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농신문] 새 정부의 농업 정책 운영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농림축산식품부의 2023년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안이 8월 31일 발표됐다. 농식품부는 이날 내년도 예산안을 올해보다 2.4%(4018억 원) 늘어난 17조 2785억 원 규모로 편성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식량주권 확보 △농업의 미래 성장산업화 △농가 경영안정 강화 △농촌 활성화 및 동물복지 강화 등 분야와 비료·사료 가격안정 지원, 직불금 확대 등에 내년 예산을 집중 편성했다고 설명했다.

우리는 이번 농식품부의 내년 예산안이 정부의 건전 재정기조에 따른 것이라 하지만, 국가 전체 예산안인 639조원의 2.7%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농업계에서는 농산물 수입개방 가속과 농촌인구 고령화 등의 문제 해결 그리고 식량안보 강화, 가축질병, 이상기후 대비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농업예산은 전체 국가 전체 대비 4% 이상 확충돼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윤석열 대통령도 후보시절 농업예산도 크게 늘리겠다고 약속한 바 있어 새 정부에서는 최소한 3% 정도는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지난 정부에서 2%대로 무너진 농업예산 비중이 새 정부의 첫 예산안에서도 회복되지 않아 농업계가 실망하고 있다.

물론 농식품부의 내년 예산안에서 지난 5년간(2020~2024년) 약 2조 4000억원으로 동결한 농업직불금 예산을 늘려 56만명의 직불금 미수령 농업인을 구제한 것을 비롯 청년농업인 영농정착지원금 예산 확대, 가루쌀 산업화 107억원 예산 신규 편성 등은 긍정적으로 평가할만 하다. 또한 수입 비중이 높은 밀과 콩의 국내 자급률 향상 등을 위해 전략작물직불 도입 예산 720억원을 반영한 것도 주목되는 부문이다.

그러나 농민단체에서도 지적하고 있지만, 국제 원자재, 원유 가격 상승 여파로 필수 농자재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는데도 농업용 면세유 지원 관련 예산이 없으며, 무기질 비료 차액 지원도 올해 절반 수준에 그쳐 농가 부담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또한 정책수혜자의 만족도가 높고 농업·농촌에 대한 교육·홍보 효과는 물론 국내산 농축산물의 안정적인 수요처 확보에도 기여하는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지원과 초등돌봄교실 과일간식 지원 등의 예산이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밀·콩 생산단지 지원 확대, 밀·콩 등 전략작물직불제 도입 등의 예산을 대폭 늘렸다고 하지만, 쌀 공급 과잉문제를 해소하고 식량안보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충분하지가 않다. 지난 정부에서 추진하다 중단된 논타작물재배지원사업 예산에 크게 못미치기 때문이다. 지난 2018~2020년까지 3년간 총 3423억원을 투입해 추진한 논타작물재배지원사업은 벼 재배면적을 2만2236㏊ 줄였고 산지 쌀값도 지지하는 성과를 냈다. 쌀 생산 과잉으로 소요되는 시장격리, 재고 관리 등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쌀의 생산기반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밀과 콩의 생산을 늘려갈 수 있도록 충분한 예산이 확보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더불어민주당에서 논타작물재배지원사업을 부활해야 하고, 내년 정부 예산안에 1500억원을 편성해야 한다는 최근의 주장을 예의주시하고자 한다.

이번 농식품부 예산안은 이달 2일 국회에 제출된 이후 국회 심의·의결 과정을 거쳐 12월 중 최종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내년 주요 농식품 사업 예산이 증액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여야는 코로나19 팬더믹이 먹거리를 수입에만 의존할 경우 식량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교훈을 던져 주고 있으며, 우리 농산물의 안정적인 생산과 수급으로 식량안보를 지키기 위해 식량자급률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정책적 지원은 필수 과제라는 점을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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