? 다음에 살리면 되죠. ‘함께’의 힘을 믿어보세요. 내가 좀 못해도 함께 하는 주위 분들이 도와줄 겁니다.”라는 말을 전한다.

이것이 코로나 펜데믹 상황에 함께 하는 아름다운 사회·공유문화의 디딤돌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모두 텃밭 활동에서 얻은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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