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농신문=구득실] 한국인의 제2주식인 라면값이 또 올랐다. 라면업계 선두주자인 농심을 필두로 팔도도 내달 1일부터 12개 브랜드 가격을 평균 9.8% 올린다. 인상요인은 대동소이하다. 원부자재와 물류비, 인건비 상승 등으로 인한 제조원가 부담으로 제품 출고가를 인상하게 됐다는 게 관련업계 설명이다. 이에 눈치만 보던 오뚜기와 삼양식품도 라면 가격인상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크다.

어디 라면 뿐이겠는가. 스낵, 햄, 아이스크림에 이어 유산균 음료까지 줄줄이 오르면서 서민 체감 물가인상률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쯤되면 물가 폭등이다. 가공식품의 도미노 가격인상이 현실화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식재료 가격 상승은 외식물가 상승으로도 이어질 수 있어 우려를 더한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외식물가 상승률은 8.8%로 약 3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소비자원 가격종합포털 ‘참가격’를 보면 지난달 서울 기준 김밥의 평균가격은 3046원으로 전월보다 2.59% 상승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삼겹살과 김치찌개 백반도 각각 1.7%, 1% 올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로 국제 곡물가격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원부자재 구입비용과 물류비 상승 등 가중되는 가격인상 압박 요인을 내세우며 제품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는 식품업계의 볼멘소리에도 소비자 저항이 큰 이유는 주요 식품기업들의 양호한 2분기 성적표 때문이다. 대부분의 식품기업들의 전년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개선됐다. 지난해 가격인상 효과와 가공시장의 호황에 힘입은 결과다.

오뚜기는 올 2분기 연결기준 실적으로 매출액 7893억 원, 영업이익 477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같은 기간보다 각각 18%, 32% 상승했다. 삼양식품 역시 매출액 2553억 원, 영업이익 273억 원을 거뒀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동기대비 73%, 92% 증가했다.

CJ제일제당은 식품사업 부문에서 선전했다. 식품 매출은 2조 6063억 원, 영업이익은 1677억 원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동기 대비 각각 17.8%, 29.1% 급증한 것이다.

특히 3분기 예상 매출액이 전년동기 대비 10.4% 증가한 7조 5683억 원, 예상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18.4% 늘어난 5130억 원을 기록할 것이란 증권사 전망도 나왔다.

식품업계가 3분기에도 호실적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는 라면·포기김치 등 가공식품 전반에 걸친 대규모 줄인상에 대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담합행위는 없는지 합동 점검하겠다며, 식품업체들을 향해 공개적으로 경고하고 나섰다. 치솟는 물가를 잡고 민생을 안정시키는 데는 역부족일 수 있다. 문제는 실효성이다. 경영난을 내세운 식품업체도 가격인상만이 능사가 아니다.

기업에 있어 이윤추구는 변함없는 목표이자 본질적 존립가치에 해당한다. 하지만 대다수의 국민들은 물가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이 상황 속 경제주체들이 물가상승 부담을 함께 감내하고 현재 처한 난국을 풀어갈 묘수 찾기에 나서주길 기대한다. 기업은 사회적 책무를 무겁게 인식하고 이행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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