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 농산물원종장작물종자연구팀장 고승찬
제주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 농산물원종장작물종자연구팀장 고승찬

6월이 끝나갈 무렵, 제주 중산간에서는 메밀 수확이 한창이다.

지난 4월 뿌린 씨앗이 환한 꽃이 되고 영글어 어느새 거둬들일 때인 것이다. 새하얗던 풍경을 놓쳤다고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얼마 안 있어 다시 씨앗을 뿌릴 테니깐 말이다.

제주에서 메밀은 일 년에 두 번 재배되며 생산량은 우리나라 전체 생산량의 절반쯤에 달한다. 재배면적 1,058ha, 생산량 768톤(2020년 기준)으로 각각 전국의 46%, 38%를 차지하는 최대 주산지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재배되는 메밀의 대부분은 외래종 품종이다. 제주 역시 마찬가지, 재래종은 품종 특성상 가을 재배만 가능하기에 농가에서는 2기작 가능한 외래종 품종을 재배하는 것이다. 그러나 품종을 알 수 없는 수입산 종자는 외래 잡초와 병해충 유입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이에 제주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은 제주 메밀의 국산화에 나선다. 올해 전국 최초로 ‘국내육성 메밀 채종단지’를 조성하여 국내산 종자 보급으로 제주메밀의 가치를 높이고자 한다.

2020년 국내육성 ‘양절’메밀 특성화 시범단지, 2021년 채종실증단지 조성을 거쳐 올해부터는 채종단지를 본격 조성하여 4년 1기 국내육성 ‘양절’메밀 품종 보급 체계를 구축한다. 지난해 채종실증단지 현장평가 결과, ‘양절’메밀은 봄, 가을 2기작 재배는 물론 수량이 많고 외관특성(립 크기, 색택, 모양), 가공특성(메밀쌀 모양, 가공품 식미)이 모두 우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조성한 ‘양절’메밀 채종단지 30ha에서는 격리재배는 물론 수확, 선별까지 까다로운 관리를 거쳐 순도 높은 우량종자를 생산하여 농가에 보급할 것이다.

농업기술원은 올해부터 매년 30ha의 채종단지 조성, 보급종 종자 30톤(300ha 분)을 생산해 지금 4.5%에 머무는 국내산 점유율을 2025년 5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이다.

국내산 품종은 제주메밀 특산화의 기반이 될 것이다. 가치와 품질을 높인 원료곡, 가공제품으로 경쟁력을 갖춰 특산작물로 자리매김하고 전국 1위 주산지의 입지를 확고히 할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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