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 무책임 규탄, 농가 손실액 252억원
정부·지자체에 납품망 확보 등 대책 요청도

롯데가로 알려진 유제품 전문기업 푸르밀이 지난달 17일 오는 11월말 영업 종료에 따른 400여명에 달하는 전 직원의 정리해고를 통보한데 이어 사업 종료를 선언해 25개 원유 납품계약 낙농가들을 망연자실하게 했다.

전북 임실 낙농가 50여명은 지난달 25일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 위치한 푸르밀 본사 앞에 집결해 갑자기 일방적으로 사업 종료를 선언한 오너 일가를 규탄하고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이른 아침 상경해 푸르밀 본사 앞 시위에 나선 이상옥 전북 임실군 낙농육우회장은 “유업체의 일방적이며 무성의하고 책임없는 태도에 분개한다”면서 “낙농가들은 하루 아침에 빚더미에 오르게 생겼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임실군 낙농가 송미옥 씨는 “일방적 사업종료에 따른 농가 손실액이 252억원에 달한다“며 ”이는 농가당 10억원 이상 빚을 떠안게 돼 농가들은 도산위기에 처했다“고 강조하고 쿼터인수와 손실분에 대한 대책을 요구했다. 한국낙농육우협회 이승호 회장도 집회에 참가해 "사측의 경영실패 책임을 농가에게 떠 넘기려 한다"며 부도덕성을 비판했다.

연간 원유 4만톤을 납품해 온 이들 낙농가들은 젖소의 특성상 매일 우유를 짜야 하는데 어디다 납품할때가 없어 막막하다면서 빠른시일내에 사측의 쿼터 인수 매입 등 대책 마련과 함께 11월 30일 계약종료시 정부와 지자체에서도 차선책 납품 공급망 확보 등 방법을 최대한 모색해 주기를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지난 20일 농식품부는 “정부는 원유를 직접 수매하지 않고 있으며, 국내 낙농산업 및 유가공산업의 기반 유지를 위해 유업체의 국산 유가공품 원료 사용을 지원하고 있다”면서 “정부는 유업체의 음용유 사용량 175만 톤을 초과하는 원유에 대해 가공유 사용 시 일부 차액을 지원해 농가의 소득을 보전하고, 유업체의 원유구매 부담을 줄여주고 있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농식품부는 2023년 1월부터 낙농제도 개편방안을 마련해 시행할 계획으로 우선 원칙적으로 사측과 농가간 협상을 지켜본 후 추후 대응방안을 마련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은 같은날 국회에서 열린 농식품부 종합국정감사에서 “농가들이 향후 흰우유 생산으로만 가겠다고 하더라도 다른 업체하고 연결해 공급할 수 있게 하는 지원책을 강구하겠다“고 의원 질의에 답변하기도 했다.

푸르밀은 지난 1978년 롯데유업 주식회사로 출발해 지난 2007년 3월까지 약 30년 간 롯데그룹의 계열사인 '롯데햄,롯데우유'에서 '비피더스', '검은콩이 들어있는 우유', '푸르밀가나 쵸코우유' 등을 히트시키며 유가공 전문기업으로 입지를 다져왔다.

아울러 2007년 4월 롯데그룹에서 분사해 2009년 사명을 롯데우유에서 푸르밀로 바꾸며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하지만 신동환 푸르밀 대표이사 경영체제로 운영하던 푸르밀은 줄곧 적자에 허덕이며 최근 LG생활건강에서 인수포기 후 완전 사업 폐업이 아닌 우유사업 종료쪽으로 정리하기에 이르렀다.

무책임 경영에 대한 직원들과 낙농가들의 강한 반발에도 낙농 사업종료라는 초강수를 두고 있어 해결의 실마리가 풀릴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해고 직원들도 당장 생계가 막막하고 낙농가 또한 생계뿐아니라 농가로서는 어마어마 한 빚더미에 올라설 기로에 있어 매우 시급한 상황이다. 얼마남지 않은 해가 가기 전 낙농가들은 쿼터 인수나 보상안 등 현 상황이 쉽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타결점을 찾아내야만 한다.
경영능력과 경쟁력 없는 기업은 자연 도태되기 마련이지만 이곳에 여러 식구들 생계가 달려있는 직원과 농가들은 구제에 나서야 한다. 정부 부처와 지자체도 관심을 갖고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갔으면 한다.

 

이태호 기자(취재부장)
이태호 기자(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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