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농신문] 농림축산식품부의 대통령 업무보고가 지난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서 진행돼 농업계의 큰 주목을 끌었다. 새정부의 농정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농식품부의 첫 업무보고인데다 일손부족과 농자재 값 폭등에 쌀값 걱정까지 삼중고에 허덕이고 있는 농업인들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이 제시될 것으로 크게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농식품부의 업무보고는 농업계의 이러한 기대와는 거리가 멀었다. 농식품부는 이날 △하반기 농식품 물가안정 △식량주권 확보 △농업의 미래성장산업화 △쾌적하고 매력적 농촌 조성 △반려동물 생명 보장과 동물보호 문화 확산을 5대 핵심과제로 발표했다. 그러면서 추석이 하반기 농식품 물가 안정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하반기 국내 농산물 공급 안정화와 추석 성수기 물가 관리에 집중하겠다면서 국민 가계와 농가의 부담 완화를 핵심방안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며, 공급 부족으로 가격 불안이 심화되는 경우는 수입도 적극 검토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코로나19 장기화와 기후위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영향으로 물가가 크게 올라 소비자들이 큰 고통을 겪고 있다는 측면에서 농식품부가 ‘농식품 물가 안정’을 하반기 첫 번째 핵심과제로 꼽은 것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밥상물가가 크게 오른 것은 국산 농산물 가격 때문이 아니다. 그동안 값싸다고 무분별하게 도입한 수입농산물로 국산 농산물 자급기반을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더욱이 농산물이 물가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0중 0.65에 불과하지 않은가.

이번 업무보고에는 그동안 계속해서 떨어지던 식량자급률을 상승 전환시키고, 식량주권을 확보하겠다는 계획도 있다. 밀가루 대체에 유리한 분질미 사용을 활성화해 2027년까지 수입 밀가루 수요의 10%를 대체하고, 이를 위해 품종 개발, 재배기술 지원 및 전문 생산단지 조성을 지원하면서, 식품업계와 협업해 안정적 가공·유통·소비 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콩의 공공비축 물량을 확대하고, 밀 전용 비축시설의 신규 설치도 추진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식량주권을 확보하겠다면서 국내 물가안정을 위해 수입농산물을 늘리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정책이다. 더욱이 농업인을 위해 존재하는 농식품부만큼은 ‘물가상승의 주범이 농산물’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금 당장 농업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45년만에 폭락한 쌀값 대책이며, 농업생산비를 보장하기 위한 실질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이다. ‘반려동물 생명 보장과 동물보호 문화 확산’도 필요하지만, 농업인들의 요구와는 거리가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쌀생산자협회, 한국들녘경영체중앙연합회,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등 농업인단체가 지난 17일 국회 본청 앞에서 윤석열 농정 규탄 기자회견을 연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이날 농업인단체들은 각 지자체에서는 저마다 대책을 수립하며 농가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애쓰고 있는데도 주무부처인 농식품부는 이를 외면하고 농산물을 오히려 물가폭등의 주범으로 몰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 농업인단체들의 요구가 아니더라도 농식품부는 지금이라도 물가를 이유로 농산물을 수입하겠다는 방침을 재검토하고, 재고미 전량 즉각 격리 등의 쌀값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농식품부는 물가를 관리하는 기관이 아니기 때문이다. 농식품부의 임무는 △식량의 안정적 공급과 농산물에 대한 품질관리 △농업인의 소득 및 경영안정과 복지증진 △농업의 경쟁력 향상과 관련 산업의 육성 △농촌지역 개발 및 국제 농업 통상협력 등에 관한 사항 △식품산업진흥 및 농축산물 유통에 관한 사항 등이라고 명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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