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인 한우 가격 폭락에 농가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솟값을 비관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농가도 나타나 더욱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또, 충청도 지역에서 수십 년째 농장을 운영하는 한 농가는 최근 생계 수단이었던 300두가 넘는 한우농장을 정리하기로 했다.

그는 수십 년의 세월 동안 농장을 운영하면서 IMF 금융위기와 구제역 등 여러 고비와 어려움을 넘기며 긴 시간을 버텨왔는데도 불구하고, 연이은 폭락사태에는 속수무책으로 더 이상 당해낼 도리가 없었다고 토로하며, 국회에 농가들이 생계를 이어 나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최근 청원의 글을 올렸다.

2년 전 마리당 400만~600만 원 하던 소 한 마리의 시세는 반 토막이 나 현지 실거래가 200만 원 이하로 곤두박질쳤지만 사룟값은 2021년도 기준으로 60% 이상 큰 폭으로 인상된 데다 조사료, 약값 등도 고공행진으로 치솟고 있다.

농가들은 소 한 마리당 최소 100만~200만 원 이상의 적자를 보며 하루하루 불안한 심정으로 밤잠을 설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라 여러 농가는 벼농사를 복합영농으로 겸하고 있는데 최근 쌀값까지 폭락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소농들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으며 갈수록 지속이 가능한 농축산업을 영위한다는 것이 실질적으로는 어려운 현실로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축산농가의 기본이 되는 축사 및 현대화 시설 설비를 준비하는 것부터 엄청난 자금이 필요하고, 이에 따른 대출원금 상환과 높은 이율에 대한 부담감도 농가의 숨통을 조여오고 있다.

산지에서는 솟값이 헐값에 거래된 지 오래인데도 최종 소비자들은 복잡한 유통구조로 인해 구매할 때의 비용이 여전히 비싸 선뜻 구매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것도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고 있다. 틈날 때마다 물가안정 명목으로 정부의 외국 축산물의 무관세 수입 또한 축산농가들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올해 농업 전망에 따르면, 2023년 한우 사육 마릿수는 누적된 입식 마릿수 증가로 2022년 대비 0.6%, 평년 대비 10.3% 증가한 357만 4천 마리로 전망했다.

2023년 국내 소고기 생산량은 2022년 대비 7.7% 증가한 31만 톤으로 예측했고, 한우고기 공급량 증가로 2023년 한우고기(거세우) 도매가격은 2022년보다 하락한 1만 8천 원 내외 수준으로 전망됐다. 전문가들은 2024년까지 한우 가격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런 상황에 농가들은 현재 무엇보다도 정부의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부는 하루속히 한우를 안정적인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방안을 마련해 중장기적으로 한우 가격 안정을 위해 나서야 한다.

민간 농업연구기관 GS&J는 최근 수입 쇠고기가 고급화, 다양화됨에 따라 한우고기와의 대체성이 커져 한우고기 도매가격과 송아지 가격이 하락하고, 농가 수익성이 악화해 한우 사육 규모가 감소하는 등 한우산업이 장기적으로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한우산업이 농가 경제와 고용, 환경, 소비자 후생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한우농가와 소비자들이 동의할 수 있는 적절한 한우고기 가격과 사육 규모를 달성하는 것을 한우산업의 발전 목표로 설정하고, 구체적인 대책을 정부는 수립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송아지생산안정제를 개편·시행해 오는 2025년 도매가격은 kg당 1만 6,923원, 총사육두수는 331만 4천 두가 되도록 설정해 한우산업은 완만한 성장을 이루게 하고 소비자는 현재보다 다소 낮은 가격에 더 많은 한우고기를 소비하는 목표설정을 제시하고 있어 향후 정부의 대책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태호 기자(취재부장)
이태호 기자(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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