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축산과학원 양돈과농업연구관 홍준기
국립축산과학원 양돈과농업연구관 홍준기

우리나라 사람이 가장 많이 먹는 육류는 돼지고기다. 하지만 정작 우리가 먹는 돼지가 어떤 품종인지 알고 있는 소비자는 많지 않다.

몇 해 전 스페인산 이베리코가 품종을 내세운 마케팅에 성공한 사례가 생기면서 품종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늘기 시작했으며, 이로 인해 스페인산 돼지고기 수입이 크게 늘기도 했었다.

사실 수입산 돼지고기는 대부분 냉동상태로 국내에 들어오기 때문에 신선도 측면에선 한돈이 유리하다. 그렇지만 점차 냉장 돼지고기 수입이 늘고 있는 추세이며, 냉장 보관기술이 발달하여 운송기간 동안 숙성을 거치게 된다면 한돈의 신선도는 더 이상 강점이 되기 어렵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대부분의 돼지 품종은 요크셔, 랜드레이스, 두록 3가지 품종을 활용한 3원 교잡종이며, 이는 세계적으로 대중화된 방식이다. 이 방식으로 돼지를 생산할 때 한돈이 생산성 측면에서 수입산보다 우위를 점하기는 쉽지 않다. 양돈산업 역사가 우리보다 앞선 축산 선진국의 개량, 사양 등에 대한 기술 격차를 줄일 수는 있어도 뛰어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곧 가격 경쟁력에서 이기기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백색 돼지고기와 맛 차이가 분명한 재래돼지가 해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차별화된 우리돼지 품종, 한우처럼 특화된 K- 품종이 있다면 승산이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 고유 품종인 재래돼지는 맛이 좋지만 생산성이 너무 낮아 사육 농가가 거의 없다. 그래서 재래돼지 대부분은 국가기관에서 유전자원으로 관리되어 왔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재래돼지를 활용한 신품종 돼지를 개발하여 생산성 한계를 극복해 나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국립축산과학원에서 개발한 ‘우리흑돈’과 ‘난축맛돈’이 있다. 우리흑돈은 재래돼지를 활용해서, 난축맛돈은 제주흑돼지를 이용해 개발한 품종으로 재래돼지의 고기맛은 유지하면서 성장성과 산자수를 크게 개선하였다. 일본에서 버크셔라는 품종을 개량하여 가고시마 흑돼지로 만든 것처럼, 국내에서도 민간에서 버크셔를 활용해 개발한 ‘버크셔K’가 있다. 세 품종 모두 차별화된 한돈으로 활용하기 좋은 품종이라 생각한다.

농가 입장에서 보면 기존에 키우던 품종과 사육방식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 농가는 확실한 수익구조가 형성되어야 과감하게 변화할 수 있다. 신품종 돼지를 위한 유통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소비자들이 선택을 해줘야한다. 이를 위해 국산 품종 관련 인정기준 등 국가적인 지원정책도 필요하다. 현재 국립축산과학원은 ‘토종가축의 인정기준 및 절차 등 (농식품부고시 제2015-175호)’에 대한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간단히 소개하자면, 현재 토종돼지 인정 기준은 농가가 사육하기 어려운 재래종에 국한되어 있는데 산업적으로 활용되는 국산 품종을 해당고시에 포함하여 제도권으로 편입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가 활용하고 육성한 품종이 한국의 유전자원이라는 국가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다.

돼지 품종 다양화와 함께 한돈만의 사육방식과 조리방법 개발도 필요하다. 국내시장이 우선적이지만 장기적으로 세계시장도 바라볼 필요가 있다. 물론 꿈같은 얘기일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 K콘텐츠의 세계적인 열풍과 함께 우리나라 식문화도 조명 받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보면 해볼 만한 일이라 생각한다.

우리만의 K패키지 돼지고기(품종-부위-레시피)를 개발하고 K콘텐츠를 통해 홍보된다면, 한돈의 세계화라는 꿈에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한돈산업 관계자 모두에게 한돈의 세계화가 꿈이 아닌 실현가능한 목표가 되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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