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도시농업과농업연구사 정영빈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도시농업과농업연구사 정영빈

요즘 ‘식집사’, ‘텃테리어’, ‘풀멍’ 같은 단어를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자연에서 마음과 몸 건강을 챙길 수 있는 도시텃밭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며 지난해 우리나라 도시농부 인구는 174만 명을 넘어섰다.

보통 텃밭이라고 하면 개인이 사각형 모양 땅에 상추와 고추 같은 채소를 재배하는 모습을 떠오른다. 그러나 이러한 텃밭은 가족과 주변 이웃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이 부족하고 안전에 대한 우려와 함께 어린이와 노인, 장애인이 소외된다는 목소리가 제기돼 왔다.

이에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는 도시텃밭 이용자와 전문가 등이 함께하는 국민정책디자인 활동을 통해 기존 텃밭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했다.

1단계로 도시텃밭 이용자, 분야별 전문가 등이 모여 국민정책디자인 활동을 수행하였고, 2단계로 개발된 텃밭 모델을 평가한 후 기술보급서를 발간했다. 그리고 3단계로는 개발된 대상자 맞춤형 도시텃밭 모델을 시범사업, 기술지원 등을 통해 확산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인근 아파트 주민 가족을 초대하여 대상자 맞춤형 도시텃밭 모델 4종에 대한 설문을 진행했다. 그 결과, 어린이들이 참여하는 학교 텃밭이 교육 및 농업체험 도움이 된다는 응답은 76.9%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또한, 응답자의 81%가 도시텃밭의 공공성을 위해 휠체어 등의 보행이 용이한 텃밭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에 평가 결과와 전문가 자문 등을 반영하여 공공 도시 텃밭정원 매뉴얼을 완성하였으며, 올해 도시텃밭 모델 중 고령자 세대 텃밭정원과 무장애 텃밭정원을 세종특별자치시 고운동에 적용했다.

이 텃밭에는 두 가지 모델을 적용했다. 먼저 보행이 자유로운 텃밭정원은 휠체어, 보행 보조기구 등의 이동이 편리하도록 바닥을 매끄럽고 균일한 재질로 깔았다. 특히, 텃밭을 땅바닥이 아닌 75∼105cm로 높여 휠체어 등에 앉은 채로 작업할 수 있게 했다.

고령자 세대 공동체 텃밭정원은 골절 등 부상 위험이 없도록 산책로와 바닥을 미끄럽지 않은 재질을 사용해 만들었다. 또한, 강한 햇빛 등에 대비하고 중간 중간 휴식을 취하며 소통할 수 있도록 텃밭에 의자를 ‘디귿(ㄷ)’ 모양으로 조성했다. 이 텃밭에는 로즈마리, 체리세이지 등 향을 맡을 수 있는 허브와 일일초, 에키네시아, 국화 등 화훼류를 심어 다양한 색상의 꽃들을 보면서 심신 안정과 건강을 챙길 수 있도록 했다.

참고로, 세종시 고운동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유아․아동 농업체험 텃밭정원은 안전한 놀이공간을 포함시켰고, 반려동물 동반 텃밭정원은 견고한 울타리와 함께 강아지 등의 산책과 후각 활동을 돕고 간식으로 이용할 수 있는 작물을 심도록 지침을 마련했다.

이번 연구는 기존 텃밭에 ‘공공성’, ‘사회적 가치’를 입혔다는 데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기존의 텃밭 활동은 개인의 부식을 얻는데 그치는 것이 이었다면 이번 텃밭은 함께 하며, 수확물을 나누고, 소외된 이 없이 참여할 수 있는 모두의 텃밭이 되리라 생각한다.

또한, 채소뿐 아니라, 허브와 꽃, 유실수, 약용작물 등을 더하여 보고, 즐기고, 느낄 수 있게 함으로써 텃밭의 개념에 정원을 더한 다양성을 지닌 텃밭정원이 되리라 기대한다.

현재는 적극적인 관심을 보인 세종시에 처음으로 조성되었으나, 전국적으로 도시텃밭과 도시농업공원을 조성하려는 곳이 있다면 이번 매뉴얼과 텃밭 모델을 기술지원하면서 보급할 계획이다. 나아가, 앞으로는 기후변화에 대응한 도시환경을 조성하고 생활 속 탄소중립 실천에 보탬이 되도록 생태순환 도시 텃밭 조성 연구도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저작권자 © 전업농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