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농신문=이태호 기자] 전국 농업인들이 "더이상 농사를 못 짓겠다"며 아스팔트 거리로 나섰다.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농업경영인조합장협의회, 농협조합장정명회 등 9개 주요 농민 단체와 농협 회원조합, 농민 등 1만여 명은 지난 29일 서울역 12번 출구 인근에서 '농가경영 불안 해소 대책 마련 촉구 농민 총궐기 대회'를 개최하고 정부를 향해 생산비 보전 및 구곡 추가격리와 신곡 선제격리를 촉구했다.

현재 국제 원자재와  원유 가격 상승에 따른 비료와 사료, 면세유 가격 상승으로 농업 생산비가 대폭 증가하며 농가 부담이 갈수록 늘고 있다. 여기에 올해도 쌀값 하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농가경영 불안 심화가 이어지고 있다. 농가들은 올해 풍년 농사를 짓고도 울상을 지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지난 15일 기준 산지 쌀값은 20kg당 4만2천5백원으로 전년대비 23.6% 하락한 상황이다. 이런 구곡가격은 신곡가격에도 영향을 미쳐 당분간 쌀값 하락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고있다.

한농연 이학구 회장은 “농가경영 불안 문제는 결국 우리 농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이는 식탁물가 불안, 식량안보 약화 등 각종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어 단순히 농민들만의 문제라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정부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2022년산 신곡 초과 생산 물량에 대해서는 수확기에 맞춰 신속히 시장격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하원오 의장은 "물가 상승 주범이 농민과 농산물인양 정부는 수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며 "생산비 폭등과 쌀값 하락이라는 이중고를 겪고있는 농민들을 위해 정부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죽했으면 전남과 전북에서는 콤바인으로 나락을 밀어내 논을 갈아엎고 있다. 요즘은 풍년이 들면 농민이 죄인이 된다. 전 국민이 배불리 먹고 남을 정도로 생산하는 농민을 칭찬해줘도 모자를 판에 늦장 시장격리로 정부는 쌀 값 폭락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서삼석, 윤준병, 신정훈 국회의원과 정의당 강은미 의원 등도 나서 현장 농정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농민 단체와 농협 회원조합과 함께 책임을 통감하고, 정부에 농업 생산비 보전 대책마련과 구곡 추가 시장격리, 신곡 선제 시장격리를 강하게 촉구했다.

윤준병 의원은 총궐기 대회 단상에 올라 "비도 오는 궂은 날씨에 추석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이 자리까지 오신 분들의 절박한 마음을 알고 있기에 애통하고 죄송스런 마음"이라며 "윤석열 정부는 올해 두 차례 시장격리 조치를 시행했으며 세 번째 조치도 발표했지만, 이 조치가 너무 늦게 발동돼 가격 하락을 막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회 농해수위 위원으로서 쌀값 폭락이 반복되지 않도록 시장격리를 의무화하고 시장격리 시기와 매입방식, 가격결정 구조를 법제화하는 등 쌀값 안정과 농업 생산비 보전을 위한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농민 궐기대회 퍼포먼스로는 추석을 앞두고 개최되는 집회인 만큼 보름달과 쌀값 지지를 상징하는 풍선 날리기와 함께 농업계 핵심 요구사항을 명기한 대형 현수막을 찢음으로써, 현장 농심을 표출했고 이어, 대통령실이 있는 용산 삼각지 역 인근까지 가두행진을 벌여 현재 고통받고 있는 농업 현장 상황을 시민들에게 알렸다.

이학구 한농연 회장은 용산 집회를 마친후 대통령실 관계자에게 농업인 단체 요구사항이 담긴 서한을 전달하는 것으로 이날 집회는 마무리 됐다.

이른 새벽부터 올라와 전국에서 모인 농가들은 농가경영 불안 해소를 위해 쌀값 안정과 함께 농업 생산비 보전을 위한 특단의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호소하며 해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