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생물소재공학과 이기종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생물소재공학과 이기종

우리는 음식의 맛을 어떻게 느낄 수 있을까? 우리 몸에서 대표적인 감각기관인 혀의 미각세포가 음식물에 포함된 단맛, 짠맛 등을 내는 대사물질 정보를 뇌로 전달하고 코의 후각세포가 냄새를 인지함으로써 더욱 풍부한 맛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최근에는 인간의 감각기관을 모방한 전자혀나 전자코 등을 농식품 품질관리나 질병 진단에 활용하려는 시도도 이루어지고 있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대사물질을 이용한 일련의 화학반응을 통해 자신의 생명을 유지한다. 생명체내의 대사물질은 대사조절에 관여하는 유전자나 외부 환경과의 상호반응에 따라 특이적으로 변화되기 때문에 미지의 생명현상을 이해하는데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 준다.

대사체 연구는 아미노산, 비타민 등 저분자 물질의 구성과 함량을 분석함으로써 생명체가 지닌 대사물질의 변화와 원인을 밝힐 수 있는 핵심 분야로서 차세대 유망 10대 기술에 포함될 정도로 주목받고 있다. 대사체 정보는 다양한 생명체를 대상으로 농업, 식품, 의약 등의 전 분야에 활용할 수 있어 기술 선진국에서는 신성장 동력으로 대사체 정보를 확보, 이용하려는 노력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디지털 시대의 농식품 소비트렌드 분석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과일을 구매할 때 외관보다는 신선도, 맛, 건강기능성 등의 품질 요인을 중시하며 관련 정보들이 함께 제공되는 제품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소비자가 원하는 맛과 기능성 등은 외관 손상 없이 육안으로 판별하기는 쉽지 않다.

과일의 기본적인 맛은 단맛과 신맛으로 이루어지는데 과육에 존재하는 당분과 유기산 함량과 비율에 따라 결정된다. 과일의 맛과 향을 구성하는 저분자물질을 분석하여 신선도와 기능성 정보가 함께 제공된다면 맛있는 과일을 고르기 위해 색이나 모양 등을 힘들게 확인하지 않아도 손쉽게 구입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대사체 정보는 대사공학과 접목하여 유용 바이오소재 개발에도 활용할 수 있어 체계적인 대사체 분석 기술을 우선적으로 확보할 필요가 있다.

미래를 대비한 기술 발전의 원동력으로 대사물질 정보를 신속하고 대량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고가의 분석 장비와 전문 연구인력을 갖춘 기반 마련이 선행되어야 하므로 국가 주도의 선제적 투자를 바탕으로 끊임없는 연구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저비용으로 유전자 분석이 가능해진 시대에 대사체 통합분석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통해 유용자원의 유전체 정보와 대사물질 정보를 국내 연구자와 육종가들이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면 고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소재산업 활성화와 국가경쟁력 제고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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