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당국이 지난달 13일 오전 9시 울진·삼척 산불의 주불 진화를 선언했다.

다행히 주말에 내린 단비로 울진·삼척 지역 주불이 잡히면서 9일째 이어진 진화 활동에도 마침표를 찍었다.

지난달 4일 오전 11시 17분 경북 울진군 북면 두천리 야산에서 발화한 산불은 213시간 43분 만에 진화됐다. 이번 산불은 기존 2000년 동해안 산불 191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역대 최장기간 기록을 세웠다.

잠정 피해면적도 울진 1만 8463ha, 삼척 2460ha 등 모두 2만 923ha나 된다. 앞서 진화된 강릉 동해 산불까지 합치면 2만 4940ha로, 서울 면적의 41%를 태운 역대급 피해를 남겼다.

산불 진화를 위한 대응도 만 9일동안 헬기 1200여대, 인력 6만 9000여명에 산불진화차 등 장비도 6100여대나 동원됐다.

산불 피해구역에서는 주택 319채와 농축산시설 139곳, 공장·창고 154곳, 종교시설 등 31곳을 포함, 모두 643곳의 건축, 시설물이 잿더미로 변했다. 그나마 인명 피해가 없었다는 게 위안이다.

역대 최장·최대 피해규모로 기록된 울진·삼척 산불은 피해가 컸던 만큼 과제도 남겼다.

우선 정부는 이재민 피해보상을 신속하고 성실하게 이행해야 한다.

이번 산불은 자연재해도 아닌 무심코 던진 담뱃불이 유력한 원인 중 하나로 추정되는 가운데 몇 명의 개인적 일탈행위로 속수무책으로 당한 피해지역 주민들에게는 그야말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하루 아침에 살곳을 잃은 이재민들과 한순간에 생활터전이 사라진 주민들에게 지금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 못할 것이다. 적절한 피해보상책 마련이야말로 피해주민이 입은 상처를 조금이나마 달랠수 있는 길이다.

이번만큼은 이재민 지원 및 피해복구사업을 위한 지원정책이 자칫 전시성 대책만을 쏟아내고는 용두사미로 전락하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올들어 유난히 산불 소식이 잦다. 평년의 2.5배나 많이 발생했다. 특히 이번 산불진화까지 오랜시간이 걸린데는 고온건조한 날씨에 강풍으로 인해 기상여건도 안 좋았지만 산불진화를 위한 전용헬기가 턱없이 부족한 것도 한 몫 했다.

산림청이 보유한 진화헬기는 47대로, 이중 초대형헬기는 고작 6대 뿐이다. 기후변화로 점차 대형화하는 산불을 끄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초대형헬기의 추가도입이 시급하지만 문제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 예산확보가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 1월 산불방지를 위해 초대형 헬기를 신규 도입하고, 노후차량 90대를 교체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K-산불방지 종합대책’을 발표한 산림당국 입장에선 머쓱할 수밖에 없다.

진화체계 전력을 보강하겠다는 발표를 한 지 한 달 남짓 지났을 뿐인데 고질적인 문제점들이 다시 반복돼 산불재앙을 피하진 못했으니 말이다.

관계당국은 사상 최악의 산불 재앙을 반면교사로 삼아 국내 산림 실정에 맞는 장비개발과 최신 ICT기술을 접목한 진정한 K-산불대책 마련에 나서 주길 바란다.

최근 발생한 동해안 산불 사태를 계기로 산림 진화헬기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커진 가운데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산림청·소방청·경찰청 등 헬기 활용 국가기관이 참여하는 ‘국산 헬기 활용 확대를 위한 협의체’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산림 헬기에 대한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초대형헬기 도입은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 필요한 만큼 정부는 예산확보 등 구체적인 실행 로드맵을 제시하길 바란다. 이제 남은 것은 실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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