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농신문] 정부가 지난 8일 고물가 부담경감을 위한 민생안정방안을 발표하면서 생활물가 체감도가 높은 소·닭·돼지고기 등 주로 수입축산물을 중심으로 무관세 조치를 취하겠다고 해서 축산생산자단체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6월 22일부터 무관세를 적용하고 있는 수입산 돼지고기 5만톤에 더해 삼겹살 2만톤을 추가 증량하고, 소고기 10만톤과 닭고기 8만2천5백톤, 전․탈지분유는 기존 1607톤에서 1만톤까지 수입무관세 적용을 연말까지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조치로 미국·호주산 소고기의 소매가격이 최대 5~8% 내려가는 등 물가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정부의 이번 조치는 코로나19와 기후위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강조되는 식량안보에 역행한다는 측면에서 납득하기가 어렵다. 우리 국민들의 필수 단백질 공급원인 축산물도 엄연히 식량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이미 체결한 축산강대국들과의 자유무역협정(FTA)로 인해 저율관세할당물량(TRQ)이 들어오고 있는 판국에 무관세수입 확대 조치는 축산농가들의 사육의지를 꺾어 축산업의 존립 기반을 흔들 수 있다는 측면에서 비판받아 마땅하다.

수입 축산물의 무관세 적용으로 물가인상이 잡힐지도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축산관련단체협의회(축단협)에 따르면, 6월 기준 전년 동월 대비 물가상승률 6% 중 축산물의 기여도는 0.35%에 불과하다. 물류비와 인건비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가운데 과연 이번 조치가 최종 소비자물가 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까. 오히려 축산물을 물가인상의 주범으로 내몰면서 외국산 수입물량에 대해 할당관세 0%를 적용해 수입을 부추기면서 축산물 수입 유통업자들의 이권을 챙겨주는 것에 지나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미 국내 축산업은 FTA 확대 등 그동안의 무차별적인 개방농정으로 위기상황이다. 2021년 기준 축산물 자급률은 돼지고기는 그나마 70%에 달하지만, 소고기는 36.8%, 우유는 45.7%에 불과하다. 더욱이 축산업 규모 확대와 환경규제에 따른 시설투자로 축산농가들의 부채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축산물 생산비의 50%이상을 차지하는 사료가격은 우크라이나 사태 등 해외곡물가격 상승으로 인해 30% 이상 폭등하고 있다. 여기에 현장의 축산농가들은 아프리카돼지열병·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등 악성가축전염병이 언제 터질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축단협은 그동안의 축산강국과의 FTA 체결로 2023년부터 닭고기(일부철폐), 2026년부터 소고기, 유제품 관세철폐가 예고돼 있어 정부의 이번 조치는 축산농가에 대한 사형선고를 앞당기는 것이라고까지 주장하고 있다.

축단협의 주장이 아니더라도 환경오염의 책임을 농가에 전가하는 탄소중립 명분의 환경부 규제와 축산물의 영양학적 우수성을 외면한 무분별한 ‘안티축산’ 확산으로 이대로 가다간 국내 축산업 생산기반은 붕괴될 수도 있다는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물가를 안정시킨다는이유로 추진하는 정부의 축산물수입 무관세 적용방침은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훌륭한 단백질공급원으로서 국민건강에 기여하고 있는 축산업의 공익적 가치를 고려해 축산물 가격안정과 사료값 인상차액분 보조와 사료가격안정기금 조성 등 사료가격 폭등에 따른 특단의 대책을 비롯한 축산업 기반을 유지하는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국가의 농어업 및 농어민의 이익을 보호하고 육성할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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